• "인혁당 판사 살인죄 적용할 수 있다"
        2007년 01월 30일 10: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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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독재 시기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판결한 판사들의 실명 공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법조계는 법치주의를 해치는 것이라 하고, 대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법치주의이고 무엇이 불편하다는 것인가. 판결을 선고한 판사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인가.

    판결은 헌법에 따라 독립이 보장된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때 법관이 수행하는 재판과 판결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고 실제로 판결에 관여한 법관의 실명이 표기된 수많은 판결들을 이미 법원 스스로 공개하여 왔다.

    모든 재판과 판결, 법관의 실명은 공개가 당연

       
     ▲ 금속노조 법률원장 김기덕 변호사.
     

    "여론몰이 식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과거 판결문에 나타난 판사의 실명을 공개한다고 하여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일 수 없다.

    위 보도에서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헌법ㆍ법률에 따른 판결은 특별법이나 재심 등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순리적으로 해결해야지 실명공개와 같은 비법률적 방법으로는 그 의도의 순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헌법이 표방하는 법치주의 자체를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강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문제되고 있는 것은 과거 잘못된 판결이 아니라 그 당시 판결문에 나타난 판사의 실명공개이다.

    다른 법관은 "독일에서는 나치시대와 통독 이후 구 동독 치하에서 이뤄진 판결의 청산을 특별법으로 해결함으로써 성숙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판결 청산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판결한 판사의 실명공개를 하자는 것일 뿐이다. 독일에서 나치시대, 통독과정에서 동독시절 반인권적 판결을 했던 판사의 청산은 특별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합치된다.

    반인권적 판결에 관여했던 판사는 나치와 동독의 실정법에 따라 합법적 법집행을 하였던 것이고, 시효가 문제될 수밖에 없으며, 소급입법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법관은 "과거 청산은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화합 차원에서 진행되어야지 특정집단을 매도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과거 청산은 청산할 과거에 대한 인적 청산 없이 가능하지 않다.

    민족반역자-집단학살자 청산 없는 한국현대사

    우리 현대사에서 민족반역자, 집단학살자, 반인권행위자 등에 대한 청산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이 진정한 청산인지 이 법관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산이 진정으로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라면 잘못된 과거 행위를 자행한 자들이나 집단에 대하여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화합 차원에서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철저한 인적, 물적 청산 없이 진정한 과거 청산은 없다. 그렇지 않고 과거 청산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화합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진정으로 청산하지 않는 것을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인권을 송두리째 말살한 유신독재 긴급조치시기 실정법을 내세워 국민의 인권을 짓밟은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와 책임을 묻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 한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헌법적 가치 짓밟은 법관 보호가 법치주의 훼손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는 기본적 인권을 짓밟은 자에게 헌법이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해하는 것이고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국민 91.5%의 찬성으로 만들어진 유신헌법 하에서 법에 따라 판결한 판사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고 한 법조인은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돼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긴급조치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명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가장 중시해야 할 법관, 법조인의 말인지 의심스럽다. 저 유명한 나치시대 수권법조차도 독일 국민의 압도적 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히틀러에 의해 자행된 수백만명에 대한 격리수용과 학살도 권한이 있는 명령에 의하여 자행된 것이다.

    법과 명령이 반인권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그러한 행위가 결코 법치주의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오늘의 독일 기본법질서가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독일의 법을 모방하고 있으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한 진정한 청산이라는 독일 법질서의 정신은 습득하지 못했다. 독일의 나치 청산과 같은 과거, 즉 일제, 유신시기 등에 대한 진정한 청산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 이 나라에서는 실정법의 이름으로 인권 말살을 자행했던 법논리가 법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유신독재시기 인민혁명당 사건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사건에 대하여 당시 법원은 혐의를 인정하여 사형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자 곧 바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피고인들에 대한 고문과 이로 인한 조서의 증거능력 부인, 피고인들의 범죄사실에 대한 부인 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유인데 이것은 이미 사형선고를 할 당시에도 피고인들이 주장하였던 것들이다.

    인혁당 사건 판사 살인죄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

    그렇다면 당시 판사들이 헌법이 정한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을 하였다면 유죄를 인정하여 사형선고를 하였을까. 둘 중 하나다. 오늘 재심법원의 판사들이 그렇지 못하여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든지, 아니면 당시 판사들이 그렇지 못하여 잘못된 판결을 한 것이든지.

    만약 당시 판사들이 유죄의 확신이 없음에도 유죄를 인정하여 사형선고를 한 것이라면 이 판사들은 ‘사법살인’을 저지른 것이고 형법 제250조 살인죄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그와 같이 판결하게 된 것이 정치권력의 압력이든, 애국심으로 포장된 반공이데올로기이든, 좌천과 재임용탈락 등 불이익이든, 심신상실 상태 또는 생명의 위협 때문에 재판을 한 것도 아니어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달리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재심이 확정되었으므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당시 판사들에 대하여 마땅히 엄정한 수사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비록 판사들에게는 불편하더라도 헌법이 추구하는 법치주의가 서야할 자리이다. 온정주의, 현실주의와 타협하는 순간 법치주의는 훼손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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