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제 더는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2007년 01월 30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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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9일 지난 해 11월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연가투쟁에 참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2,286명에 대한 징계했다. 1989년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500여명의 교사를 해임한 이후 최대 징계다.

1월 말까지 징계절차를 마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은 하루에 30여명씩 불렀고, 조합원들은 연가투쟁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소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10분만에 밖으로 끌려나와야 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송원재 지부장은 29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남부교육청에서 밖으로 끌려나오는 조합원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했고, 새벽에 조합원들에게 편지글을 써 <레디앙>에 보내왔다. <편집자 주>

오늘 동지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가 십 분도 말하지 못하고, 장학사와 경찰의 손에 사지가 붙들려 철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동지의 젖은 눈을 보았습니다.

위로의 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려고 어깨를 두드렸다가, 무심히 돌아보는 동지의 두 눈에 막막히 고여 있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렁그렁 고인 물기가 방울 되어 흐르는 순간, 차마 더는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습니다.

울컥 뜨거운 것이 솟구쳐 한 동안 부릅뜬 눈으로 하늘만 올려다보았습니다.

전교조 창립 당시, 수백 명의 동지들이 굴비두름 엮이듯 묶여서 군홧발에 채이며 끌려가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진실과 몸뚱어리밖에 없던 그 때도 동지들의 눈물이 강물 되어 흘렀습니다. 선생님을 빼앗긴 아이들의 눈물이 이 땅을 적셨습니다.

십년하고도 팔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쩌면 이리도 더디 나아가는 것일까요? 열 명이 넘는 동지들이 생목숨 바쳐가며 일궈 온 참교육… 천오백 명의 동지들이 피땀으로 지켜 온 전교조…

그런데도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일까요?
얼마나 더 먼 가시밭길을 걸어야 우리는 참교육의 바다에 이르게 될까요?

동지의 눈물은 고통 받는 이 땅 아이들의 눈물입니다.
동지의 눈물은 시멘트 바닥에 짓밟혀 내팽개쳐진 진실의 핏자국입니다.
동지의 눈물은 산산이 부서진 교육적 양심의 아픈 잔해들입니다.
동지의 두 눈에 고인 눈물을 보면서, 우리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위선이 진실을 비웃고, 몰상식이 상식을 조롱하고, 반교육이 교육을 능멸하는 역설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그것을 멈추게 하려면, 다시 일어나 나아가야 함을 사무치게 뼈에 새깁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던가요?
그렇다면 참교육은 이 땅 교사와 아이들의 눈물과 한숨을 먹고 자라는 나무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흘리는 피눈물은, 한 동안 게을렀던 우리에게 가하는 역사의 채찍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당한 억압에 온 몸으로 나서서 막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가하는 역사의 형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은 진실을 무참히 짓밟힌 이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항변입니다.
하지만 그 항변마저도 철저히 유린당한 이들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는답니다.
눈물은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동지의 눈에서 다시는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서로를 다독이며 힘차게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니 동지여…
이제 더는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 2007년 1월 29일 남부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끌려나와 눈물짓던 어느 여성조합원 동지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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