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정당 불륜정치 "집 나와 같이 살자"
        2007년 01월 30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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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앞두고 각 정치세력의 상대 진영에 던지는 ‘추파’가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여당과 민주당, 한나라당이 각각 상대 진영의 대권주자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에 대해 영입을 주장하고 나서더니, 이젠 각 정당의 대권주자까지 이 형국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는 보수 독점 정치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불륜성’과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스스로 폭로하는 한심한 모습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한나라당 외연 확대를 위해 정원찬 진대제 강봉균 등의 중도적 인사들의 영입을 위해 직접 접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9일 전남 목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인사 영입과 관련해 “이를테면 진대제, 정운찬, 손학규가 모이면 드림팀이 될 것”이라며 “세계 지향적, 미래지향적인 것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한나라당도 자기혁신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범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우리편 상대편을 가르지 말고 세계, 미래 지향적인 분들을 모셔올 생각도 해야 한다”며 여당의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나 강봉균 의원 등을 직접 거론했다. 언론들은 다음날인 30일 일제히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여당 인사 영입 불가 입장에 반기를 든 손 전 지사의 차별적 행보를 주목하며 손 전 지사의 ‘여당행’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물론 여권의 손 전 지사에 대한 ‘추파’가 이보다 앞서 나왔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지난해 정기국회 정당 대표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손 전 지사 등 한나라당 개혁 인사에 대해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고건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민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손 전 지사에 대한 구애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측 김무성 의원이 여당, 민주당 보수의원 영입을 주장하는 ‘보수신당’을 들고 나오며 양당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여당 대권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도 이에 가세했다. 정 전 의장은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만일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과 정체성이 안 맞다, 이런 보수 정당과는 같이 못하겠다고 한다면 (여권으로 영입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저녁에도 손 전 지사를 겨냥 “살아온 길은 한나라당적이지 않은데 어쩌다보니 몸이 한나라당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상대 진영에 추파를 던지는 이들은 한결같이 이념과 노선에 따른 선진적인 정당 문화를 내세운다. 정동영 전 의장은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의 자기 색깔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정치질서가 혼재돼 국민들의 눈에 혼란스럽고 신뢰를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결국 집권을 위한 세 불리기 내지 상대진영에 대한 공세에 불과하다. 손학규 전 지사는 “지금 한나라당이 대선에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새로운 정치구도에 한나라당이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수구적인 인상을 떨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탈환을 위한 중도세력 선점과 외연확대가 핵심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분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개혁적인 색깔도 갖고 있는 것처럼 분칠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한나라당에서 손 전 지사나 소장 개혁파의 존재를 ‘분칠용 화장품’으로 규정한 셈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보수정당 사이의 ‘속보이는 추파’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최근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당행’에 대해서는 63%가 부정적으로 답한 것은 이른 반증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이념과 노선에 따른 정개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원칙적으로는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상호 영입 주장은 “이념, 노선에 따른 게 아니라 지역 등 다른 변수에 따라 형성된 것이어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정치권이 전부 헤쳐모여식으로 완전한 지각변동을 일으키지 않는 한, 지금처럼 일부 인사들이 말을 갈아타는 식의 이동은 철새로 비쳐질 뿐”이라고 말해 각 정치세력의 ‘명분’이 전혀 여론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여야 역학관계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견제와 균형에서 바람직하기 때문에 무너진 여권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여당의 탈당은 이념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동영 전 의장과 관련 “한나라당을 보수라고 공격하지만 정동영계의 탈당 고민중 하나가 개혁 모험주의자들과 분리해 결국 보수적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당 의장까지 맡는 동안 당의 색깔을 위해 무엇을 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당내 유사 계파를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나 정치적 계산이 있을 것”이라면서 손 전 지사의 ‘여당행’와 관련 “본인도 사실은 잘 모르고 있을 것이고 (여당행에 대한) 계산이 끝난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손 전 지사의 여당행에 대한 언론의 추측 보도와 관련 “언론에서 예단하고 그 쪽 길을 열어주는 것은 한국 정치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대 박형준 교수도 최근 양당의 행태에 대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교수는 “정당 자체가 이념적 정체성이 없고 선거 때 급조한 것이니까 아무나 들어가서 할 수 있다는 논리”라며 “상대 정당의 후보를 영입하자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지하고 정치철학이 부재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교수는 “선거에서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25%가 된다”며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동의나 합의 없이 편의주의적으로 당을 옮기는 것은 한국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책임성을 더욱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각 정당의 대권주자인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가 이러한 영입 주장에 가세하는 것에 대해 “그래서 더 한심하다”며 “정당을 이끄는 사람들이 철학과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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