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제안 톱10 투표...
    요식행위, 국민기만 행사”
    노동·시민·자영업자 단체, 중단 촉구
        2022년 07월 28일 03:3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노동·시민사회·자영업자 단체들이 28일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제안 톱10’ 투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국민의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요식행위이자 국민기만 행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노동과 세계
    캡처 화면

    국민제안 톱10은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폐지하고 만든 온라인 소통 창구인 ‘국민제안’에서 나온 안건 10개를 추린 것이다.

    국민제안 톱10에 오른 안건은 9900원 K-교통패스 도입, 휴대전화 월정액 데이터 이월, 전세계약시 임차인 세금 완납증명서 첨부 등 생활밀착형 제안도 있지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물림사고 발생한 반려견 즉각 안락사 실시 등과 같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논쟁적 사안도 포함돼있다.

    박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 국민제안 탑10 투표를 한다고 하니 한심하고, 기가 막힌다”며 “정부 정책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편의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사회복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한다. 왜 정치가 해야 할 일을 국민 개개인에 미루고 책임을 방기하느냐”며 “과연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인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선정된 국민제안 10건은 구체적 설명도 없다. 예컨대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제안에 들어가 내용을 확인해보면 ‘입마개·목줄 의무화 견종 확대, 주인의 관리·감독 처벌 강화 및 물림사고 발생한 반려견 즉각 안락사 실시’라는 한 줄 설명이 전부다.

    앞서 국민제안 톱10조차 어떤 기준에 따라 선정된 것인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을 통해 제안된 1만 2천여 건 중 11명의 심사위원회가 10건을 선정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계나 중소영세단체 등에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이 국민제안 톱10에 포함된 배경을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쟁점이 있는 정책을 사회적 논의 없이, 국민 여론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은 “제도 도입의 취지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한 채 일부 계층의 이해를 앞세워 제도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폐지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재계와 사용자 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으로 윤석열 정부가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한 정당성 획득의 과정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국민의 뒤에 숨어서 편법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히고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1988년 단 한번 적용되었던 차등적용은 이미 불필요하고 차별적인 사안으로 결정이 났음에도, 다시 국민제안이라는 이름으로 끌어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차별, 지역 불균형 조성, 성별, 나이별, 인종별 차별의 시각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헌법재판소도, 대법원도 이미 의무휴업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골목상권 보호는 헌법에 명시된 정부의 의무”라며 “윤석열 정부는 찬반도 아닌 오직 찬성 기능만 있는 국민투표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유통재벌의 탐욕에 명분을 실어주는 행정을 중단해야 한다. 법률가 출신의 대통령은 더 이상 법률에 위배되는 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