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과 동맹의 체인
    [책]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길윤형,장영희,정욱식/갈마바람)
        2022년 07월 23일 0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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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의 화약고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면 그것은 과연 어떤 상황에서일까? 북한이 남침을 하는 상황일까, 아니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상황일까? 그런데 우리는 남북한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가장 우려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해 한국이, 더 나아가 남북한이 그 충돌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이는 우리에게 결코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남한과 북한이 각각 미국과 중국의 동맹의 체인에 엮여 있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충돌이 한반도로 번지는 일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가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면밀하게 살피고 우리가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충돌에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영을 떠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은 각자 중국·대만 양안 관계, 일본과 미일 동맹, 한미 동맹과 안보 분야에 천착해온 세 명의 저자들이 모여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에 남북한이 연루될 가능성을 분석하고 전망한 책이다. 각자 연구 분야나 활동 분야가 다른 저자들이지만 이 책에 모두 똑같은 염원을 담았다. 바로 이 땅에 평화가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의 변화

    먼저 1부에서는 중국 정치외교, 대만 정치 및 양안 관계,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해온 성균중국연구소의 장영희 박사가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 현황 및 충돌 가능성, 양국의 군사력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만에서 정체성의 주류를 이루는 두 흐름인 ‘대만인’이라는 정체성과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그에 따라 대만인의 독립 지향성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양안 대중의 상호인식을 어떻게 악화시켜왔는지를 분석한다.

    다음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바라보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해온 과정, 그리고 그에 따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군사능력 현황을 분석하고, 현시점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예상되는 군사적 결과에 대해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양안 관계가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장을 살펴보고, 대만 사회에서 오랜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양안 평화협정의 쟁점을 짚어본다.

    대만해협과 미일 동맹

    2부에서는 도쿄 특파원을 지낸 바 있는 한겨레신문사의 길윤형 국제부장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일본 내 인식, 미일 동맹의 진화 과정, 일본의 대응 움직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일본은 대만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강제적으로 ‘흡수통일’하는 데 성공한다면, 지난 70여 년 동안 이어진 인도태평양 지역 내의 미일 동맹의 패권은 무너지며,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결코 허용할 수 없는 국가 운명과 관련된 대참사로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만을 바라보는 이러한 일본 내의 현실 인식과 논의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저자는 미일 동맹이 진화해온 과정과 일본의 군사적인 대응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일 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일본이 취하고 있는 두 가지 큰 접근 방법, 즉 일본 자체의 군사적 역량 강화 움직임과 미일의 공동 대응 강화를 꾀하는 움직임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중국이 지금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공존의 균형점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본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대안적 논의를 소개한다.

    남북한은 동맹의 체인에 연루될 것인가

    3부와 4부에서는 군사 안보 전문가이자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정욱식 대표가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위기 상황 발생 시에 남북한이 동맹의 체인에 연루될 위험과 그에 따르는 딜레마, 그리고 남북한 앞에 놓인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이 문제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중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대만해협 전쟁 발생 시 우리의 운명이 급격히 타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만 사태 발생 시 우리가 동맹의 체인에 엮여 몽유병자처럼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들에 대해 살펴본다.

    대만해협 문제는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한미 동맹을 강화할수록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무력 충돌 시 그에 연루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연루 위험을 피하고자 한미 동맹을 완화할 경우 북한의 무력공격에 대한 안보 공백은 커진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의 미중의 패권 경쟁은 남한과 북한을 ‘대리 군비경쟁’으로 몰아넣는 또 다른 딜레마에도 빠뜨린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동맹의 체인에 연루될 위험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들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미중 무력 충돌 시 남북한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심각성을 충분하게 인지하고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명확하지만 해결책은 명확하지 않다. 애초에 명확한 해결책이 존재한다면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며 그때그때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이며, 기본적으로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리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그저 발생 가능성이 낮은 문제로만 치부하고 안이하게 대응하다가는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칫 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의 안보 의식은 지나치게 남북한의 직접적인 충돌에만 맞춰져왔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전쟁에 휘말리게 할 불씨는 대만해협에서 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이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도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켜 지혜를 모으고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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