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정의당의 진로,
    ‘폐지’가 아니라면 ‘자립’
    [기고] 미래 위해 진지한 평가 필요
        2022년 07월 22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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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정의당은 실패했다

    안타깝지만 청년정의당은 실패했다. 정의당이 실패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 1년 동안 청년당원들의 숫자는 21% 줄어들었으며, 청년 당권자 또한 청년정의당 창당 당시보다 1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핵심사업이었던 2022 지방선거에서 청년 후보자들은 단 1명도 당선되지 못했으며, 청년정의당 중앙이 청년후보 지원과정에서 보여준 아마추어리즘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청년정의당의 성과는 청년정의당을 만든 것 이외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청년정의당에 대한 중앙당의 예산 지원 부족으로 평가하고 있는 일각의 흐름이다. 게다가 정의당 주요활동가들과 당직자들의 청년정의당에 대한 평가는 분명 낮은 점수임에 분명함에도, 아무도 청년정의당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청년정치를 성역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청년정의당이 유지되고 당직선거를 통해 2기가 시작된다면, 1기 청년정의당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은 반복될 것이며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마저 농후해 보인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차원의 청년정치-세대교체에 대한 비전이자 전망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의 향후 방향성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몇몇 청년활동가들뿐만이 아니라 당원 모두의 적극적인 개입과 논의를 통해 청년정의당의 기로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청년정의당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강민진 전 대표 개인의 실패가 청년정의당 자체의 실패로 귀결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청년정의당은 그 기획과 구상의 실패였다. 강민진 전 대표의 갑질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보는 것은 김종철 전 대표의 성폭력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뿐더러, 현재 청년정의당 위기를 전 대표 개인에게만 온전히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청년정의당은 창당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와 1기라는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예정대로라면 창준위 과정에서 청년정의당의 기획과 구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1기에서는 그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어야 했다. 하지만 창준위에선 조직체계 정비만 마쳤을 뿐, 실질적으로 청년정의당을 만드는 과정은 1기 대표의 역할로 넘어갔다. 청년정의당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1기 대표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정의당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청년정치인 육성이 되었고, 이를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표 개인을 유망한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방향을 암묵적으로 선택했다.

    청년정의당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청년 정치세력화도, 건강한 조직문화도 아니었던 것이다. 대표 개인정치에 필요한 조건들과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얼마 되지 않는 역량을 집중했다. 청년정의당 대표는 기자회견과 인터뷰, sns만이 정치활동의 전부였고,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 당직자들의 주요업무가 된 것이다. 그리고 7000명 청년당원들이 할 일은 대표 인터뷰를 보고 박수치는 일밖에 없었다. 청년활동가들은 역할이 없었고, 대표와 당직자들은 동료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상하관계 안에서 곪아가기만 했다. 강민진 전 대표의 갑질 사건 또한 이러한 문제들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이었던 것이라 평가해야 한다.

    2021년 4월 청년정의당 출범 모습(사진=정의당)

    ‘청년정의당’이라는 기획과 구상

    청년정의당은 오랜 시간 동안 정의당 안에서 논의했던 프로젝트였고, 21대 총선 이후 혁신위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성안하였다. 당시 혁신위에서 청년정의당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는데, ‘청년정치인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의견과 ‘청년정치세력화(학생운동 복원과 대중운동)-활동가 양성’에 맞춘 의견의 대립이었다.

    전자는 청년정치의 성장으로 정의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늙은 정당, 고전적인 운동권 이미지 등)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대를 등장시킴으로서 진보정치 2막을 열어내겠다는 취지였다. 후자는 정의당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30세대의 정치세력화-조직화가 중요하며, 당의 근간을 이루는 활동가층에서 청년세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결론적으로 전자의 의견을 가진 강민진 전 대표가 청년정의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지난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이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청년정의당은 중앙당의 예산을 지원받아 몇몇 상근 당직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말고는 기존의 청년학생위원회(이하 청학위)와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기존 청학위보다 방만한 운영체계와 잘못된 방향성(대표 개인정치 보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당의 청년활동가들이 보는 청년정의당은 거리가 먼 중앙조직에 불과했고, 스스로 필요성을 체감하기도 어려웠다. 상근 당직자들의 주요업무가 대표 개인 정치활동 보조에 집중되어있으니 지역이나 현장에 있는 청년활동가들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또한 세대담론을 청년정의당의 주요한 지향 중 하나로 설정했던 것은 큰 오류였다. 가상자산 이슈에 있어 청년세대를 대변하겠다며 코인 투기를 옹호하는 뉘앙스의 논평을 낸 일도 있었고, 사시 부활 이슈에 대해서도 반대를 표명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적도 있다. 보수적 공정담론에 가장 앞장서서 싸워야 할 청년정의당이 오히려 여기에 흡수되어 온 것이다. 활동적으로도 ‘같은 또래의 활동가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특성 말고는 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단체 등 이미 자신의 현장을 바탕으로 활동해온 청년활동가들이 청년정의당을 활용할 이유는 없었다.

    청년정의당은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각자도생과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정치와 운동’만이 해법임을 증명하는 공간이어야 했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대학 등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운동과 정치를 경험할 수 없다는 조건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청년세대에게 운동과 정치에 대한 열망을 제공하며 활동가로 양성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했다. 몇몇의 스타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것을 활동의 양식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3세대’ 모두가 집단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청년정의당은 실패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실패 앞에서 청년정의당의 기로를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폐지’, 그렇지 않다면 ‘자립’이다.

    청년정의당, ‘폐지’가 아니라면 ‘자립’의 길로 가야 한다

    청년정의당에 대한 폐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폐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이 논의를 가로막는 것은 부당하다. 청년정의당 출범 이후 보였던 한계들은 정의당 차원에서도 큰 타격을 입혔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지 않는가? 기성세대의 무책임과 구태를 비판하겠다는 것이 청년정치가 말하는 새로운 세대의 책무 중 하나일 텐데, 왜 청년정의당만 그 책임에서 벗어나야 하는가? 반대로 기성정치의 지원은 받을 대로 다 받으면서, 책임까지 중앙당-선배세대 정치인들에게 미루려고 한다면 청년정의당이 굳이 필요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혁신위에서 청년정의당 발안자 중 한 명으로서, 청년정의당 창준위 선거 후보의 한 명으로서 청년정의당 폐지를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기만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청년정의당의 실패가 곧 청년정치 자체의 실패는 아니다. 정의당 차원의 세대교체의 실패나 진보정치 2세대 성장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정의당 폐지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청년정의당은 단지 정의당 청년정치 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전술이었을 뿐이다. 청년정의당이 아니더라도, 2030정치세력화를 통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만드는 방법과 전략•전술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실용적으로 접근할 문제이지, 옳고 그름에 대한 원칙적인 판단을 요구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청년정의당을 살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기존과 같은 방식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청년정의당의 기획과 구상을 다시 세워 내야하고,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 바로 ‘자립’의 길이다.

    청년정의당의 몇몇 활동가들은 예산지원이 부족하다고 습관적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더 근본적으로는 청년정의당이 중앙당의 예산을 지원 받으며 운영되는 것이 타당한가?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조직이, 무슨 자격과 힘으로 독립적 권한과 정견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 지점부터가 청년정의당이 가진 모순이다.

    청년정의당에 주어지는 중앙당 예산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당이 가난해서 당사도 옮기고 국회의원 월급을 차입한다고 하는데, 청년정의당만 예산을 보장해달라고 하는 것은 생떼에 불과하다. 정의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청년정의당 운영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당비를 별도로 걷어야 한다. 청년정의당을 운영하는 예산은 청년정의당이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의당의 책임이 아니다. 이것이 부문위원회와 청년정의당의 위상이 다른 이유이지 않은가? 당연하지만 정의당 당원들은 정의당에 가입한 것이지, 청년정의당에 가입한 것이 아니다.

    예산의 자립은 단순히 명분상 타당한 운영구조를 갖추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 과정 자체가 청년정의당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청년정의당이 어떤 조직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안하면서 당원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청년정의당에 필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내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의당 당원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도 없다. 당원이 아닌 시민들을 만나고 설득하면서 정의당 당원으로 입당시키는 과정이 있다면, 정의당 차원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청년정의당 운영을 대표단 회의에서 분리해야 한다. 정의당 대표단에 청년정의당 대표가 포함될 이유는 없다. 독립적인 운영과 활동을 담보해야 한다면서 매주 대표단 회의에 가서 활동을 보고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정의당의 주요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 청년정의당 대표가 포괄될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다. 청년정의당 대표의 역할은 정의당 운영이 아니라, 청년정의당 운영이기 때문이다. 예산이 독립된다면 전국위원회와 같은 의결기구에서 보고 및 심의, 논의해서 활동내용을 결정하면 될 문제다. 오히려 대표단 회의에 참여하면서, 청년정의당의 지향과 방향성이 정의당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한계만 가중될 뿐이다.

    이전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청년정치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행보와 내용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치를 열어가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 아니겠는가. 선배세대에게 의존하는, 자립할 수 없는 청년정의당이라면 어차피 시작부터 실패한 청년정치다. 예견된 실패를 또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자립 가능한 청년정의당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청년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대위 혁신 과정에서 청년정의당에서 주최하는 토론회도 예정되어 있으며, 앞으로 청년정의당의 향방에 대해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뻔한 내용들이 아니라 논쟁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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