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괴물>과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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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29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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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의 보이지 않는 공포는 살인적 치안유지법에서 출발하여 분단, 반공의 시대를 거치면서 확대재생산 되어왔다

    2007년 대한민국에 악령이 돌아왔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 송두율, 민경우 사건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이 괴물은 1,300만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을 흔들었던 영화 「괴물」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왔다.

    북핵과 한미 FTA, 분단과 냉전의 현실이 엄존하는 우리 대한민국. 지난 60년 간 보이지 않는 손인 미국의 주도로 한강물이 천천히 오염되는 동안 국가보안법은 꾸준히 그 몸집을 불려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먹고 뱉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끔찍스러우며, 거대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2007년 다시 나타난 「괴물」의 희생제물은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여 열정과 헌신으로 통일교육을 지속해온 전교조 소속의 두 선생님이다. ‘아빠, 살려줘’하며 비명을 지르던 현서와는 달리, 두 선생님은 외마디 비명을 지를 겨를조차 없이, 불과 1주일 만에 압수수색과 긴급체포, 구속영장 청구라는 괴물의 신속한 공격에 휘말려 순식간에 괴물의 검은 입속에 갇혀버렸다.

    존재하지 않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바이러스, ‘선군정치’

    괴물과 괴물의 실질적 모태이자 숙주(host)인 그들이 들이댄 바이러스는 ‘선군정치’! 온 국민이 침묵의 하얀 마스크를 쓰고 서로 쉬쉬 해오던 금기를 깨고, 감히 바이러스를 소지, 학습, 유포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통일교육을 위해 공부하고 ‘유포’했다는 자료는 교육부 평화교육 싸이트와 NK조선일보에서 몇 백 배 더 상세하고 방대하게 유통되고 있는 자료들이다.

    수구언론은 안보상업논리로 이 바이러스를 마음껏 이용하고 팔아먹어도 되지만, 교사가 사용하면 친북행위로 고무찬양이라니 이 얼마나 한심하고 어이없는 언론자유의 코미디인가. 

    이 문제의 본질은 대한민국 경제주권을 송두리째 넘기는 한미 FTA 체결을 앞두고 대선국면에서 자기들만의 대한민국을 세우려는 냉전수구 세력들이 급기야 괴물과 그 배후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 동안 음지에서 괴물을 키우고 관리해온 공안당국은 이제 그들이 기획 수사한 두 선생님을 음습한 컨테이너 상자 안에 가두어 놓고 날카로운 주사바늘을 뇌에 찔러대며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고백하라고 추궁할 걸 생각하니 그 끔찍한 현실에 치가 떨린다.

    물론 그들을 이미 예상되는 시민사회단체와 전교조의 반발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을 동원해 노란 가루(옐로우 에이전트)를 사정없이 뿌려대며 국민들의 시야를 흐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그동안 통일교육을 위해 애써온 수 많은 교사들과 전교조 및 국가보안법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싸워온 민주·인권 인사들을 오염된 한강 쪽으로 밀어붙일 것이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악용된 사례를 보면서도 우리는 현실에 무감각하기만 하다. 괴물에게 자식과 형제를 잃은 이들의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배부르고 게으른 탓일까? 지난 2004년 칼바람의 추위 속에서 촛불시위와 단식투쟁으로도 녹여버리지 못한 국가보안법을 향해 우리는 다시 평화의 무기를 들어야 한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처럼, 경찰도, 언론도, 병원도, 정부도, 심지어는 미국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선군정치’ 바이러스를 구실 삼아 친북이니, 반미니 설레발을 치며 온 나라에 노란 가루를 뿌려대는 저들의 실체를 명확히 보고,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괴물 퇴치를 위한 평화와 인권이 무기를 들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무기는 당신의 열정과 끈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영화 「괴물」 속의 주인공 남일과 남주가 들었던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들었던 두 개의 무기 곧 화염병과 화살이다.

    뜨거운 불길로 상징되는 화염병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 ‘모든 사상의 자유-상상력을 허용하라!’는 요구로 프랑스의 변혁을 이끌었던 프랑스 68혁명 세대의 젊은 열정 그것이다. 마르쿠제가 ‘에로스 이펙트(EROS EFFECT)’라 불렀던 그 변혁의 열기는 참여정부 출범이라는 거짓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지속적 후퇴 속에서 급격히 시들어갔다.

    그러나 서구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그 ‘에로스 이펙트’ 정신은 우리 역사 속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폭정과 식민과 분단으로 얼룩진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이 들불같은 열기는 바로 동학년 곰나루의 함성이고, 60년 4·19의 아우성이며, 80년과 87년에 터져나온 자주와 민주의 열망이다.

    하지만 21세기형 시민사회의 성숙함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가 다시 화염병을 들 수는 없으며, 또한 들어서도 안 된다! 그리하여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찾아야 하는 우리의 무기는 다수의 가슴에 지펴지는 촛불이어야 한다. 2004년 여의도 칼바람 속에서 국가보안법을 불살라버리지 못한 통한의 아픔을 기억하며 다시 우리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야 한다.

    아이들의 따뜻한 미래를 위해, 철폐 국가보안법

    괴물 속의 숙주(宿主)처럼 우리 안에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젊음의 뜨거운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2% 부족한 그 무엇을 채워주는 남주의 냉정한 화살이 있어야 한다.

    국보법의 모순점을 낱낱이 파헤쳐 그 심장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명중시킬 냉철한 이성의 힘이 필요하다. 국가보안법이 왜 국민의 인권과 평화와 민주와 자주와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악법의 정점인지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예리한 인식이 필요하다.

    며칠 전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내 고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 사본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당시 내가 참여했던 특활부서를 확인한 순간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반공반’이라는 세 글자가 징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나를 건너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어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당시 윤리 선생님과,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반공체제 홍보 수단으로 둔갑시켜 아이들의 세뇌 도구로 활용했던 교과서 그림들. 내 안의 진짜 바이러스는 그 때부터 이미 내 혈관을 타고 오르내리며 내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반공, 반공’ 구호를 외치며 함께 쿵쾅거렸고, 나의 뇌수까지 침투하여 뇌주름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반공의 세포들은 내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실핏줄에 칭칭 감아져 있지 않을까.

    그렇다. 우리 사회의 괴물과 숙주는 바로 내 안에, 우리의 의식과 언어, 심지어는 무의식과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저 밑바닥까지 타고 내려가 그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레드 콤플렉스, 반공 이데올로기 그것이다.

    구속을 당한 한 선생님은 지난 90년대부터 헌신적으로 실천해온 통일교육의 성과로 2000년에는 통일부 장관상을 받았고, 다른 교사는 통일교육의 모범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열망으로 통일교육을 실천해온 두 교사의 바람은 우리 사회의 진짜 괴물-숙주(host)인 국가보안법, 그리고 그것이 길러낸 불신과 공포, 차별과 전쟁의 무덤 속에 갇혀버렸다.

    괴물에게서 벗어나 암흑에서 탈출하려던 현서가 괴물의 날카롭고 재빠른 꼬리에 붙들려 다시 그 컴컴한 아가리에 갇혀버렸듯, 지금 6·15를 딛고 통일교육의 다리를 놓으려던 두 선생님도 자신들의 자유와 명예를 결박당한 채 어두운 구치소 벽 안에 감금되어 있다.

    우리는 이 땅의 분단 현실 속에서 생래적으로 자신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온 숙주 때문에 감히 그 공포의 본질을 말하지 못했다. 6․15와 함께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왔음에도 우리 안의 괴물은 여전히 그 검은 아가리를 벌린 채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보안법에서 각종 간첩단 조작 사건까지, 지난 세월 우리 국민을 억압해온 국가보안법의 역사에서 보아 왔듯이, 괴물에게 희생당한 우리의 이웃과 형제들은 ‘빨갱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했고, 남은 것은 끊임없이 우리를 짓누르는 공포감과 좌절뿐이었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현서가 세주를 살리기 위해 가슴에 꼭 껴안고 사랑을 일깨웠던 것처럼, 그 선생님들도 이 땅의 어린 학생들을 걱정하며 스스로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터이나, 그들 자신과 그 가족들이 치르고 있는 개인적인 희생을 우리는 더 이상 침묵으로만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

    아직 괴물의 입 밖에서 서성이는 그대여, 우리 다시 촛불을 들자.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괴물을 죽여야 한다는 결의와 신념으로 평화의 활시위를 당기자. 오늘 우리가 허연 침묵의 마스크를 쓰고 헛기침을 해대며 버스에서 튀는 흙탕물을 피해 뒷걸음질 칠 때, 내일 우리의 자녀들은 다시 악령의 공포와 침묵 속에서 한 세월을 살아야 하리니, 이제 시인들은 괴물의 얼굴에 정의의 침을 뱉고, 언론인은 진실의 펜을 들며, 교사는 아이들에게 현실을 바로 보도록 가르치자.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과 평화를 억압해온 괴물 국가보안법이야말로 괴물의 진정한 주인이자 숙주(host),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 매주 목요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전교조 교사 구속 및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엽니다. 구속된 두 선생님과 대한민국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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