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코인‘ 도박에서
    2030세대는 왜 빠져나오기 어려운가?
    [정의로운 경제] 각 사회적 주체들의 책임 분담 필요
        2022년 07월 21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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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주.부(코인-주식-부동산)’ 거품붕괴는 이미 시작

    지난 6월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 9.1%, 영국 9.0%, 한국은 6.0% 등 글로벌 경제는 예상보다 높고 길게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10여년 동안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경제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처를 한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처 적응할 여유도 주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0.5%라는 역사상 최저금리가 1년도 안되어 벌써 2.25%까지 높아졌다. 당연히 여기가 끝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금리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금리인상으로 GDP 대비 108%까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아진 한국의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것은 자명하지만 더욱 복잡한 이슈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영끌이나 빚투로 ‘코인-주식-부동산’투자를 했던 이들은, 갑작스럽게 불어난 이자 부담과 반대로 자신들의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이중부담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게 되었다.

    그림1 한국에서 비트코인, 주식, 부동산 가격 하락추이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각국 정부들은 한편에서는 락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활동을 제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제로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고 현금보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집에서 온라인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코인과 주식투자 인구가 특히 급팽창했다. 거의 600만명 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주식인구가 불과 2년만에 두배를 넘어 1,400만에 육박했고, 코인투자인구는 2021년 상반기에는 한 달에 100만명씩 증가할 정도로 폭발해서 현재 560만명에 육박한다.

    사람들이 자산투자로 대거 몰린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사이에 비트코인이 15배 수준으로 폭등하는 등 가상코인의 폭등은 상상을 초월했고 코스피 역시 2배 넘게 상승했다. 부동산도 연간 15%가 넘는 수준으로 계속 폭등했다. 20대는 코인투자, 30대는 주식투자, 40대 이상은 부동산 투자를 하는 등 전 국민이 자산투기에 참여했다는 세간의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품은 반드시 붕괴한다. 지난해 후반기 정점을 이뤘던 코인-주식-부동산 거품이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빚투로 가상코인 투자 가담한 2030의 파산위험이 특히 문제

    변동성과 위험성 면에서 가장 심각한 가상코인 거품 붕괴가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이 총 558만명 수준이었는데 20대가 24%, 30대가 31% 등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아구스틴 카스튼스 (Agustín Carstens) 국제결제은행 총재가 가상코인 시장을 “거품과 폰지사기와 환경적 재앙의 조합”이라고 비판하는 등 수많은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코인들의 단기폭등에 편승에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 가상코인 시장의 붕괴는 이미 처참하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 한해 GDP의 1.5배나 되는 3조달러 규모까지 커졌던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1조 달러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기폭제가 되었다. 한때 7만 달러 가까웠던 비트코인은 현재 2만 달러 수준을 횡보할 정도로 주저앉았고, 그동안 우후죽순 생긴 가상자산 투자기관들과 대출기관들이 파산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해외에서 들려오고 있다.

    최대 규모 가상자산 헤지펀드였던 3AC(3-Arrow Capital)는 지난 5월 코인시장을 끌어내린 테라-루나 급락으로 인해 지난달 디폴트를 선언해 공식 부도가 났다. 캐나다 소재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보이저 역시 3AC 파산의 여파로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암호화폐 예금자에게 18%대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예금자를 170만명까지 모집해왔던 대출업체 셀시어스도 얼마전 파산신청을 했다.

    코인 가격 급등과 함께 ‘상장 대박’ 신화를 썼던 미국 가상자산 중개소 ‘코인베이스’는 한 때 시가 총액이 750억 달러를 넘었다가 지금은 12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되었고 직원의 18%를 해고하는 등 감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NFT(대체불가능토큰) 중개소 오픈씨 역시 20%감원을 실시하는 등 파산을 피한 관련 업제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형편이다.

    2030세대는 왜 가상코인 도박판에 뛰어들었나?

    그러면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2030세대가 특히 손실위험이 매우 높은 가상코인 시장에 이렇게 대거 뛰어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거품 붕괴가 확실해지고 있는 가상코인 시장에서 이들은 지금 빠져나오고 있는가? 빚투로 파산위험에 처한 이들의 경제활동 복귀는 가능한가?

    이와 관련하여 어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청년세대의 야심적 계획: 청년들이 위험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유(Generation moonshot: why young investors are not ready to give up on risk)”라는 장문의 뉴욕발 기사를 게제했다. 비록 미국과 영국 청년들을 사례로 들었지만 우리의 상황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중요한 분석인데 요지는 이렇다.

    그림2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

    우선 기사는 왜 청년들, 특히 남성 청년들이 가상코인 투기와 주식투자에 올인하는가를 물었다. 부모세대들처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을 청년들이 일찌감치 버린 상황에서, 남은 길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인터뷰한 30대 영국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대학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우체국에서 35년 동안 일했고 세 아이를 키우고 [주택담보대출] 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편안한 은퇴생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지금 대부분 청년들에게 선택의 여지로 주어져 있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할아버지, 아버지가 하신 일을 할 수 없다면, 비록 가상코인 같은 위험한 내기일지라도 그게 어느 순간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정체된 임금, 최저 수준의 이자율, 치솟는 집값, 그리고 이제 인플레이션까지” 압박하는 달라진 경제환경에서 청년들은 부모세대들이 선택한 재정적 안정의 길을 버렸는데 전통적인 규칙을 따르는 것은 실패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엄청난 불평등과 사라진 미래 희망으로 지쳐버린 청년들에게, ‘가상코인’이나 ‘밈 주식(meme stocks)’ 등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칙을 벗어나 작동하도록 설계된 반체제적”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청년들도 현실에서 화폐 역할을 못하는 가상코인이나 원숭이 그림 같은 NFT 등이 무가치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그대로 인생을 바꾸는 일종의 ‘복권’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카지노나 도박은 죄의식이라도 들지만 가상코인 투자 등은 죄의식은커녕 매우 혁신적인 곳에 ‘투자’한다는 느낌마저 준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도박을 즐긴다면 미안한 마음이 생기지만 하루종일 외환거래를 한다면 굉장한 것처럼 느껴지듯이, 코인과 주식투자는 혁신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전혀 사회적 낙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등지에서는 로빈후드(Robinhood) 앱처럼 수수료가 없는 게임 같은 앱을 통해 단 몇 분 안에 주식 중개사이트에 가입해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등, 코로나19 와중에 집에서 온라인을 이용해 간단히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청년들의 대거 투기참여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가상코인의 경우 9년 전에만 하더라도 채굴이나 거래를 할 수 있는 코인이 단 7개였지만 지금은 수 만개의 코인들을 휴대폰 앱에서 “5개의 버튼만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된 환경이 도박판에 뛰어들게 만든 촉진제였다고 한다.

    거품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청년들은 도박판을 손절할 것인가?

    그럼 테라-루나사태 이후 거품붕괴 조짐이 확실해진 지금 코인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을까? 놀랍게도 파이낸셜 타임즈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한다. 2030세대 특히 20대는 다른 세대들보다 투자나 재정문제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 교환하고 조언과 도움을 받는데, 설문 조사에 따르면 25세 미만은 다른 연령대보다 재정 조언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할 가능성이 2배 높다고 한다.

    문제는 속성상 온라인 커뮤니티가 위험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재의 거품 붕괴를 ’주기적인 가상자산 겨울‘ 정도로 치부하고 어려움을 견디도록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들은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위험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큰데, 투자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동일한 행동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얼마 전 정부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극히 제한된 청년들에게 이자감면과 원금상환유예 프로그램을 발표했다가 ’투자손실 지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문제를 그렇게 국소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1400만 주식투자인구, 560만 코인투자 인구, 그리고 하우스 푸어 위험을 안고 있는 수백만 부동산 투자인구 가운데 영끌, 빚투로 참여한 이들의 파산위험이 그 어느때보다 높고 특히 청년층이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빚 얻어 투자한 청년들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방관할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손실위험이 큰 투자들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해서 ’혁신적 투자활성화‘ 지원을 약속했던 정치인들,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코인 투기판에 뛰어들 때 제도적 안전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 기관들, 상환능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 그리고 코인의 부실화 가능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마구 판매해서 높은 수수료를 챙긴 중개기관들의 책임 역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각 사회적 주체들은 책임을 분담하는 행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투기적인 행동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를 없앤 불평한 구조를 만든 사회적 책임도 외면할 수는 없다.

    *<정의로운 경제> 칼럼 링크

    필자소개
    전 정의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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