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개헌론' vs '차기정부 일괄론'
    2007년 01월 29일 01: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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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 국회에선 첫 개헌토론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이 29일 주최한 ‘개헌 왜? 어떻게 – 여야 토론회’엔 열린우리당 민병두, 한나라당 박형준, 민주당 이낙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자들의 면면에서도 짐작되듯 이날 토론회는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밀도높게 진행됐다. 노 대통령이 던진 개헌 제안의 방식과 시점, 내용의 적정성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토론에서 ‘민병두-이낙연’ 의원은 개헌안을 옹호했고, ‘박형준-노회찬’ 의원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이들과 입장을 달리했다. 박형준 의원은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이념적 거리가 가장 먼 민주노동당과 같은 편에 서게 됐다"고 했다.

   
 

민병두 "1단계로 ‘원포인트+알파’, 2단계로 전면개헌 논의하자"

첫 토론자로 나온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키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의 내용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전제로 개헌이 현 정부 임기 중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주로 설명했다.

민 의원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올해 아니면 20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일각에선 2012년 개헌을 말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9개월 단축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임기 단축을 약속하지 않고 ‘다음 대통령이 추진하자’는 이명박, 박근혜 예비 후보의 말은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했다.

민 의원은 이날 2단계 개헌론을 내놓았다. 1단계로 올해 중 ‘원포인트 개헌’을 이루고 18대 국회 중반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전면적인 개헌 논의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다만 원포인트 개헌 이외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넒은 토지공개념 등에 대해선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조속히 합의되는 내용에 대해선 올해 중 개헌안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다포인트’ 개헌이다. 민 의원은 토지공개념, 결선투표제, 정당명부제 등을 ‘플러스 알파’의 예로 들면서, 이들 내용이 포함될 경우 "민주노동당도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여당 주류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다포인트 개헌론’은 민주노동당 및 시민사회 세력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이려는 전술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임기 중 개헌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은 상당 부분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곧 개헌이 발의되고 오해가 제거되면 여론의 반전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동일하다.

민 의원은 "청와대 여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30%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 한 번 더하려고 (개헌 발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 임기 중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의 1/3도 마찬가지의 오해를 갖고 있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여론의 허수가 많이 걷힐 것"이라고 했다.

박형준 "개헌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두번 째 토론자로 나온 박형준 의원은 "풍년에도 안 지내는 제사를 왜 흉년에 지내느냐"면서 주로 개헌 제안의 시점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그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국민과 정치권에 의해 정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의 혼란상을 더하면 개헌은 이미 불가능하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노 대통령이 개헌을 밀어붙인다면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금년에 개헌논의가 촉발된 만큼 각 당의 대선주자들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면서 "다음 정권에서의 개헌을 위한 압력과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컨데, 개헌문제를 각 당의 대선공약으로 제출토록 하고 이후 해당 공약의 실행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개헌의 쟁점은 방대하며 깊고 (개헌은) 87년 체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의 결과)"여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아직 이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은 "(개헌에 관련된 방대한 쟁점들을 제쳐두고) 4년 연임제냐 아니냐만 생각하게 되어 있다. 논술 문제를 오엑스로 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지적은 민병두 의원이 원포인트 개헌의 ‘전제’로 삼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과 총선의 주기 일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주장 자체를 의문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개헌에 대해 깊이 숙고한 전문가들에게 어떤 개헌이 옳으냐 물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수는 한국형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적 요소가 강한 형태를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한나라당 집권 자신하면 개헌 부담은 노대통령에게"

세번째 토론자인 이낙연 의원은 주로 박형준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이 의원은 박 의원의 ‘흉년 제사론’을 빗대 "풍년에도 안 지내는 제사를 왜 흉년에 지내느냐고 하는데 지금 같으면 풍년에도 안 지내고 흉년에도 안 지내게 될 것"이라며 "(개헌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개헌에는 정치 사회적 부담이 따른다. 그런 부담을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지우는 게 현명한 것 아니냐"면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개헌 발의와 함께 노 대통령은 개헌 문제에서 손을 떼게 되는 것"이라며 "신경 쓸 것 없다"고 했다.

또 "개헌은 특정 대선주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차기 집권을 자신한다면 개헌같이 어려운 부담을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지우고 (집권 후) 경제회복과 민생살리기에 전념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회찬 "정치개혁 위한 선거구제 개편 필요, 2009년 일괄 개헌을"

마지막 토론자로 나온 노회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정치개혁의 의제로 제기했음을 환기시키면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개헌이 아니라 선거구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노 의원은 "한국정치개혁의 핵심은 ‘4년 연임 동시선거’가 아니라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차지하는 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만약 노 대통령이 제안한 ‘원포인트 개헌’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20년간 제대로 된 개헌은 불가능할 것이고,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 물 건너갈 것이다. 한국정치개혁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개헌과 관련해선,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라 토지공개념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일괄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 의원은 5당 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 ▲18대 국회 첫 임시국회에서 국회 산하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9년 9월까지 개헌안 제출하며 ▲2009년 정기국회 중 개헌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을 약속하며, 각 당의 대선 후보들도 이 같은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노 의원은 ‘원포인트 개헌이 선거구제 개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민병두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 때문에 오히려 정략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먼저 개헌 제안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민 의원의 2단계 개헌론에 대해서도 "선거구제와 토지공개념 등이 개헌의 의제로 포함되는 순간 기본권의 문제, 경제와 통일 관련 조항 등을 다루자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올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노 대통령이 원하는 게 개헌이라면 각 정당의 대표와 대선 주자들이 2009년에 어떤 개헌을 할 것인지 약속하게 하라"면서 "노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개헌정국’이라면 당장 생각을 고치라. 어느 누구도 개헌정국을 원치 않는다. 민생정국을 원한다"고 말했다.

수준급 토론과 확연한 입장차

이날 토론회는 약 1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열렸다. 토론자들은 발제자료를 거의 보지 않고 주어진 토론을 제 시간에 소화하는 수준급 토론솜씨를 보였다. 김원기 전 의장은 인사말에서, 그리고 이날 사회를 맡은 윤호중 의원은 토론 마무리 말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여야 의원들의 첫 개헌토론회’란 점에 상당한 의미부여를 했다.

그러나 오늘 토론회에서 드러난 각 당의 입장차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후속 토론회에서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김원기 전 국회의장, 원혜영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장영달, 이미경 의원 등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후보, 유인태 의원 등 중량급 인사들이 참석해 개헌에 대한 여권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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