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요로운 평등사회‘
    스웨덴 모델 여전히 유효
    노회찬 의원 서거 4주기 정책토론회
        2022년 07월 13일 10: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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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노회찬재단)이 13일 노회찬 전 의원 4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제6공화국을 넘어 새로운 공화국으로’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과 최근 정의당 내에서 논의 중인 당 혁신 방안,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조언 등이 제시됐다.

    노회찬재단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 기조연설은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이, 주제발표는 김윤철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가 맡았다.

    조돈문 이사장은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 진보정당과 민주노동운동의 추락한 사회적 위상,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실패 등의 문제를 짚고 비교적 평등한 사회로 불리는 스웨덴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대선은 평등 가치와 노동이 실종된 대선이었으며 주요 후보 3명 중 가장 반노동적인 후보로 평가 받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며 “(오늘 토론회는)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잃지 말자는 취지의 자리”라는 말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먼저 한국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소득 하위 50% 집단의 소득점유율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소득 상위 10% 이상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소득분위 집단이 최상위 1% 집단으로 2010년 전체 국민 소득의 15%를 점유하고 있다”며 “최상위 1% 소득집단의 소득점유율은 최하위 50% 소득집단과 소득점유율 비슷하다”고 짚었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불평등 심화 추세 속에서 이번 대선은 평등 가치가 실종된 가운데 노동 없는 대선으로 치러졌고 주요 후보 3명 가운데 가장 반노동적 입장을 지닌 후보가 당선됐다”며 “평등 가치 실종된 노동 없는 대선과 반노동 후보 당선의 의미는 진보정당 실패, 민주노동운동의 추락한 사회적 위상, 노동계급의 미미한 존재감이 반영된 것이며 노동계급 정치세력화 실패의 후과”라고 평가했다.

    조 이사장은 민주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대안으로 노회찬 전 의원이 지목했던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모델 국가들을 지목했다.

    조 이사장은 “국내 스웨덴 평가에 대해 대다수 공감하나, 진보진영에선 비판적 목소리 크다”고 짚었다. 진보진영 내에서 스웨덴 모델은 한국사회에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사회주의와 같은 더 급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스웨덴 개량주의’ 입장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웨덴 개량주의 입장에 대해 “(스웨덴 모델을 대안으로 꼽은 것은) 스웨덴이 완전무결한 사회라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들 가운데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문제점을 상대적으로 더 잘 극복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스웨덴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대변하는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이 경제·정치 권력을 공유하고 있으며 성평등 지표에서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웨덴이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사민당이 적극적으로 이들(노동자와 여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왔고, 광역 정당비례대표 선거제로 제 사회세력들의 정치권력 분점과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을 유도했기 때문”이라며 “스웨덴 모델에 대한 지지는 스웨덴 모델 만든 사민당의 지지로 나타났고, 사민당은 1932년부터 지금까지 전체 기간 중 80%를 집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유의미한 이행경로를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스웨덴 사회보다 더 나은 대안 사회 모델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스웨덴을 우회하기보다 스웨덴을 경유하는 것이 이행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확보하는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장은 민주노동당 강령과 2000년 민주노총 발전전략 위원회가 제시한 대안사회 모델을 언급하며 “민주노동당 강령은 전문에서 ‘사적 소유를 허용하되 소유권을 규제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하는 한편 시장 중심으로 자원배분하되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대안사회 모델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며 “민주노총 발전전략 위원회는 이를 구체화해 ’풍요로운 평등사회‘라 명명했는데, 이는 스웨덴 사민주의 모델에 민주적 시장사회주의 지향을 결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새로운 공화국을 향한 진보정치의 비전과 전략’을 소개했다.

    김윤철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거나, 정치적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특히 주목하는 점은 상위 10%가 자상과 소득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자원들, 여론을 조직하거나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들은 노조 가입 등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교섭권력을 위한 자원이 없는 반면, 양대노총 조합원과 진보 주도층 대부분이 교섭 권력 행사를 위한 정치·사회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대노총 조합원이나 진보 주도층 대부분이 상위 1%를 제외한 상위 소득 10% 안에 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노동이냐 페미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교섭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에 나설 수 있게끔 유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경제적 자원이 풍부한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가 작동했다면서 “이번 대선이 국가 비전이 없고 엉망인 된 것 역시 정치 불평등으로부터 시작된 현상”이라며 “진보정치는 자기신념 추구 성향의 표출에 주안점을 뒀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소리 내어 외치는 가운데 소외되고 배제된 사회 집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진보정치세력이 얘기했던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건설 비전은 이제 완전히 힘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아한 점은 재벌대기업이 소유한 경제전문지가 공론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20여년 전 신자유주의 주장을 반복함에도 진보정치세력 내에선 이데올로기 대항하는 작업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민주주의와 공화적 기반인 노동과 평등을 배제하는 정치 사유화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진보진영 내에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자주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도 “촛불과 광장을 과신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광장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야 할 사회경제적 갈등이나 불평등 문제를 다투기는 어렵다. 표어는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 기득권층 규탄으로밖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런 특정한 구호와 규탄 정도로 끝날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광장에 쏟아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선거를 하는 회로에 갇혀 있는데, (광장에서 쏟아내는 구호) 그 이상의 것들을 끄집어내줘야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공화국 건설’이라는 이날 토론회 주제와 관련해서도 “진보정치가 어려우니까 사회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이념적인 부분을 모색하려는 현상이 있는데, 그렇게 접근해선 새로운 공화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사회·경제 질서를 구상할 땐 기본적으로 융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진보정당은) 보수주의의 건강성 부분까지도 다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발표에는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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