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레타리아의 "히트곡 모음집"
        2007년 01월 27일 03: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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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örsta Hittarna" Vol. 1
    1995년
    1. Victor Nilson – Hör maskinernas sång
    2. Blandade Kör & Blåsorkester – Internationalen
    3. Knutna Nävar & Brechten-semble – Dialektens hov
    4. Knutna Nävar – Det är något konstigt med friheten
    5. Fred Åkerström – Den 30.1 -72
    6. Fred Åkerström – Mordet i katedralen
    7. Röda Ropet – Spring Laasse spring
    8. Knutna Nävar – Lappen och rocken
    9. Knutna Nävar – Balladen om Ho Chi Minh
    10. Dan Berglund – Johan och Johanna
    11. Dan Berglund – Våren i Backadalen
    12. Spartakisterna – Bonden plöjer
    13. Maria Hörnelius – Balladen om brödupproret
    14. Warsjawajanka – Förbundet
    15. Röda Ropet – Go med
    16. Anders Lömbro & Bodil Mårtenson – Heja Blåvitt
    17. Harald ‘Bagarn’ Anderson – Företagsdemokrati
    18. Sven Wolter M. Flera – Botten upp
    19. C-O Ewers – Luktitutet
    20. Sven Wollter – Blindtarmens sång
    21. Valrevyorkestern & Spartakuskören – Stark som en vind

       
    "Största Hittarna" Vol. 2
    1998년

    1. Anton Nilsson – Live från August Palm-jubiléet
    2. Mats och Spongo med vänner – Power to the people
    3. C.-O. Ewers, sång ; Bruno Bran, piano – Bolsjevikvisa
    4. Kurt Olsson – Språk
    5. Ola Magnell med vänner – Dagar i ösregn
    6. Piri-Piri – African marketplace
    7. Yambú – Frige Nelson Mandela
    8. Claes Malmberg – Svenska skådespelare i USA
    9. Viveca Seldahl, sång ; Ingmar ¨Spingo¨ Nilsson, piano – En proletärmoders vaggvisor
    10. Sam Westerberg band – För full hals
    11. Kal med vänner – Luffarvisa
    12. Kurt Olsson – Hur ser världen ut
    13.- Kofia – Södra Libanon
    14. Piri-Piri – To the children
    15. Gloria Melin, sång , Torbjörn Olsson, git – Que dira el Santo Padre
    16. Kurt Olsson – Italienresan
    17. Bruno Bran – Renhållningskantat
    18. Piri-Piri – Oh mamae
    19. Sven Wollter – Monolog ur Cyrano de Bergerac
    20. Totta Näslund med vänner – Det blåser en vind

     

    먼저 간단하게 스웨덴의 좌익정당에 대해 알아보자. 스웨덴 사민당은 워낙 유명하니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당은 얼마 전에 ‘사회민주노동당SAP’에서 ‘노동자당-사회민주주의자Arbetarepartiet-Socialdemokraterna’로 이름을 바꾸고 ‘사회민주주의자’를 공식 약칭으로 쓰고 있다.

    사민당의 왼쪽에는 공산당의 후예인 좌익당이 있다. 코민테른의 전통에 기반을 둔 당이지만 오래전부터 모스크바와는 다른 자주적인 노선을 견지해왔던 당이다.

    그래서 90년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 당의 약칭은 단순하게도 알파벳 ‘V’ 한글자다. 다른 편에는 생태주의정당인 환경당MP이 있다.

    원내에 있는 정당은 여기까지이고 의회 바깥에는 다른 유럽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10여개에 달하는 트로츠키주의 정당과 스탈린주의 정당, 그리고 무정부주의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들 원외좌익정당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체가 ‘공산당Kommunistiska Partiet’이다.

    공산당이 원외정당들 중 가장 덩치가 크다는 것은 자신들 스스로 주장하기도 하고 스웨덴보안국SÄPO도 인정하고 있다. 이런저런 좌익조직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보안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공산당의 당원수는 1,346명이다. 가장 많았을 때가 1985년의 2,012명이다. 지금도 많아야 1,500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명색이 혁명정당인데 공안당국이 조직원수를 한자리수자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스웨덴에서 가장 큰 혁명정당이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도 조금은 놀랍다.

    이들의 역사는 1967년 앞서 이야기한 좌익당에서 친중국파가 떨어져 나오면서 시작됐다. ‘마르크스레닌주의공산주의자동맹KFM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1970년에 내부에서 또 다른 분파가 분리해 KFML(r)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끄트머리의 조그만 ‘r’은 혁명가라는 의미로 이 두 조직을 구분해주는 유일한 단서였다.

    분리해 나온 사람들은 KFML이 수정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비난했고 원조(?) KFML은 분리파가 스탈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r자 꼬리표가 붙은 KFML은 스탈린주의자들이 맞다. 스탈린의 초상화를 들고 다니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들은 낡은 소비에트 이론과 노선을 추종했다.

    KFML(r)은 1977년 동맹에서 당으로 스스로를 승격시키고 이름을 KPML(r)로 변경했다. (알파벳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하라.) 그리고 2005년에는 지금의 이름 – 공산당KP으로 재변경했다.

    공산당은 스스로를 ‘혁명적 공산주의자’로 정의하며, 그 옆에는 더 강경한 스탈린주의정당인 스웨덴공산당SKP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성향은 스탈린주의다.

    공산당은 현재 3곳의 시의회에 진출해 있지만 전국단위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명분은 전략상의 이유와 유럽의회에 대한 반대지만 솔직한 이유는 아마 전국단위 선거를 치를 능력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 작은 스탈린주의 정당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공산당이 최소한 스웨덴 좌익문화와 관련해서 결코 작은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 <13번째 전사>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던 스웨덴의 인기배우이자 가수인 스벤 볼터(Sven Wollter)가 이 당의 오랜 당원이다. 또한 지난번에 소개한 60~70년대 남베트남연대운동DFFG에 소속된 젊은이들과 음악인들의 다수가 이 당의 전신인 KFML(r)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KFML(r)은 출판사 외에 독자적인 음반레이블을 가지고 있었고 당에 소속된 혹은 당에 우호적인 좌익 음악인들의 앨범을 꾸준히 제작했다. 오늘 소개할 "Största Hittarna"는 KFML(r)에서 KPML(r)을 거치는 시기에 이들의 음반레이블인 프롤레타리아문화Proletärkultur를 통해 발표했던 음악들 중 명곡을 가려 모은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다.

    * * *

    1995년에 먼저 발매된 첫 번째 CD는 ‘인터내셔널Internationalen’로 문을 연다. 당연히 스웨덴어로 된 가사의 인터내셔널인데 역시나 마지막 구절의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에 해당하는 부분의 가락이 독특하다. 이 부분은 나라마다, 각 언어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포크/발라드 곡으로 채워져 있는데, 첫 번째와 16번째, 19번째 트랙은 노래가 아니라 연설과 촌극의 일부를 담고 있다. (‘Hör maskinernas sång’, ‘Heja Blåvitt’, ‘Luktitutet’) 앞서 이야기한 배우 스벤 볼터의 노래도 두곡 들어있다. (‘Botten upp’, ‘Blindtarmens sång’)

    첫 번째 CD에서 가장 눈에 띠는 곡들은 크누트나 내베(Knutna Nävar – 움켜쥔 주먹이라는 뜻)의 녹음이다. 7명의 남녀로 이루어진 노래패로 ‘프롤레타리아문화’를 통해 음반을 발표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녔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모두 4곡이 첫 번째 CD에 실려 있다.

    이 4곡은 전체 18곡 중 연주와 편곡 모든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녹음들이다. 스탈린주의 정당의 간판 스타라고 해서 ‘붉은군대합창단’ 식의 음악을 연상해서는 안된다. 사실 노래하는 목소리만 놓고 보면 같은 시기 영국이나 미국의 아름다운 포크밴드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 대중적 인기는 이런 실력에 기반했던 것이다.

    크누트나 내베는 지난 번에 소개한 프리덤 싱어즈를 계승한 팀들 중 하나이다. 구성원들의 상당수는 교체됐지만 음악의 방향과 색깔은 충실하게 이어받고 있다. 9번째 트랙인 ‘호치민의 발라드Balladen om Ho Chi Minh’는 프리덤 싱어즈의 앨범에서도 선보인바 있다.

       
    ▲ 크누트나 내베(Knutna Navar)가 1972년 발표한 음반과 그들의 공연 모습.

    두 번째 CD는 3년 후인 1998년에 발매됐다. 첫 번째 CD와 마찬가지로 1970년 이후 프롤레타리아문화를 통해 발표된 녹음들을 선별했다는 설명이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1980년 이후의 녹음들이 실려 있다.

    음악도 전형적인 포크풍이었던 첫 앨범과 달리 보다 다양한 스타일과 작곡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KFML(r) 소속 정치인의 연설을 담은 첫 번째 트랙을 지나 앨범의 첫 곡인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은 존 레논의 곡을 다시 부른 것이다. 다섯 번째와 아홉번째로 수록된 ‘Dagar i ösregn’, ‘Luffarvisa’도 밥 딜런의 노래를 스웨덴어 가사로 번안해 부른 것이다.

    ‘En proletärmoders vaggvisor’는 한스 아이슬러가 작곡하고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가사를 붙인 일련의 발라드 연작들 중 하나이다. ‘Que dira el Santo Padre’는 칠레 누에바 깐시온 운동의 생존자인 비올레따 파라의 작품이다.

    노래들의 국적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80년대 이후 진보운동의 국제적 관심사들도 반영돼 있다. 아프리카의 기아(‘African marketplace’)와 넬슨 만델라 구명운동(‘Frige Nelson Mandela’), 중동의 평화문제(‘Södra Libanon’)를 다룬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기타와 목소리에만 의존하고 있는 첫 번째 CD의 노래들과 달리 두 번째 CD는 락밴드와 재즈, 클래식까지 확장된 연주를 담고 있다.

    이 두장의 CD에 담긴 노래들을 출처가 된 음반들은 현재 스웨덴에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CD의 판매를 통해 당의 재정을 충당하려는 목표도 없지는 않겠지만 KFML(r)이, 그리고 이후의 KPML(r)이 스웨덴 좌익음악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기억하고 증거를 남겨두고자 하는 욕망이 이 공산주의자판 "베스트 앨범"을 만든 가장 큰 이유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노랫말로 가득한 음악에 어울릴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40여곡의 노래들은 ‘공산당의 히트곡들’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 * *

    민주노동당이 이제 곧 창당 7주년을 맞이한다. 당의 전신이었던 국민승리21까지 계산에 포함하면 10년째가 된다. 아직까지 민주노동당이 못한 것들이 세어보면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동안 당이 대중들에게, 아니 최소한 당원들에게 진보적인 문화를 보급하고 유통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던가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당원 2천명도 안 되는 작은 스탈린주의정당도 자기들만의 히트곡 모음집을 내는데 7만당원을 자랑하는 민주노동당은 왜 변변한 기념음반조차도 못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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