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림책]『아인슈타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생쥐의 모험』(토르벤 쿨만)
        2022년 07월 12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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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의 시계

    불과 몇 년 사이에 기후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해외여행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되었고 내연 기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은 지구 환경이 완전히 파괴되고 있으며, 수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의 종말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저는 오늘 한 권의 그림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그림책은 토르벤 쿨만의 『아인슈타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생쥐의 모험』입니다.

    세계 최대의 치즈 축제를 기다리는 생쥐

    벽에 걸린 회중시계 앞에서 12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생쥐가 있습니다. 이윽고 12시가 되자 생쥐는 옆방으로 달려가 달력을 찢습니다. 그렇게 날마다 12시가 되면 생쥐는 온힘을 다해 달력을 뜯었습니다. 점점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내일이 바로 그 날입니다. 세계 최대의 치즈 축제! 브리 치즈, 하우다 치즈, 에멘탈 치즈, 체다 치즈…. 이렇게 다양한 치즈를 떠올리자 생쥐의 수염이 바르르 떨립니다.

    다음 날 생쥐는 기차를 타고 세계 최대의 치즈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축제는 이미 끝났습니다. 인부들이 빈 상자만 치우고 있었지요. 나무 상자 위에 누워있던, 통통한 생쥐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건 어제였다고, 아인슈타인.”

    시간을 되돌린다고?

    “넌 하루 늦었어.”
    “저 엄청 멀리서 왔는데요!”
    “그냥 시간을 돌아가면 되겠네!”
    -본문 중에서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작은 생쥐는 생각에 빠져 길을 걸었습니다. 통통한 생쥐가 한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냥 시간을 돌아가면 되겠네!”

    이제 먼 길을 달려온 생쥐는 어떻게 될까요? 과연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정말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까요? 설마 그 말이 그냥 농담일까요? 그런데 상자 위에 있던 통통한 생쥐는 왜 주인공 생쥐를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주인공 생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마스터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세계 최고의 치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타임머신이 있고, 그래서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을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여러분에게 질문하는 동안 저 역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내게 타임머신이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갈까?’

    처음 떠오는 장면은 취학 전 어느 날입니다. 혼자 계단 위에 앉아 있던 저는 어마어마한 개미 행렬에 놀라 개미들을 마구 밟아 죽였습니다. 두려움에 개미를 밟으면서 살생에 대한 죄의식도 느꼈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도 그날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개미를 밟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콜럼버스입니다. 콜럼버스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 그에게 출항을 멈추도록 설득하고 싶습니다. 부디 유럽인은 유럽에 머물러 살라고, 당신의 야망이 아메리카 대륙을 대학살로 파괴할 거라고, 경고하고 막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원시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권력도 자본주의도 쓰레기도 없던 시절로 돌아가 인류에게 자연의 일부로서 연약하게 살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지도 도전하지도 않는 연약한 삶이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불가능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주인공 생쥐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아인슈타인을 만난 것처럼, 저도 아인슈타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만나서 아인슈타인의 관심을 물리학보다 생태와 환경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생태와 환경 문제에서 발휘된다면, 산업혁명과 전쟁과 자본주의 문명이 가져올 참담한 미래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정작 만나야 할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살던 시대의 정치가와 자본가들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불과 100년 뒤에 닥친 지구와 인간의 위기를 보여준다면, 어쩌면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과거에 불가능하던 일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치즈 축제에 늦은 생쥐가 타임머신을 만들어 아인슈타인을 만나러 갈 수 있다면, 멸종 위기에 처한 인간은 더 쉽게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시공간을 뛰어넘는 생쥐의 모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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