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화두 '본선경쟁력' 실체인가, 유령인가
    2007년 01월 26일 07: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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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화두이다. 민주노동당의 잠정적 대선 후보군들이 동시에 ‘본선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간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선 경쟁력은 내가 최고, 후보들 서로 주장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지난 10일 YTN 인터뷰를 통해 다른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들과의 차이점으로 ‘본선 경쟁력’을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권 대표는 "단순한 대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 득표력에서 우세함을 말하며 KBS 등 이미 여러 곳의 여론 조사가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도 지난 5일 YTN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기준과 관련해 "당의 주요 정책과 정체성을 우리 서민들에게 감동적으로 전할 사람, 다른 당 후보와 겨뤄 치열하게 싸워 많은 득표를 할 사람, 그래서 이제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실현 가능한 위치에 서게끔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본선 경쟁력의 중요성과 본인의 우위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심상정 의원은 지난 16일 YTN 인터뷰에서 서민경제 해결능력을 본인의 비교 우위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내가 본선에 나서면 민주노동당이 대안 정당으로 싹수를 보여주는 변화의 상징이 되고 서민 경제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더불어 여성 표를 공략할 수 있다"라며 "본선 경쟁력은 내가 제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본선경쟁력에 대한 화두는 의원들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도 주 관심사이다. 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선 후보 선출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후보에 대한 국민 여론 지지도’가 57.1%로 가장 높은 답변을 얻어 당원들에게도 대선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정파보다 득표력에 무게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2008년 총선이 ‘대선의 기억’을 가지고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내년 총선에 관련돼 있는 민주노동당 내 대부분 인사들이 ‘정파’보다는 ‘득표력’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본선 경쟁력을 중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정책을 내놓기엔 이르다"라며 "당 안팎에서 위기감이 팽배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뿐 아니라 당원들도 내년 총선을 대비해 이번 본선 득표율에 관심이 집중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선 후보군들의 ‘본선 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당 차원의 대선 전략 부재가 더 문제라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본선 경쟁력이란 당과 대선 후보가 함께 정책과 비전을 만들고 이를 국민들에게 검증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인데, 현재 논의되는 ‘본선경쟁력’은 ‘허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본선 경쟁력은 허수"

한 당직자는 "정황상 인물 중심으로 대선이 쏠릴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이는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만들 수 있다. 의원 개개인이 모두 뛰어나지만 당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라며 "의제를 선점 할 수 있는 당 차원의 대선 준비가 먼저 마련되는 게 순서이고, 본선 경쟁력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도 "당의 후보가 돼야지 후보의 당이 되어선 곤란하다"라며 "후보 개개인의 선전에 주력하기 보다는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어떤 정책과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데, 그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일반 대중들이 논란을 벌일만한 아젠다 설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이나 전략도 없이 과거에 후보들이 쌓아놓은 개인기와 득표율을 내세우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보좌관은 "지금 말하는 본선 경쟁력이란 뭔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지 그 내용을 제시하는 게 먼저 순서이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서 그 다음에 말해야 하는 게 바로 본선 경쟁력이다"라며 "자칫하면 대선과 관련된 당의 비전이나 정책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화두가 엉뚱한 곳으로 옮겨가 정작 당이 국민들에게 어필하고자 것들이 묻혀버릴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노동당의 다른 당직자도 "오히려 지금 당장 시급한 건 대선을 대비한 정책과 비전들로 당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발목만 잡는 비판 제기당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남에게 비판 받는 작가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치 연구소 김윤철 기획실장도 "시기상 득표율을 내세울 수 밖에 없고, 또 득표율을 중히 여기는 당원들에게 의원들이 반응한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지금쯤이면 당 차원에서 대선 준비로 진보 정당의 미래와 비전, 정책 등이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강병익 연구위원은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당 밖의 진보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것 같다"라며 "각 후보들이 당과 별도로 개인 중심의 플레이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모두 민주노동당의 이미지를 발현 시켜준다고 생각하기에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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