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오래 존속한 제국
    [책소개] 『오스만 제국 600년사』(이희철/ 푸른역사)
        2022년 07월 09일 1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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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힌 제국’ 오스만

    서양사에서 오스만 제국은 ‘잊힌 제국’이었다.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부상과 확장은 유럽인들에게 충격과 함께 시련을 안겨주었다. 20세기 초까지 오스만 제국이 존재하는 동안 기독교 세계(유럽)와 이슬람 세계(오스만제국)는 대결의 구도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기독교 세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서양(기독교)과 동양(이슬람)의 이분법적 담론 속에서 이슬람은 서구의 경계 대상이 되었고, 유럽을 괴롭힌 오스만 제국은 기독교 세계 밖의 ‘타자’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오스만 제국에 관한 서구의 탐구는 지연되었다.

    오스만 제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오래 존속한 제국 중 하나이며 세계사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 제국이다. 유목인이었던 터키인들이 아나톨리아반도에 정착하여 비잔티움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뒤 유럽 ‘땅’에서 유럽인들을 대면한 것은 14세기였다. 그로부터 19세기까지 유럽과 오스만 제국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 정치·문화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했다.

    르네상스, 대항해 시대, 종교개혁 등 유럽의 커다란 변화 뒤에는 오스만 제국이 있었다.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자 동로마 제국에 있던 그리스 학자들은 이슬람을 피해 서유럽으로 건너갔고, 서유럽 사람들은 그리스 학자들이 가지고 온 동로마의 중동의 학문에 자극받아 그리스 학문을 다시 탐구하자는 학풍이 유행한다. 이것이 르내상스의 시작이다. 대항해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지중해와 홍해를 통해 인도와 동방으로 가는 항로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막히자 유럽인들은 아시아로 갈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고, 결국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연유로 오랫동안 서양사에서 ‘잊힌’ 오스만 제국은 최근 반세기 동안 터키와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 역사학자들의 탐구를 통해 서양사의 당당한 한 축으로 부활하고 있다.

    오스만 제국 vs 로마 제국

    오스만 제국은 여러 면에서 로마 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로마가 이탈리아반도 작은 도시에서 출발하여 거대 한 제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오스만 제국도 아나톨리아반도의 작은 도읍에서 출발하여 거대한 군사 제국이 되었다. 두 제국이 지중해 패권국의 모델이라는 것도 닮았고, 제국의 역사가 정복 전쟁으로 점철된 것도 그렇다. 그러면서도 두 제국은 광활한 영토와 법치를 기초로 다민족을 통합했고, 신앙과 예술 분야에서 지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또한 로마인들에게 로마 제국과 그들만의 종교와 문화가 있었다면, 터키인에게는 오스만 제국과 그들만의 종교와 문화가 있었다. 로마가 모든 로마인을 위한 세계 정상 도시였다면, 이스탄불(옛 이름 콘스탄티노플)은 모든 오스만 제국 사람들의 세계 정상 도시였다. 유럽인들에게 로마 제국이 영원한 제국인 것처럼, 오스만 제국은 모든 튀르크인(터키인)들에게 영원한 제국이다.

    600년 장대한 역사의 흐름

    이 책은 오스만 제국사 600년사를 편년체 통사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정복을 통한 군사 강국, 다민족·다종교 사회, 종교적 관용, 지적·문화적·예술적 성취, 독특한 정신적 가치관과 신념, 탁월한 건축문화와 예술, 유럽과의 교류와 상호 영향 등 오스만 제국의 특징을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말하자면 외교정치학을 공부한 학습 관성으로 복잡한 국제관계 양상의 오스만 제국을 세계사의 부분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오스만 제국을 이해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비잔티움 제국 변방의 작은 토후국이 세계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확장 전략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오스만 제국의 인식, 그리고 당면한 변화와 혁신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제국의 생명 주기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태동기-전성기-정 체기-쇠퇴기-붕괴기 등 다섯 단계를 참고하여 오스만 제국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는데, 국가 형성기와 전성기 다음의 17~19세기까지 3세기는 세기별로 변화 양상이 뚜렷한 특징이 있어 세기로 나누어 집필하였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터키인들의 선조인 튀르크인들의 과거 역사와 아나톨리아반도에 튀르크인들이 진입하여 셀주크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짚어본다. 제2부는 1300∼1453년까지의 건국 시기를 다룬다. 제1대에서 7대까지의 술탄 기간으로 아나톨리아 서부 변방에서 시작된 토후국이 오스만 술탄국으로 성장하고 확대되는 과정이다. 제3부는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인 1453∼ 1600년까지로, 변경의 오스만 술탄국이 세계 제국으로 부상한 시기로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이자 고전기Classical Age이다. 제7대 술탄부터 12대 술탄까지의 기간이다. 제4부는 격랑의 시대로 1600∼1700년까지의 17세기 오스만 제국을 탐색한다. 제13대에서 22대 술탄까지의 기간이다. 오스만 제국의 영토 확장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고 술탄의 권위 추락과 통치 위기를 맞으면서 서서히 길게 진행될 정체기가 시작되는 과정을 다룬다. 제5부는 변화와 외교의 시대로 1700∼1800년까지의 18세기 오스만 제국을 다룬다. 제23대 술탄부터 28대 술탄까지의 기간으로 중앙집권체제가 약화되고 영토가 상실되는 쇠퇴기이다. 오스트리아·러시아·영국·프로이센·프랑스 등 유럽의 5대 열강이 오스만 제국 영역에서 일방적인 전략적 이익 추 구에 몰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6부는 1800∼1922년까지 개혁과 근대화 과정을 거쳐 제1차 세계대전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다. 제29대 술탄부터 36대 술탄까지의 기간으로 개혁에 대한 저항, 소수민족들의 독립을 향한 민족주의 열풍으로 심각한 내부 도전에 직면한 위기 상황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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