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법 개정 추진,
    법제정 취지 망각하는 것”
    전문가·학자들, 검토의견서 제출
        2022년 07월 07일 07: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여당이 과도한 처벌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학자·전문가 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경위와 배경을 몰각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 전문가 네크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과 경영책임자에게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을 부여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결정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안전은 구두선일 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사진=주최측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두 8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의해 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38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수는 12건에 불과하다. 이중 검찰에 기소된 사건은 1건이다. 법 집행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영남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기획부위원장은 “검찰의 법 집행 의지가 대단히 미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소는 물론 (근로감독관에게) 적극적인 수사지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예컨대 정비 중인 크레인의 오작동으로 인해 노동자가 안전벨트에 압착돼 사망한 동국제강 사건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검사의 지휘가 없어 7월 4일 현재까지 입건조차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7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무부가 지정한 안전관리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으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감경 면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도 같은 달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법무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의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아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징적인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본래의 목적인 산업 및 시민재해의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법 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법 개정 추진을 우려했다.

    특히 ‘법무부의 산업안전분야 인증제도’에 대해선 큰 우려가 나온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소속 신희주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법무부에 의해 이와 같은 인증제도가 운영될 경우 부실 운영이 될 우려는 없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없는 부처 중심의 인증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처벌규정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적용대상 기업에서 사고 사망자수가 약 20% 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법의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권한과 책임을 서로 연계시켜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기업문화를 유도하자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그럼에도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재계와 사용자단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부응해 기업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안전의무와 책임을 완화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안전한 일터를 희망하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집권여당은 안전에 대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축소하고 책임을 완화하려는 퇴행적 추진을 멈춰야 한다”며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라는 법 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집행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날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해 시민소통비서관실을 면담하고 정부여당의 법·시행령 개정과 경영계의 시행령 개정 요구 등에 대한 검토 의견서 제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