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선택을 받지 못한 정의당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개최
        2022년 07월 06일 07: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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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의 현 위기의 원인으로 당의 지지 기반 부재와 시대적 흐름에 맞는 진보적 의제 마련 실패 등이 지적됐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진보재편 등에 대해선 정의당은 물론 전체 진보정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및 제8회 동시지방선거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는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 박갑주 변호사가 맡았고 김윤철 경희대 교수,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상무,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구세진 인하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선택 받지 못한 정의당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의당은 특정 세대와 이념성향, 직업, 성별 등 어디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지지율이 높았던 젊은층, 화이트칼라, 진보층에서도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거나 국민의힘에도 뒤쳐졌다는 것이다. 특히 정의당이 공 들였던 20대 여성과 노동계층에서도 정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미미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은 “사회 정치적인 기반으로 놓고 볼 때 정의당은 특별한 지지 기반이 없는 정당”이라며 “대선 과정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어느 계층, 어느 집단에서도 주목할 만한, 상대적으로 더 지지를 받은 기반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20대 대선에서 (출구조사 기준) 이념성별 투표 행태를 보면, 진보층 85%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11%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진보층에서 이재명 후보는 물론 윤석열 후보보다도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큰 격차로 낮다는 점은 정의당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도 “진보층의 82%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12%는 국민의힘에 투표했다. 정의당은 기타로 묶였는데 기타를 모두 합해도 8%”라며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층의 정의당에 대한 지지가 굉장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당 지지율로 봤을 때 주관적 이념성향 외에 지역, 세대, 직업 부분에서도 지지 기반이라고 볼 만한 지표가 없었다. 정 위원은 “일반적인 정당 지지율을 보면, 정의당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제법 높았는데 지금은 호남, 서울 등 지역 기반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대로 봐도 정의당 지지율이 꽤 높았던 2030세대도 그렇고, 일관되게 전 세대에서 인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이 강조해온 의제인 페미니즘, 노동과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정 위원은 “정의당을 페미니즘 성향으로 인식하지만 젠더로 봐도 여성 내 지지율에서도 특별한 것이 없다”며 “노동 이슈에 상대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아는데, 지지가 10%가 넘는 직업군이 없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정의당의 표방과 달리 하위층에서도 특별한 지지가 있진 않다”고 했다. 이런 여성과 노동 등에서 지지율이 낮았던 흐름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도 모두 반영돼 결과로 드러났다.

    특히 정 위원은 “눈여겨 볼 점은 정의당 지지자들에서의 후보 지지율”이라며 “정의당 지지자들도 이번 대선에서 상당히 이재명 후보로 쏠려 있었다. 지지층 내에서도 절반 이상이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 지지 기반 부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토론회 내내 언급됐다.

    박갑주 변호사도 정의당의 고유 지지 기반이 부재하다고 진단하며 “진보정당의 고유한 지지기반이 없다면 대변해야 할 계급, 계층,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정의당의 정치는 그때그때의 이슈와 쟁점에 대해 여론에 의해 좌우되며 장기적으로는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이해관계와 자원배분 관점에서 지지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이미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전향시키는 동시에 기존에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나 새롭게 투표권을 가지는 젊은 유권자를 동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 또한 “정의당의 위기의 원인은 20여년 넘게 특별한 전략지역이 없다는 거다. 뜨내기 정당이라는 게 위기의 본질”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노조 조직률이 2018년부터 조금씩 올랐다. 이는 사회구조의 저변에서는 자기결사를 할 정도로 사회경제적이거나 권력자원을 가지려는 약자들의 치열한 쟁투가 있다는 뜻”이라며 “정의당은 그 부분에 주목하거나 접근하거나 성과를 거둔 게 있나”라고 반문했다.

    ‘비호감 정당임을 인정해라’

    정의당이 스스로를 ‘비호감 정당’이라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위원은 “(과거엔 지지율은 낮아도) 당에 대한 호감도는 괜찮았지만 (최근엔 정의당의 비호감도도) 양당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조금 더 높지 않나 싶을 정도”라며 “양당을 비판하는 것이 정의당의 선거의 출발인데, 그 양당 못지않게 정의당이 비호감을 받고 있고 왜 그런지에 대한 진단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4.7재보궐선거 직후 한국리서치와 시사인이 실시한 ‘각 정당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 국민의힘과 비슷했고 심상정 후보의 비호감도 양당의 후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빴다. 또 녹색당이나 여성의당 등 소수정당의 비호감도는 정의당보다도 더 높았다.

    김윤철 교수는 “(정의당은) 양당체제가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보기엔 양당체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정의당이 문제”라고 날선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미워도 정의당한테 표 줘서 원내정당을 만들어줬다. 정의당은 통치라는 영역 안에 들어간 세력이고 기성정당”이라며 “그런데도 (양당 사이에서) 계속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국회의원 포함해 (지도부 등은) 약자가 아니고, 권력 잡을 기회를 얻지 못한 비주류 엘리트”라며 “그런 사람들이 계속 약자 코스프레를 하니까 교섭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눈에 정의당이 좋게 보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슈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유권자들,
    역동적 ‘변화’보단 ‘안정’ 추구…시대 변화에 맞는 대안적 의제 필요

    정 위원은 “유권자의 이념적인 분포가 상충성이 늘고 있다고 보인다. 이슈에 따라 진보와 보수적 태도를 공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이나 기후위기 등에선 진보적 입장을 가진 유권자가 더 많지만 경제 영역에선 보수적인 여론이 더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과거에는 개념 없는 유권자의 표상이었던 태도가 지금은 굉장히 유연하고 현실적인 태도가 됐다”며 “정의당도 이슈별로 세분화된 자기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념적으로 고루하거나 맹목적인 이념성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추구하는 유권자가 많아진 데에 “극단적 보수화라기보다 안정적인 보수성”이라며 “큰 변화 말고 안정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이 때문에) 근본적인 큰 변동을 얘기하는 (정치세력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얻은 후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선거 직후 검찰개혁을 몰아쳤기 때문이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요구했던 민심을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윤철 교수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것도 결국은 사회 구조, 유권자 의식과 선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안정’을 추구하는 것을 보수라고 일컫는 것도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등 대변동을 다 겪은 나라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노력해서 내 삶에서 이뤄냈던 부분을 유지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정을 추구하는 측면을 대안적 부분으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진보적인 ‘안정’, 새로운 대안적 ‘안정’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의미도 이미 다 바뀌었기 때문에 정의당은 다른 구도의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갑주 변호사는 “진보정당은 솔직할 필요가 있다. 시장체제화된 한국에서 시장의 철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인정하는 속에서 자본주의 수정을 위한 근본적인 전략을 제기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이나 산업 변화에 대해 파악하고 대안을 이야기하고, 기후위기와 팬데믹, 차별에 대한 국가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의 이름이 사민주의도 되고 7공화국도 된다. 다만 대중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의 위기, ‘진보재편’으로 돌파할 수 없다

    대선과 지방선거 전후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진보재편과 관련한 전망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진보재편이 당의 위기를 극복할 유효한 방안이라는 주장에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진보재편이든 뭐든 외부적 이벤트로 위기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며 “정의당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며 자강론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장기적으로 진보 다당제 체제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진보정당 재편이 대중적인 관심사인가, 대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가, 정의당의 낮은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현 시점의 진보재편은) 잘 모여 봤자 못난이 가족”이라며 “과거 진보정당의 분당 원인을 딘단하고 공존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더라도 합당된 당이 그와 같이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할 정당과의 공동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더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비대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원로 정치인과의 간담회를 언급하며 “너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 당원 의사를 모으는 첫 이벤트가 굳이 원로여야 하나”라며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대중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재창당을 한다는 정도의 임팩트 있는 무엇인가를 주지 않으면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철 교수도 “혁신위와 비대위가 굉장히 절박함을 보여줄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대단히 루틴했다”며 “벌써 절반은 실패했다. 이목과 관심 끄는 행보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내 비례대표 의원 사퇴 요구설이 있는데 그 쟁점은 회피하느냐”며 “가시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선택지, 의원 사퇴도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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