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세 인하 확대,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
    "독일 '9유로 티켓'의 과감함 필요"
        2022년 07월 04일 08: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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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유가폭등 대응 대책으로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한 가운데, 유류세 인하 정책이 물가억제 효과는 제약적인 반면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고유가 시대, 서민부담 낮추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유류세 인하 정책을 두고 ▲소득불균형 악화 ▲탄소중립 정책 엇박자 ▲물가 억제 효과 제약 ▲정부 세수 감소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임상수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서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했다고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휘발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는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유가에 민감해 소비량을 줄이지만, 지출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유가 급등에도 휘발유 소비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류세를 최대 인하하는 경우 리터 당 76.91원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소득분위 1분위가 1,990원의 혜택을 입는 반면 5분위는 12,143원의 혜택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유류세 인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그동안 유류세 인하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수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세 인하가 가진 역진성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정책위원은 2018년 유류세 정책에 따른 세 부담을 소득분위 별로 나눈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자료를 인용해 “소득 1분위 가구는 연평균 1.5만 원 정도의 세금 부담이 완화됐지만 소득 10분위 가구는 15.8만 원 세금 부담이 완화됐다”며 “즉 소득이 높을수록 유류세 인하로 인한 효과를 더 많이 본다”고 짚었다.

    이어 “소득 중 유류세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분위는 0.08%에 불과하지만 10분위는 0.22%로 소득을 고려해도 유류세 인하가 고소득 가구에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며 “그런데도 매번 유류세 인하는 ‘서민경제 지원’과 같은 이름으로 포장된다. 저소득자의 경우에는 자가용 출근 비중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식적인 사실이 고유가 시대에는 묻히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가폭등 상황이 외부 변수에 따른 것이라 유류세 인하와 같은 정책으론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현행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 억제라는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설정했으나 원유 및 환율 급등,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마진 증가로 인해 유류세 인하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정부 세입 감소에 따른 국가 부채 증가”만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류세 인하 중심 고유가 대책, 화석연료의 수명 연장일 뿐
    ···독일의 ‘9유로 티켓’ 같은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책 추진 필요”

    유류세 인하 정책이 탄소중립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고유가 상황은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빈곤국에는 큰 도전이자 위기이지만, 에너지 전환을 달성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유가 상황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동력”이라며 “단순히 유류세 인하를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고유가 대책은 ‘값비싼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원은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 정책 추진 ▲유류세 인하가 아닌 저소득층 중심 선별적 환급정책 ▲부당이익 환수를 위한 횡재세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는 독일의 ‘9유로 티켓’과 같은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9유로만 내면 한 달간 근거리 대중교통(지하철, 트램,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이 정책위원은 “대중교통 활성화는 고유가 시대 불필요한 유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대중교통으로 유입된 이들을 이후에도 계속 대중교통으로 붙들어주기 위한 정책을 함께 펼치고 불편한 대중교통 체계 개선을 이 기회에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의 한계인 역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선별적 환급정책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정책위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필수적으로 지원받아야 할 사람인가?’라는 판단”이라며 “저소득층 지원을 중심으로 선별적 환급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화물차용 경유, 장애인 지원용 차량, 교육기관 등이 일차적인 대상이 돼야 하고 대형 자가용 차량의 휘발유와 경유 등은 환급 지원에서 제외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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