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밑천 다 보여주다
        2007년 01월 26일 09:48 오전

    Print Friendly

    지난해 11월 30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신당을 반대한다.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을 지킬 것이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1월 25일 이렇게 톤을 낮췄다. "통합을 말하는 사람들 모두가 지역주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 때문에 당을 나가려는 것이라면 내가 당적정리를 하겠다"

    정동영 ‘협박’이 먹혔다?

    노 대통령의 태도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당 사수파인 열린우리당 김형주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당에 적어도 60~70명 정도(의원 숫자)는 모여 있어야 뭔가를 해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최근의 집단적 탈당 흐름이 노 대통령의 태도를 바꾼 직접적인 이유라는 뜻이다.

    신당파의 탈당 위협은 지난해 말 이후 줄곧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의 탈당 기류는 과거와는 양질의 양면에서 다르다. 당내 최대 계보의 수장인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 대열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 전 의장이 탈당하면 당의 한 축은 완전히 무너진다. 당내 균형추로서의 역할이 소멸되면 김근태 의장계도 당을 빠져나올 공산이 크다. 이렇게 양대 주주가 사라지면 열린우리당에는 한 줌의 ‘친노파’ 의원들만 남게 된다. 노 대통령의 25일 ‘탈당’ 발언을 두고 정 전 의장의 ‘협박’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의 탈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은 25일 "몇 몇 사람들에겐 지역주의 동력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말한 ‘몇 몇 사람’이 당을 깨고 나가도 무방하다고 봤던 세력일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고건 중도하차가 정동영을 강하게 만들어

    당내 친노파의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 정 전 의장의 탈당 위협이 당내 친노파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정 전 의장의 탈당 시사 발언이 있고 나서 의정연, 참정연 등 친노진영은 기간당원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김형주 의원은 "당이 휘청거리면서 망가지는 건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 전 의장이 ‘쎄게’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고건 전 총리의 중도하차다. 이 참에 당을 깨고 나와 호남의 지분을 되찾겠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그런데 고건 전 총리의 낙마에는 "고 전 총리는 실패한 인사였다"고 발언한 노 대통령의 책임이 없지 않다. 결국 고 전 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공격이 정 전 의장의 탈당을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아이러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기대대로 정 전 의장이 당에 남겠느냐는 것. 정치권 분석가들은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정치란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란 철학 폐기돼야"

    정 전 의장을 포함한 신당파 사람들에게 노 대통령의 거취는 이미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천정배 의원 표현대로 하면 "열린우리당 자체가 민생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강성 통합파건 중도 통합파건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25일 ‘열린우리당 중심의 대통합’을 전제로 깔고 말했다. 양측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인식의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정 전 의장은 25일 전북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 사수파를 겨냥해 "그들에게는 지분과 기득권이 있을 뿐 평범한 사람에 대한 땀과 눈물, 이해가 없다"고 했다. 또 "정치란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란 철학을 폐기하거나 당이 망가진 책임에 사죄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도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으며 이는 세금문제에 치중, 종합선물세트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과 친노파에 대해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물론 당 사수파의 당헌개정 수용과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으로 정 전 의장이 전당대회 전에 당을 깨고 나갈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당장 나가려고 해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당대회 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당파의 시간표에 따르면 적어도 오는 4월 재보선까지는 ‘통합’의 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 여당의 구조는 여기에 속도를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 이게 탈당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레임덕 본격화 되나

    한편 노 대통령은 25일 탈당 발언을 통해 자신이 쥐고 있는 정치적 밑천을 드러내 보였다. 이게 계기가 돼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쓸 수 있는 정치적 카드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남북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임기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연초에 꺼내 든 개헌카드는 고사 일보 직전이다.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