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하지 않는 사회 구조,
    한 기업의 일탈·잘못 아냐
    [기고] 부정의한 채용 취소가 공정
        2022년 06월 30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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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차별이 잇따라, 그리고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알만한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채용 성차별 문제는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 1위, 유리천장 지수 최고라는 결과를 만들고 이를 공고히 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구조적으로 가해지는 젠더차별, 성차별 속에서 여성들과 성소수자들은 노동자로서 명예도 권리도 착취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나 실력이 아닌 오로지 ‘성별’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몰상식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이번엔 ‘국민’이란 이름을 가진 ‘은행’에서 벌어진 것이다.

    신뢰·신용의 상징 민낯, 성차별

    그렇게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조작해서, 국민은행이 관리하는 ‘VIP 리스트’ 남성을 합격시킨 해당 은행은 대법원으로 부터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인사 담당자는 실형을 받았으나 여전히 국민은행이 받은 처벌은 고작 500만원 벌금형이 전부다. 또한 국민은행은 말도 안 되는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된 인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고용상 성차별’은 남녀평등기본법이 작년 개정됨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가 가능해졌다. 남녀평등기본법에 의거하여 고용상 성차별을 받은 노동자나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게다가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장 규모에 제한 없이 적용되므로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지고, 절차가 생겨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과 적절한 대처가 뒷받침 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는 사이 기준도 명분도 모호한 ‘공정’이라는 유령까지 사회 이곳저곳을 떠돌며 온갖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격차를 벌리며 사회적 가치를 무분별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공정한 채용 기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떤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사진=금융정의연대

    부정의한 채용을 취소시키는 일이 공정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 국민은행의 오래된 캐치프레이지만이 공허하게 맴돌고 있다. 국민은행의 ‘국민’ 속에 누가 쫓겨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신용과 신뢰로 움직이는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할아버지 찬스, 부정채용을 일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채용비리 혐의가 밝혀진 시중은행만 4곳 이상 이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유명한 은행들이며 임원부터 인사 관련 실무자까지 연루되어 범행이 계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원은 ‘부정채용’에 대한 개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근거를 들며 단죄하지 않고 있다. 주로 인사 담당자 직원들만 처벌받으며 이러한 관행과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임원과 기업에게는 죄를 묻지 않고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공정은, 제대로 된 처벌과 부정한 채용을 취소하는 것, 마지막으로 분명한 피해자 구제일 것이다. 이 당연한 일이 실의에 빠진 청년들과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닦는 과정이 될 것이다. 채용비리는 인사 담당자 한사람의 일탈, 한 기업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범죄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뿌리와 고리를 끊는 결정과 결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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