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주92시간 근무까지 가능,
    노동자에게 일하다 죽으라는 건가···"
    윤석열 “정부 공식 입장 아냐” 야당 “이게 국기문란”
        2022년 06월 24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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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제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관리하는 등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과 관련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주당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노동자들한테 일하다 죽으라는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주 92시간을 일하려면 주6일 근무할 경우 하루 15시간씩 일해야 한다”며 “짧은 기간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노동부는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서 현행법(기본40시간+ 연장근로12시간) 상 주당 12시간까지만 가능한 연장노동시간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바꿔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한 달 총 연장노동시간인 52시간만 지키면 된다. 만약 월 허용 연장노동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근무하게 되면 한 주에 최대 92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또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도 직무·성과급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안에 대해 “(정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필요한 만큼 마음대로 부려먹고 (임금은) 주고 싶은 대로 줘라’ 이걸 정부가 (사용자에게)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노동자를 경영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현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선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년에 한 400시간 정도를 더 일하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국가”라며 “노동자들에게 더 긴 노동을 강요하게 되면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 등 업종·직군에 따라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고용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라며 “적은 인원에게 장시간 노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8시간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실업률도 줄어들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선 “임금으로 노동자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부서별, 개인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된다면 임금이 사용자들의 관리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말 안 듣는 사람은 적게 주고 말 잘 듣는 사람은 많이 주고 이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임금체계 자체가 바뀔 필요는 있다고 본다. 현재 기본급 비율은 굉장히 낮고 수당, 상여금, 성과급 등 변동급 비중이 굉장히 높아져 있어서 임금안정성이 불확실하고 갈등도 많이 생긴다”며 “오히려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지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서 혼란을 야기하고 관리자 눈치 보는 노동자들로 전락시키는 방향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야당들 “이거야말로 국기문란”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안에 대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전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한 정책 방향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노동부 장관의 공식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것이 된 셈이다.

    야당들은 “이거야 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에 대해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노동자에게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개악 선언”이라며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닌 것을 무책임하게 발표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문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정의당 비대위 대변인도 “‘대통령 따로, 장관 따로’ 노동정책이야 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 공식 발표를 했는데, 하루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노동정책을 발표한 노동부 장관도 ‘국기문란’이라고 또 말할 건가.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52시간제를 안착화시키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정책을 내고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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