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흑색선전 "진보가 개방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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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24일 11: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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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3사가 황금시간대에 대통령의 연설을 모두 생중계했습니다. 새삼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 전파력 또한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명백히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연설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싶은 수많은 쓴소리는 모두 접겠습니다. 그가 비판과 비난을 도무지 구분 못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미 숱하게 해왔고 <레디앙>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손석춘 원장  
     

    하지만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개방은 대세입니다. 대세는 막을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때는 기계파괴운동이 있었지만 맞지 않다는 것이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었습니다. 정보화시대에도 컴퓨터 반대운동이 있었지만 이 또한 맞지 않았듯이 세계화시대에 개방을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개혁 세력이 앞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주도적인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이어 개방에 대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진보세력은 역사의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사뭇 진지한 충고라도 되는 듯이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과연 그런가요? 대통령에게 묻겠습니다. 진보가 개방을 반대하나요? 누군가요? 분명히 답하기 바랍니다. 내가 아는 어떤 진보세력도 개방을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그 주장은 한미FTA 반대진영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울뚝밸이 치솟는 대목입니다. 한미FTA 반대를 곧 ‘쇄국’으로 등식화하는 주장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지적해왔습니까? 문제의 핵심은 개방인가, 쇄국인가에 있지 않습니다. 어떤 개방인가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한미FTA 반대를 곧 ‘개방 반대’로 몰아세웁니다. 심지어 ‘기계 파괴운동’이나 ‘컴퓨터 반대운동’과 동일시합니다. 참으로 편리한 사고구조입니다.

    합리적 비판을 단순화해 묵살하는 것, 얼마나 쉬운가요? 가령 그는 국정홍보방송과 MBC, KBS를 비교한 뒤 마치 국정홍보방송이 진실을 보여준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정색을 하고 밝혀둡니다. 진보가 개방을 반대한다는 논리, 그래서 진보는 역사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주장,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 진실을 호도하는 주장입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쇄국정책을 펴자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수구세력이 ‘쇄국의 대명사’로 몰아가는 김정일 위원장도 개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경제 교류를 하겠다고 이미 오래전에 제안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국교 수립도 경제교류도 살천스레 가리틀고 있다는 데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방송 3사의 생중계 시간에 진보를 ‘개방반대 세력’으로 몰아세운 것은 명백한 ‘진보 죽이기’입니다. 그는 지난 19일에 퇴임 뒤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구심을 세우는데 뒤에서라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웃어야 할까요? 지리멸렬된 열린우리당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민주노동당의 그 누구도 퇴임한 노무현이 힘을 보태겠다는 말을 반기지 않을 성싶습니다. 아니, ‘구심’ 운운한 대목에선 모욕으로 들릴 터입니다. 그것이 ‘개방에 생각을 바꾸지 않는 진보는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생게망게한 논리에 기반을 둔 ‘힘 보태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참에 명토박아 두겠습니다. 진보가 개방을 반대한다는 식의 논리,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논리입니다. 사실과 다른 단순 논리입니다. 흑색선전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꼭 ‘닮은꼴’입니다. 진보가 개방을 반대한다는 흑색선전이 방송 3사와 인터넷을 통해 퍼져가고 있습니다. 진보세력이 눈을 부릅떠야 할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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