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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부, 노동 유연화 추진 시동
    “노동시간 월단위 관리, 임금체계 개편”
    노동계 “저임금·장시간노동 강화 법·제도개악 선언”
        2022년 06월 23일 07: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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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법정노동시간인 주52시간제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임금체계 또한 기존의 연공성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사용자단체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이라고 규정했고, 민주노총은 “시대착오적 장시간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노동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과제로 꼽았다.

    이 장관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이면서도 기본적인 제도의 방식은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지만 절차와 요건이 쉽지 않아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며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과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저축한 초과 근무 시간을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임금체계에 대해 연공성이 과도하다며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인구구조‧근무환경‧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나라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나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21년 기준 16.5%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불과 3년 뒤인 2025년이 되면 20.5%로 늘어나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청년,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및 확산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고령자 계속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재고용 등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내달 중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출범해 관련한 입법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두고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오늘 발표한 노동시장개혁방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사용자단체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뿐이고 대책은 거꾸로이며, 공정한 임금체계라고 하지만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내용뿐”이라고 이같이 비판했다.

    주52시간제 월 단위 관리 방안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1일 단위’의 최장노동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의 주장대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연공성 임금체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기업내부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연령 상승에 따른 생활비 상승을 반영하고, 임금 결정 시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를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는 등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가장 한국적 특성을 담은 임금체계”라고 강조했다.

    ‘1년 미만 노동자와 30년 이상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2.87배로 연공성이 과도하게 높다’는 노동부의 분석에 대해서도 “지금의 중장년층은 노동시장 진입 당시에 낮은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생애 총임금을 고려해야 한다. 단지 지금의 임금만 가지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며 “높은 연공성을 해결하는 방법은 30년 이상 근속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닌 초임을 높이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에서 “노동담당 부처 장관으로서 소신과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고 지난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제출된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의 관심사인 장시간노동 방안,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장관 스스로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OECD 평균 1500시간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전혀 없다”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편법적인 노동시간 연장 정책만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부 장관이라면 물가폭등 시기에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할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비정규직 대책, 산업환경의 변화로 플랫폼노동의 확산에 따른 노동자 권리 보호 방안 등의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내놔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위해 내달 출범하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 방향이 정해진 상태라 사실상 “명분쌓기용”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와 장관은 대통령과 정부의 입안의 사탕처럼 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ILO협약 비준의 정신에 맞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조 할 권리 보장, 부당노동행위 엄벌과 교섭권 보장, 교사·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 보장 등 노동정책의 일대 전환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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