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인혁당 관련 발언 사과해야”
        2007년 01월 24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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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단순히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를 넘어 박 전 대표가 인혁당 사건이 조작이라는 국정원 발표를 ‘모함’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의 최종 판결 앞에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해 유족들과 정치권의 비난을 샀다.

    당장 유족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 사과를 촉구했다. 1975년 당시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고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씨는 23일 저녁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모함’이라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법관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의 ‘인혁당은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발표에 “한마디로 가치가 없고 모함”이라고 맞섰던 일을 지적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당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인혁당 문제도 증거는 없지만 정황이 이렇다는 식이다”며 “국정원 진실위 주장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씨는 ‘아버지의 일과 딸의 일’이라는 질문에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한다면 잘못도 계승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박 전 대표의 책임을 강조했따.

    유족들에 이어 정치권도 박 전 대표의 책임과 입장 표명을 거론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24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딸은 딸이다. 연좌제에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박 전 대표도) 보통사람이 아닌 정치지도자여서 도의적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유신시절과 독재시대의 감각으로 국민을 책임지고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며 “오늘 32년이 걸린 명예회복 앞에서 독재정권의 적자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입장이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사과와 관련 겉으로는 “박 전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미묘하게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민주화 운동 출신이면서 박 전 대표와 경선 경쟁자인 이명박 전 시장을 돕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2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어차피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이 되었고 또 그것이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한다면 그 당시 사형집행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은 역사와 국민 앞에 한 번쯤은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의 사과 필요성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또 지난해 자신이 한나라당 당 대표 출마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데 정말로 한 번 탁 털어야 한다”며 “그렇게 역사의 발전방향을 가로막아놓고서도 그것이 지난 일이라고 해서 떳떳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반면 박 전 대표측 이혜훈 의원은 전날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연좌제를 하는 나라는 아니다”며 “부모의 어떠한 문제가 딸과 아무 상관없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모든 문제에 대해 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당의 모 지도자들에게 전력이 있느니 조상들이 어쩌느니 말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그분들도 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하냐”며 박 전 대표에 향한 비난을 화살을 정치권 일반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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