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얻어맞고 해고되고 사기당하고
        2007년 01월 24일 03: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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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관리자에게 폭행당했는데도 사과는커녕 도리어 해고당하고, 하청회사 사장에게 집단 사기를 당해 공장 밖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산재신청했다고 해고당하고, 심지어 말이 많다고 해고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난의 끝은 도대체 언제일까?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하청업체인 스피드파워월드(대표이사 배대식)에서 일하는 김 모(33) 씨는 23일 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받았다. 통지서에는 인사명령 거부와 작업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2월 22일부로 해고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그는 강제적인 인사발령에 따르지 않는다고 이유로 관리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당장 해고시키겠다는 협박에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했지만 그의 자리엔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허리통증에 시달리는 그에게 허리에 치명적인 작업장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를 시킨 것이었다.

    “원통해서 정말 미치겠어요”

       
     
    ▲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하청업체인 스피드파워월드에서 일하는 한 하청노동자가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진
     

    “폭행한 사람은 멀쩡하게 웃으면서 걸어다니고, 맞은 사람은 신경쓰고 피말리고…  원통해서 정말 미치겠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해고통지서를 받아든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주야를 일해 월 150만원을 받아 부모님 모시며 살아왔고, 이제 결혼도 하려고 했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그는 2005년 8월 입사했고, 조립부에서 근무하다 허리가 많이 아파 고통을 호소한 끝에 ‘Fan서열 및 휀더카바 운반’ 공정으로 옮겨 일했다. 한데 지난 해 11월 그는 문 모 관리자에게 허리에 치명적인 차체부로 다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그에게 관리자는 “몸 아프면 알아서 회사를 그만 두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소견서까지 제출하며 “당분간만 지금 하는 일을 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관리자는 아무 소용없었고, 그에게 돌아온 것은 협박과 욕설뿐이었다.

    폭행사건은 12월 4일 터졌다. 야간조였던 그는 저녁 7시 20분 경 작업장으로 가기 위해 동료들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문 모 관리자는 갑자기 그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어 뒤에서 잡고 사무실로 끌고 가 밀쳤다.

    그는 소파 모서리에 허리가 세게 부딪히면서 넘어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GM대우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한 노조간부가 이를 뒤늦게 알고 달려와 구급차에 태워 성심병원에 입원시켰다.

    이틀 후인 12월 6일 이 회사 이 모 소장이 찾아와 “일하다 다친 게 아니기 때문에 산재가 아니라 병원비를 못 준다”고 말했고, “출근하지 않으면 네 자리도 없어지기 때문에 자동으로 해고된다”고 협박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11일부터 출근했으나 그의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와 있었다. 그리고 회사는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치료비는커녕 월급마저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폭행한 관리자를 경찰서에 고소했고, 지난 1월 2일 경인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에게 인사명령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징계통지서와 경고장을 보냈고, 22일 해고를 하게 된 것이었다.

    하청회사 사장, 비정규직에게 사기치다

    또 다른 하청업체의 사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 사기행각을 벌였고, 그로 인해 6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GM대우에 ‘IP패드’라고 불리는 운전석 전면 플라스틱판을 생산하는 2차 하청업체인 신성개발은 지난 해 3월 화인테크라는 업체로 바뀌었다. 일하는 노동자들은 똑같았지만 업체가 바뀌면서 상여금이 200% 깎이고, 고용은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런데 4개월만에 이 회사는 다시 DYT라는 회사로 바뀌게 됐다. 6개월만에 회사가 또 바뀐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임금이 막 깎이고 불안에 떨면서 일할 수는 없다며 사람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차 하청업체인 대의테크에 직접 고용해달라고 요구했다.

    7월 초 노동자들이 작업거부까지 벌이자 깜짝 놀란 회사는 60여명의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근속기간도 인정하겠다고 합의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걱정스러웠지만 ‘순진한’ 노동자들은 이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사기 당한 60명 공장 밖으로 쫓겨날 위기

    한 달이 지난 8월 초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면서 DYT라는 회사와 근로계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왜 회사 이름이 ‘대의테크’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회사는 “영문 약자”라고 대답했다. 진짜 ‘순진한’ 노동자들은 이 말을 믿고 서명했다.

    그러나 그건 집단 사기였다. DYT는 1차 하청업체인 대의테크의 2차 하청업체였던 것이었다. 게다가 당장 인원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쓰겠다고 하면서 재영테크라는 용역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20명의 노동자들을 또 다른 파견업체와 계약했다.

    1차 하청업체인 대의테크의 노동자가 되었다고 믿고 있던 노동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DYT와 재영테크라는 2차 하청업체에 계약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회사가 GM대우차의 외주화 계획에 따라 아예 부평공장 밖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A씨는 “회사의 약속을 믿었던 60여명의 노동자들은 완전히 사기를 당했고, 설날 이후에는 공장 밖으로 쫓겨나게 됐다”고 말했다.

    천막으로 만들어진 공장에서 하수구 냄새를 맡아가며 더운 여름에는 선풍기로, 추운 겨울에는 간이난로로 버텨온 4~50대 여성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과 연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산재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 다른 하청업체인 진합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 모씨는 2003년 말 회사에 입사해 주․야로 매일 13시간 이상 근무했고, 허리통증이 심해지고 걷는 것조차 어려워져 지난 해 8월 21일 병원에 입원해 요추부 염좌와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판정을 받았다.

    이에 장씨는 산재처리 신청을 요청했으나 날인을 거부해 사업주의 날인이 없는 상태에서 산재처리를 신청했고 ‘요추부 염좌’가 근로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해 10월 23일 해고를 통보했다.

    이 노동자의 얘기는 한 지역신문에 실려 알려졌다. GM대우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A씨는 “하청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하면 그날부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이 GM대우 비정규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왼 팔에 깁스 하고 오른 팔로 일하고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하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하다. 폭행사건이 있었던 스피드파워월드라는 업체에서 작년에 많은 산재사고가 벌어졌으나 대부분 은폐됐고 원청회사인 GM대우는 ‘소 닭 보듯’ 했다.

    무릎에 20바늘 이상 꿰맨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회사의 강요에 의해 출근했고, 당연히 산재처리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노동자는 왼팔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임에도 강요에 의해 출근해 오른 팔 하나로 일해야 했고, 작년 말 갈비뼈에 금이 간 한 노동자는 복대를 한 채로 출근해 일을 해야 했다.

    6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집단사기 행각을 벌인 DYT의 경우 지난 해 한 노동자는 부품을 옮기다가 지나가는 차에 치어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산업재해 처리를 해주지 않고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하청노동자는 사람 취급도 못 받아요”

    현재 GM대우 부평공장에는 14개 업체 1,400여명의 1차 하청노동자와 600여명의 2차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2천여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고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1차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이 채 안되고, 2차 하청노동자는 1차의 70% 수준이다. 즉 정규직이 300만원 받는다면 1차 하청은 140만원, 2차 하청은 100만원을 받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GM대우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 상관으로 두 명이 당장 필요없으면 오늘 자르고 2-3일 내에 필요하다 하면 오늘 새로 뽑아요. 점심시간에 여러 명 불러서 출입증 반납하고 보내면 그만이죠. 시간 당 인건비가 아까우니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예요.”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애환이 금속노조 법률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속노조 법률원 박종남 노무사는 “얼마 전에는 잡담한다고 쫓겨난 아주머니가 법률원에 와서 울고 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대접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 이 시간에도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별노조로 전환한 GM대우 정규직 노조간부들의 작은 관심과 지원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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