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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시대를 비추는 거울,
    '우리들의 해방일지'는?
    [Come&See]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 동전의 양면
        2022년 06월 15일 0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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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리얼리티를 포기하고 판타지를 얻다…범죄도시2”

    최근 화제를 모은 두 편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드라마이다.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또 같이 포개 놓으면 2022년 지금 한국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두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나’와 ‘우리’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나의 해방일지>가 나를 중심에 놓고 주변을 바라본다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나와 우리의 관계에 방점을 찍는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누군가를 추앙하고, 아무나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고, 동료들 뒷담화를 까고, 동호회를 만들고 하는 행위는 자폭 직전의 나를 위함이다. 비정규직이라 차별받고, 남자친구에게 사기당하는, 자본주의 정글 같은 세상에서 버텨내기 위한 개인의 발버둥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해방되어야지만 그게 가족이건, 연인이건, 친구이건 관계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공항 픽업을 나가고, 낮에 동창회를 하고, 이웃들의 제사를 챙기는 행위는 다 우리를 위함이다. 나와 우리가 모여 만들어진 공동체, 즉 괸당을 위함이다. 전체 에피소드 소제목이 ‘누구와 누구’라고 명시되어 있듯, 드라마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나의 존재는 ‘삼춘’으로 호명되는 우리들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것이다.

    두 드라마의 공간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나의 해방일지>의 주 공간은 경기도 수원 인근의 산본과 군포를 합쳐놓은 것으로 보이는, 들판과 작은 공장이 다인 산포이다. 산포에서 서울로의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염 씨 남매는 말끝마다 계란 흰자를 운운하며, 서울로 입성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버틴다. 결국, 드라마 후반부에 염 씨 남매와 구 씨는 인 서울에 성공해 계란 노른자에 진입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염 씨 가족의 터전인 산포는 현실 한국에서의 공간적인 층위를 반영하듯 서울의 종속 공간으로 자리매김 된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 공간인 제주도는 이와는 달리 서울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공간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서울의 대안공간이다. 캐릭터 대부분이 제주에 정주하고 있거나, 한수와 선아 등의 캐릭터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은 제주도로의 귀향을 꿈꾼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15명 주인공이 제주에 모여 운동회를 하는 장면은 이러한 공간의 역학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 서울이 아니라, 인 제주도하는 드라마인 것이다.

    두 드라마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도 흥미롭다.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도시인이 그렇듯 노동에 짓눌려 있다. 출퇴근 시간, 비정규직, 승진 등 여러 직장 문제에 힘겨워한다. 같은 시간 밥을 먹고, 같은 시간 출퇴근을 하고, 퇴근해서도 회식이 유일한 소일거리인, 또한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돈에 쪼들려 사는 유니폼 문화 속에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여의도 고층빌딩의 위악적인 수직 구도와 염 미정이 질식할 것 같은 표정으로 수많은 직장인 틈에 끼어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장면은 <나의 해방일지>가 바라보는 노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동은 이와는 달리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새벽 어시장의 경매장면은 꿈틀대는 활어마냥 활기 넘친다. 해녀들의 물질, 시장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위험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노동현장이지만 캐릭터들은 기꺼이 노동을 감내하고 또 즐긴다. 은희를 중심으로 주인공들이 한데 시장에 모여 좌판을 깔고 장사를 모습의 수평 구도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동을 대표하는 장면인 것이다.

    스타일 면에서도 두 드라마는 차이를 보인다. 영상미와 나레이션이 강조된 <나의 해방일지>가 한 편의 시라면, 대사가 강조된 <우리들의 블루스>는 한 편의 소설이다. 전자가 점프 컷을 통해 각각의 에피소드의 서사를 미니멀하게 전달한다면, 후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사를 통해 각각의 에피소드를 꼼꼼하게 이어 붙인다.

    주목할 점은 시각적 스타일이 다른 두 드라마의 닮은 서사 방식이다. 두 드라마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드라마의 특성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각 에피소드가 선형적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에피소드마다 플래시백과 플래시 포워드를 길게 겹쳐 놓았다. 예를 들어 1회의 에피소드가 2회와 맞닿아있는 것이 아니라, 10회와 맞물려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서사의 간극은 에피소드 간의 긴장을 강화시키고, 시청자들이 회차가 계속될수록 미스터리하게 드라마를 쫓아가도록 만드는 기제인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의 교집합은 현재 한국사회를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가 서울 및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2~40대 청년들의 꿈과 고민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로 대표되는 지방에 정주하는 전 세대 특히 중장년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결국, 우리는 두 드라마라는 거울을 통해 서울과 지방, 그리고 청년과 중장년이라는 현재 한국사회 전체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나 드라마는 단지 웰메이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염 미정의 자아 성찰과 정 은희의 관계에 대한 천착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 줄까? 이제 우리가 써 내려갈 <우리들의 해방일지>가 궁금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필자소개
    영화감독. <고백할 수 없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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