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그날 기약하며 헤어집시다?"
    2007년 01월 22일 07: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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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분열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기획’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의 지리멸렬 분열상을 보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언젠가 다시 만나기 위해 연출한 것’은 아니더라도 ‘언제가 반한나라당의 깃발 아래 다시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론 현재 분열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강력한 미래 구심의 ‘부재’가 향후 재결합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붕괴되고 있는 여권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 천정배 의원의 ‘전략 포인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정배 의원은 대세를 읽는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단기필마의 노무현 후보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도 천 의원이다.

2003년엔 정권 최대의 실세로 떠올랐던 이광재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과도한 실세노릇을 한다"고 비판해 주저앉혔다. 또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깨고 나와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열린우리당은 4.15 총선에서 탄핵풍을 업고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그런 천 의원이 이번엔 열린우리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선도투’에 나섰다. 무슨 계산이 있는 걸까.

   
  ▲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 (사진=연합뉴스)
 

실정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나

천 의원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실패했고 이제 그만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 이 주장의 전략적 의미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되니 일단 당을 없애고 보자’는 논리와는 다르다.

우선 열린우리당 해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 해체는 곧 ‘여당’의 부재를 뜻한다. 현 정부와 책임을 나눠야 할 집권당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지난 5년의 실정을 심판받아야 할 정치적 책임단위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물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신당의 동질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에 맞서 신당세력은 열린우리당과의 ‘차이’를 강조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실정의 책임은 열린우리당에 있지 열린우리당을 극복하려는 신당에 있지 않다’는 논리를 들고 나올 수 있다.

이는 2003년 민주당 분당의 논리와 비슷하다. 지역주의와 구태는 잔류 민주당의 몫이고, 새로운 정치는 열린우리당의 몫이라는 식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내분 사태에서 일종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여당의 ‘과거 세탁’ : 대선은 미래비전의 싸움 

이런 시도는 ‘조삼모사’식 전략적 임기응변으로 비칠 공산이 다분하다. 그래서 나오는 게 ‘대통합’ 주장이다.

천 의원의 구상대로 시민사회 세력과 민주당의 일부 세력이 몸을 섞을 경우 이들과 ‘열린우리당’과의 연속성은 법적으로, 육체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

특히 대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의 장이 아니라 미래비전의 싸움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두고 내기를 걸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번 대선이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집권에 심리적 저항감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유권자층은 ‘과거를 세탁한’ 신당의 존재에서 반한나라당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다.

반한나라당의 논리적 전제 : 개혁강화-개혁세력연대론 

이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의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제기되는 게 이른바 ‘개혁강화론’이다. 천 의원은 개혁세력이 대통합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근태 의장측도 같은 입장이다.

천 의원은 가급적 많은 의원을 통합의 범위에 넣자고 하면서도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합으로 세력을 불리면서도 반한나라당의 명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한계선이 강 의장을 전후로 그어지는 듯하다.

천 의원은 ‘미래구상’과의 연대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미래구상’이 연대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을 한 번 들춰볼 필요가 있다.

‘미래구상’ 관계자는 얼마 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비노무현, 반한나라당’을 자신들의 정치노선으로 요약했다. 이는 앞으로 만들어질 신당의 기본 노선이기도 하다.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여당 의원들 

‘미래구상’측은 ‘반신자유주의’를 또 하나의 유력한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리트머스로 ‘한미FTA 반대’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하반기 당 복귀 이후 천 의원이 한미FTA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여당 의원 23명이 서명한 ‘한미FTA 비판’ 성명서에도 천 의원은 당초 이름을 올렸다가 나중에 뺐다.

김근태 의장측도 한미FTA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따지고 보면 여당 의원 가운데 한미FTA에 찬성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힌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가 ‘국익에 우선하는 협상’이라는 원칙론에 머물러 있다. 

대선정국에서 한미FTA가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드러내는 주된 기제가 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이들이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신당 ‘개혁을 핵으로, 중도로 외연 확장’ 

신당파에는 ‘실용적’ 성향이 강한 사람도 많다. 정동영 전 의장이 그렇게 분류된다. 그러나 정 전 의장측은 이를 극구 부인한다. 정 전 의장은 21일 자신의 팬클럽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출범식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담은 내용의 노래를 어린이들에게 합창하도록 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무릇 양자 구도의 초기에는 ‘정체성’을 대표하는 세력이 핵을 이루고, 그 핵을 중심으로 중도로 외연을 넓혀가는 게 일반적인 전선의 논리다.

천 의원이 ‘개혁 세력 중심의 대통합’을 말하는 것은 당위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집권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 보인다.

여당 해체는 재결합을 위한 정략 이혼?

이렇게 개혁을 중심으로 중도로 외연을 넓혀 반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되는 경우 잔류 ‘열린우리당’과 신당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대단히 복잡한 매개변수가 끼어있기 때문에 예단이 어렵다. 분명한 건 ‘반한나라당’이라는 기본 전제가 무너지지 않은 한 이들은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천 의원은 22일 KBS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견해가 맞서 하나로 통일할 방법이 없다면 시간만 끌면서 갈등하기 보다는 헤어져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큰 길에서 다시 만나는 쪽을 모색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른바 ‘합의이혼론’이다.

당 사수파인 김형주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을 나가는 명분도 안 나가는 명분도 각각인 상황이기 때문에 탈당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이 단계를 뛰어넘어 제 세력이 다시 모일 때 어떤 기준으로 모이는 지가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노당, ‘사표의 덫’에 빠질 가능성

한편 대선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반한나라당’ 구도로 압축, 재편되는 경우 민주노동당은 또 다시 ‘사표의 덫’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민주노동당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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