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당 불행을 기회로 삼지 않겠다"
        2007년 01월 22일 07: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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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인 의원은 탈당으로 여당의 본격적인 핵분열이 시작된 가운데 여권발 정계개편 국면이 민주노동당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자칫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 의원은 22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의 뜻있는 분들과 힘을 모아 새로운 희망을 만들 것”이라며 “민주당, 민주노동당 일부 의원들과 교감을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정당 분열 민주노동당 입지 강화

    물론 민주노동당의 기본입장은 "여당이 뭘 하든 갈 길은 간다"로 요약된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22일 임종인 의원의 탈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이미 붕괴 과정에 들어섰고 정당으로서의 기본적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당이 분열하면 할수록, 한나라당 후보자 간 감정대립과 분열이 커져갈수록 대선 공간에서 민주노동당의 입지와 목소리는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대변인은 또 “민주노동당은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넓게 힘을 합치고, 진보세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아서 이번 대선 구도를 보수 대 진보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 의원이 말한 ‘민주개혁정당’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임 의원의 새로운 모색에 호의를 갖고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임 의원이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비슷한 의견을 많이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민주노동당과 임 의원이 일치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도 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정당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여당의 핵분열이 민주노동당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회찬 의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남의 당 불행을 갖고 민주노동당이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유일한 정책정당으로서 ‘마이웨이’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한국의 비정상적 정당체제에서 비롯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국면에 완성도 높은 민주노동당이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비정상 정당들의 정계개편에 완성도 높은 민주노동당 끼어들 필요없어

    김성진 최고위원도 “민주노동당이 (여당 탈당세력과의) 연합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은 당 중심성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순 의원도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이벤트만 하는 정당은 공중분해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동당은 이런 때일수록 더더욱 기본원칙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FTA협상 저지 민주노동당 결의대회 당시 단상에 오른 지도부 (사진=민주노동당)
     

    임종인 의원 등 여당을 탈당한 개혁적인 인사들이 민주노동당에 들어올 경우에 대해 민주노동당 쪽에서는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당원 가입을 개방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며 “과거 전농에서 농민들이 입당할 때도 기존의 당원들이 기득권을 주장한 적도 없고 오히려 우대했던 바 앞으로 누구든 그렇게 들어오면 좋은 것이고 차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문은 항상 열려있다

    이영순 의원도 “대통합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민주노동당의 뜻에 동의한다면 그분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지만 이념이나 정책, 정체성을 놓고 토론을 벌일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고유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당의 정계개편이 민주노동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도 존재한다. 진보와 개혁을 한데 뭉뚱그리는 ‘진보개혁세력 교체론’이 재현되거나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론’이 다시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지금은 핵분열하고 있지만 위기일수록 구심력이 작동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집권이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여당의 정계개편은 ‘반한나라 결집’으로 포장되면서 소모스러운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당직자는 “당에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당 중심으로 질서있게 대선과 총선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당의 정계개편 과정에 민주노동당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현 기관지위원장은 “그동안 ‘진보개혁세력’에서 힘의 우위는 ‘개혁’에 있었는데 개혁을 대표하는 열린우리당이 힘의 진공상태에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보개혁세력의 블록 안에서 민주노동당이 힘과 비중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민주노동당에 대단히 유리한 지형변화”라며 “당은 이런 때일수록 폭넓은 연대를 통해 진보의 입지를 키워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 개편 과정 적극 개입해야"

    이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붕괴를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진보연합을 구축하는 데 나서야 한다”며 “예를 들면 대선후보 선출에 있어서도 진성당원에 가중치를 두면서 선거인단에 문호를 열거나 대선후보 선출 자문단을 두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시민사회운동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미래구상’의 출현이나 임종인 의원의 탈당 등으로 진보와 개혁을 여전히 기대하는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노동당에서 멀어지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윤철 실장은 “진보의 의제나 경쟁자 구도가 다원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임종인 의원이나 미래구상 등 진보 안의 무한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중대한 국면”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달리 의제 제기의 속도를 더 내야 하고 의제 제기뿐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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