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분열 가능성도 높아질 것"
        2007년 01월 22일 0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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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해체 과정이 가속도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한나라당의 속사정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붕괴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반한나라 연합전선으로 재결속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당의 지리멸렬 상황이 당내 유력 주자들의 ‘딴집 살림’ 유혹을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여당의 분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장집 교수의 "정권에 실패했으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여권의 분열, 국정의 혼란에 대해 누구 하나 반성이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각자가 구명도생하려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당 분열 파장에 촉각 세우는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의 ‘탈당 쓰나미’로 민생이 실종되고 있다”며 “재집권 정략을 위해서라면 당원의 뜻과 민주적 절차도 깔아뭉개더니 이제는 국정파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당을 버리고 깨는데 여념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당 임종인 의원이 이날 탈당 선언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 “바로 그 정략적인 의도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앞날에 실패만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같은 비난 속에서도 여당 분열이 가져올 파장의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분열된 여권이 지난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여 준 것처럼 결국 반한나라당 세력으로, 드라마틱하게 통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희수 의원은 “결국은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면서 대선 양강구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고, 박찬숙 의원은 “반한나라당 깃발 아래 헤쳐 모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승환 의원은 “현재 여당의 분열로 여권 전체가 지리멸렬하지만, 대선주자도 없는 상태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속단”이라며 “집권여당은 진보세력을 대변하고 있고 우여곡절 과정을 거쳐 2002년 후보 단일화처럼 다양한 정치 실험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파괴력 있는 부분으로 새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개방형 국민 경선제 두번하려는 속셈

    진영 의원도 여당의 분열과 관련 “여당은 개방형 국민경선을 2번 하려는 속셈”이라며 “(여당 분파에서) 각자 후보를 뽑고 또다시 예비경선 결승전을 치르려는 정치공학적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도 그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짧은 시간에 과포장 되면 선거에서는 감성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어 한나라당은 이를 경계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새로운 반한나라당 세력에 대한 경계와 함께 여당의 분열이 자칫 한나라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에서 여권의 신당으로 ‘담을 넘어갈’ 의원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자 기대이다.   

    다만, 여당의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당내 경선을 피하기 위해 탈당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경우 대선주자와 그를 따르는 세력까지 동반 탈당해 결국 ‘분당’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승환 의원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 경선이 지나치게 과열돼 (대선주자들이) 경선 없이 각자 살림을 차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며 “매우 우려스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나라당이 자만심에 빠져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의원도 “한국 정치에서 야당은 항상 분열이었다”며 “의도된 정치공작이든 단합이 부족한 것이든 그런 구도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은 현재 통합 열망이 강해 다자구도가 용납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대선주자간 네거티브전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부분이 갈라서는 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화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의원도 “여권이 지지부진하면 할수록 한나라당 예선만 통과하면 된다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고 그러면 두 후보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진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 후보와 여당 신당 세력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쪽의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탈당해서 여당과 연대하는 일 생길 수도

    하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특정 경선주자가 안되겠다 싶어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며 나아가 탈당한 주자와 여당의 연대에 대해서도 “추운 날에 36.5도도 모이면 따뜻하다고 하지 않겠냐”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대선 관련 세미나에서 여권의 분열과 ‘반한나라당 세력’으로의 통합을 전망했던 국민대 김형준 교수도 “여권의 약화될수록 야당 분열의 가능성은 커진다”며 “여권의 분열로 야당 분열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후보가 없으니까 야당 유력후보들이 세게 부딪히고 결국 경선을 치르지 않는 다자구도의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당의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여당이 잔류파, 개혁적 탈당파, 보수적 탈당파로 3분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와 관련 여당을 탈당한 보수세력이 한나라당으로 영입될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의 예상은 서로 엇갈렸다. 

    진영 의원은 “한나라당도 차제에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한 연대, 연합이 필요하다”며 “여당에 한나라당과 더 가까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한나라당 영입이) 가능하고 또 지역성 탈피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도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는 대선보다 2008년 총선에서 정치생명 연장”이라며 “수도권 쪽 (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도 개인적인 비리가 없다면 구태여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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