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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선거 후 정의당,
    당명 바꾸고 새판을 짜야
    [기고]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2022년 06월 13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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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선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정의당이 문제다. 차라리 무소속이었다면 당선되었을 텐데였다. 위로의 말들이 적잖이 불편하다. 후보가 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 사실이었지만 모든 것은 부족한 나의 탓이다.

    사실, 내 선거 결과보다 당의 추락이 더 마음 아프다. 자신을 비극적으로 멈춰 세우면서까지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던 노회찬 선배의 마지막 순간이 지금 내 마음 같았을까?

    애당초 나는 정당주의자가 아니었다. 90년대 초, 지하정당에서 제도권 정당을 선언했던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비롯해 민중당, 국민승리21을 백안시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민주노동당 막바지에 입당했다.

    부르주아(bourgeois) 계급사회를 민중봉기로 뒤엎은 후 무산자에 의한 중앙 집중적인 권력을 쟁취해 나아가는 프롤레타리아 독재(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 즉, 사회주의 체제로의 이행만을 유효한 미래가치로 보았고 세계혁명을 열렬히 지지했고 그것을 가능케 할 수단으로써 지하운동에 심취했었다.

    정신병자 소릴 들을 테지만, 세계를 휘몰아친 금융위기 여파와 광우병 촛불로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08 금융위기’ 당시, 혹시 그날이 아닐까 싶어 ‘무장봉기’의 아련한 추억에 가슴이 뜨거웠었다.

    그랬던 내가 일산 킨텍스 통합진보당 5·12 폭력 사태를 목도하고 절망의 끝자락에서 묵혀두었던 ‘사회민주주의(이하 사민주의)’를 꺼내어 학습하고 사민주의자로 전향했다. 고백하건대 그 이전 진보정당 활동은 ‘무봉’을 위한 외피에 불과했기 때문에 사실상 나의 첫 당은 정의당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진보신당 시절 나와 가장 크게 갈등했던 세력들은 사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박용진 등의 복지파였다는 사실, 사민주의가 내세운 복지정책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체제극복이 아닌, 연명하는데 기여할 뿐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때마침 2013년 7월 21일 진보정의당 당명개정 및 제2창당을 위한 당대회에서 사민주의로 당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민당으로의 재창당을 위한 ‘가자 사민당’을 조직해 전국을 돌며 혼신을 다했지만, 48.19%를 득표하는데 그쳐 현재의 정의당으로 결정되었다.

    정의당은 지난 10년 동안 사민주의적 조미료를 가미했지만, 실제는 정체성 모호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팬덤 정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 시간 동안 지독하게 우리를 따라붙었던 ‘민주당 2중대론’은 불가피한 귀결이다.

    인민-대중은 정의당이 갈수록 심화되는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기회의 불공정과 사회적 불평등 등 한국적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지만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강한 채찍을 가했다고 판단한다.

    과거 청년세대 지지는 진보정당이라는 등식은 이제 한낮 추억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민-대중이 가졌던 진보정당 또는 진보정당 활동가들에 대한 부채의식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뼈아픈 대목이다.

    윤석열 집권 이후 처음 치른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들은 이재명 패배와 검수완박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 어쩌면 인민-대중의 민주당으로의 줄 세우기 압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왜?

    ‘만인의 평등, 자유와 인권의 존중, 개인주의, 독립심과 자립심, 사상과 비판의 자유, 관용’ 등 고전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민주당과 진보적 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온 정의당을 인민-대중은 구별하지 못한다.

    이른바 ‘사회 자유주의’라고도 일컫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에 평등의 가치를 보완한 차별 해소를 통한 사회정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치사상으로, 시장경제와 시민적·정치적 자유, 특히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이익의 확대를 지지하며, 또한 정부의 합법적인 역할은 빈곤, 보건 및 교유과 같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정의당을 당원들마저도 민주당과 어떤 정책적 차이가 있는지 분별하지 못한다.

    정의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또 광역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연석회의 등 의견수렴을 거쳐 비상대책기구 구성에 대해서 오는 12일 혁신지도부 선출안(1안)과 혁신비대위(2안) 2가지 안으로 압축해 전국위원회에 안건 상정할 예정이다.(전국위원회에서는 지도부 선출안으로 결정했다-편집자)

    아무튼, 일 순간의 정치적 미봉책이 아닌, 당 정체성 확립과 진보 집권을 위한 중장기적 대안을 모색하는 백가쟁명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다만 한 가지 곁들이자면 지난 10년의 실패한 실험으로 마무리된 진보적 자유주의 또는 케케묵은 사회주의 또는 민주적 사회주의 등이 중심의제로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

    이번 논쟁을 통해 당명을 바꾸고 정의당 외 진보 세력을 망라한 새판짜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당원투표로 결정할 새로운 당명은 정체성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할 일인가?

    낙선 이후 침수대책 1인 시위만 간신히 이어갈 뿐, 피로감과 온몸의 두드러기 때문에 도움 주신 분들께 고마움도 표하지 못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 정리 중이다.

    길을 가로막은 수국을 잘라낼까 고민하다 받쳐 세웠다. 수국은 소박하지만 수려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잘라내지 않는 게 잘한 것 같다. 그렇듯 인민-대중의 채찍은 잘라냄이 아니라 거듭남의 요구일 것이다.

    풀은 거친 바람에 발밑까지 누울지언정 언젠가는 바람보다 먼저 웃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이니, 부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광주시당 서구갑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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