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인력 공급론,
    지방대 공약과 충돌 우려
    [교육] 학과 통폐합과 수도권 정원
        2022년 06월 09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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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공급을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했나 봅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방대 살리기 국정과제와 잘 어울릴까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특히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육부뿐만이 아니고 전 부처가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풀어야 될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고, 재정으로 지원해야 될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지원하는 결단”도 주문했습니다.

    교육부를 콕 집어 ‘스스로 경제부처로 생각해야’,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 등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는 보도 또한 나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다운 모습입니다.

    교육분야 국정과제의 첫 번째는 100만 디지털 인재 육성입니다. 대선 교육공약의 첫 번째는 AI 교육혁명이구요. SW, AI, 반도체가 앞으로 중요해지니 그에 맞춰 사람을 육성하라는 그림입니다.

    예전 산업화 시대 교육관의 소지 있습니다. 교육의 여러 측면을 간과하고, 인적 자원 공급으로만 접근하는 도구주의 시선일 수 있구요.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라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민교육헌장에도 안 맞습니다.

    다른 국정과제는 괜찮을까 의문입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는 서로 부딪치는 지점이 여럿 있습니다. 정시 확대와 지방대 살리기가 함께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SW, AI, 디지털 인력 양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지방대학 시대’ 국정과제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작년 5월에 <K-반도체 전략>을 내놨습니다. 반도체 산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31년까지 10년간 3만 6천명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려는 듯 합니다. 산업부 소관 국정과제에서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및 관련 학과 정원 확대 검토 등을 거론했고, 이행계획서에는 반도체 대학원과 비전공 학생 트랙 신설을 담았습니다. 교육부 소관 국정과제는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 AI 영재학교와 마이스터고를 내용으로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결손인원, 편입학여석을 활용한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입니다. 다른 학과에 빈 자리 있으면 그걸 모아서 반도체 학과 늘리는 모양새입니다. 대학 내 학과 통폐합의 우려 있지요. 여기서 더 가면 수도권 대학의 정원 제한을 손 놓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면 지방대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운데 윤석열 정부의 조치로 위기가 가중됩니다. 지방대 국정과제는 곤란해지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심화됩니다.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반도체 산업을 위해 국토균형발전을 희생해도 되는지, 지방대 살리기를 방기해도 되는지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밀어붙이기나 다그치기 보다 여러 요소를 두루 고려하는 가운데 해법을 모색하는 편이 낫습니다.

    대통령이 교육부에 창조적 파괴를 주문했다던데, 교육과 균형의 많은 사항들을 파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제를 여러 방면에서 종합적으로 살피면 좋겠습니다.

    필자소개
    교육 담당 정의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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