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드라마 ‘미남당’,
    근기법 준수 요구에 '해고'
    “원청 KBS 책임, 잘못 바로 잡아야”
        2022년 06월 07일 06: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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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7일 KBS 2TV에서 방영예정인 드라마 <미남당> 제작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가 모두 해고된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KBS는 ‘미남당’이 불법 촬영이 계속된다면 6월 27일 예정된 방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남당’ 스태프 노동자들은 식사·휴게시간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 연장을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라고 했으나, 제작사측은 노사협의를 요구한 지 단 하루 만에 해고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진=기자회견 주최측

    이날 회견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미남당> 제작에는 KBS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 피플스토리컴퍼니, AD406 등 3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오는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스태프 대표 등은 지난달 30일 피플스토리컴퍼니와 첫 노사교섭을 진행했다.

    이미 6개월 가까이 촬영이 진행된 상태에서 지난달 31일 재계약을 앞둔 상태였다. 노조 측은 남은 촬영 기간만이라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노동시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근로시간을 연장하라’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미남당’ 스태프들은 이미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15~16시간씩 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겨우 3~4시간 수면만 가능한 무리한 일정을 이어왔다“며 ”추가촬영이 확정된 약 한달 반의 촬영기간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작사는 이를 거절하고 촬영·조명·녹음 등 스태프 10여명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제작사 측은 노사협의 과정에서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별용역계약을 맺은 프리랜서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2018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드라마 촬영 스태프들의 계약형식과 별개로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법원에서도 수차례 감독급을 포함한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동행동은 “‘미남당’ 사태처럼 많은 드라마들은 여전히 법을 위반해가며 제작되고 있다. 심지어 개선을 요구하는 스태프들을 해고하고, 불법을 지속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현재 한국 드라마제작 현장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방영사인 KBS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행동은 “KBS는 원청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제작사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끝까지 ‘미남당’이 불법적으로 촬영된다면 6월 27일 예정된 방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요구를 KBS 및 제작사인 몬스터유니온과 피플스토리컴퍼니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방송스태프지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그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지난 3일 낸 성명에서 “KBS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은 스태프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됐음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드라마 현장에서는 ‘KBS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스태프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부당한 해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KBS가 제작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을 용인하는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KBS도 드라마 <미남당> 스태프 해고의 책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KBS는 사태 해결에 앞장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더 이상 ‘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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