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은 그를 '작은 거인'이라 불렀다
        2007년 01월 21일 0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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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지 않고 싸워나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어요. 조합원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정말 놀라워요. 작은 거인이죠”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는 이봉건 대의원의 말이다.

       
     
     

    160Cm를 조금 넘는 작은 키의 송승욱 지회장(사진 왼쪽)은 800여 현대제철 조합원들에게 ‘작은 거인’이자 무너진 한보를 일으켜세운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는 전날은 16일 강릉에서 아내가 딸아이를 출산했지만 대의원대회를 위해 곧바로 당진으로 차를 몰고 올라왔다.

    지난 해에는 신혼여행을 갔다오자마자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막 결혼한 아내를 혼자 집에 놔두고 노조사무실에서 먹고자면서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용재 선전부장은 “지회장님이 저렇게 헌신적으로 하는데 간부들이 대충 할 수 없죠. 저도 지난 해 철야농성 129일 중에서 보름정도만 집에 들어갔어요”라고 말했다.

    – 한보철강 부도 만 10년을 맞았는데 소감은?

    = 부도 이후에 회사 정상화가 무산되면서 온갖 어려움이 있었다. 수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고 남아있는 우리들도 임금반납과 복지삭감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자본에 맞서 투쟁의 깃발을 올렸으나 자본의 탄압에 못이겨 회사를 떠났다.

    끝가지 남은 18명이 노동조합 깃발을 움켜쥐고 어두운 시간을 지냈다. 서서히 조직력을 확보하고 2004년 매각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이 선정되고 사실상 조직력을 회복해서 인수되기 전에 힘차게 투쟁의 깃발을 올려 노동조합 기틀을 마련했다.

    인수 이후 현대차 그룹의 막강노무 관리 속에서 두 번의 임단협 과정과 두차례 강제전보 반대투쟁 등 1년에 절반 정도를 투쟁했고 승리해왔다. 지금은 감개무량하다. 노동조합을 일정정도 반석 위에 올려놨다고 본다. 투쟁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경험을 얻었다.

    – 가장 어려웠을 때는 언제였나?

    = 18명의 조합원이 만평이 넘는 공장안에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의 협박를 당하면서 남아 있었을 때 가장 어려웠다. 18명 중에 누군가는 이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예상은 빗나갔다.  18명이 지금의 원동력이라고 자부하고 또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그때를 기억한다면 대처해 갈 수 있을 것이다.

    – 간부들의 고생이 많았을텐데

    = 현대차그룹이 인수하자마자 47일을 강제전환배치 반대투쟁을 벌였다. 2005년에는 83일간 임단협 투쟁을 했고, 2006년 129일을 싸웠다. 확대간부 전체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노조사무실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싸웠다. 정말 간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 조합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 조합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한보시절 어려움을 겪었던 조합원과 신입조합원의 생각이 차이가 있다. 오래된 조합원들은 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크고 스스로 일어섰던 조합원들이이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신입조합원들은 기존에 조합이 있었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다. 생산직 경쟁률이 100대 1정도 되기 때문에 마치 관리자인 것처럼 들어오는데 인식을 바꾸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 정태수를 비롯해 당시 경영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시작하지 말아야 할 공장이 생긴 것이다. 시작했다면 적어도 완공이라고 시키고 부도가 났어야 했는데 정경유착과 부실경영으로 부도가 났다. 부도 이후에 여러 명이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권과 정태수가 책임지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정권과 자본이 IMF를 불러온 것이다.

    – 한보 부도의 교훈은 무엇인가?

    = 정경유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다시는 그런일이 없어야 한다. 그 때는 그러한 과정들에 대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정리해고자와 아픔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주어진 환경에서 다시 싸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조합 존재의 목적이다.

    – 올해가 IMF 10년인데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어떠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투쟁은 승리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제 경험이고 제 구호다. 그리고 잘 됐다고 자만하지 말고 더 현장 중심으로 뛰고 노력할 때만이 현상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당산공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고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노동조합의 중심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싸워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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