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진입 성공한 가난한 자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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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20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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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부대찌개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부대찌개에 대해서는 워낙 많이들 알고 있어 특별한 이야기를 할 것이 있을까 싶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꼭 집고 넘어가야할 음식이라 이렇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부대찌개에 관해 나의 관심은 ‘위생’과 그에 따른 사회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가난에서 피어난 새콤달콤한 맛

부대찌개는 종종 언론에 대서특필 되곤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맛’과 ‘멋’ 때문이 아니라 ‘위생’ 때문이다. 2003년 10월 30일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부대찌개에 관한 한 소식을 전했다. 그 내용을 보자.

‘서울 경찰청 외사과는 30일 서울 용산 미8군 식당에서 사병들이 먹다 남은 스테이크 조각과 햄, 소고기를 부대찌개집에 넘겨준 미8군 근로자 김모씨(57) 등 2명을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음식찌꺼기를 부대찌개에 넣어 판매한 식당 업주 유모씨(62)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ㅇ부대찌개집 사장 유씨와 경기 문산읍 ㅅ부대찌개집 사장 박모씨(48)는 2001년 1월부터 김씨 등 2명으로부터 음식찌꺼기 1,200㎏을 넘겨받아 일반 고기와 섞어 부대찌개에 넣어 판매하는 수법으로 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경향신문 2003년 10월 30일)

다 알다시피는 부대찌개는 불행했던 한국사와 궤를 함께 한다. 한국전쟁 직후 배고픔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미군부대 쓰레기 처리장을 뒤져, 먹고 남은 고기 등을 김치 등과 함께 커다란 쇠통에 넣어 끓여낸 것이 부대찌개의 원조이다. 사람들은 이를 ‘꿀꿀이죽’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부대찌개’의 ‘원조’는 가난과 배고픔으로 점철된 한국사의 달갑지 않은 기억의 한 부분인 셈이다.

이러한 부대찌개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위 신문기사는 부대찌개의 ‘원조’ 조리법에 대해 새삼스럽게 시비를 걸고 있는 셈이다. 장충동의 족발, 오장동의 함흥냉면 등 다른 음식골목들에서 조리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원조’ 경쟁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대목이기도 하다.

부대찌개 원조 조리법이 시비와 비난에 대상이 되든 말든 간에, 부대찌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애정을 받아왔다. 새콤함과 달착지근한 국물 맛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맛이지 않은가?

햄, 소시지에 다진 쇠고기 김치 파 마늘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을 넣고 육수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 만들어지는 부대찌개의 맛의 비밀은 김치의 새콤한 맛과 햄을 만들 때 맛을 살리기 위해 첨가된 설탕의 달착지근한 맛의 조화이다. 거기다가 라면사리 하나 넣어 먹는 맛이라니…

부대찌개 주류에 들어가다

사실 음식에서 있어서 이 ‘위생’의 문제는 한 사회의 주류음식으로 대접받느냐 아니면 변방의 음식으로 남느냐 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즉 ‘위생’이라는 말의 의미하는 것은 사회적 수준에서 사람들이 요구하고, 인정되는 일종의 합의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음식문화에 있어서 이러한 ‘위생’ 관념의 사회적 성격은 일종의 ‘구별’과 ‘차별’을 제도화하고 구조화한다.

즉 음식과 관련된 위생이라는 말에는 사람이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차별과 구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대찌개에 ‘위생’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부대찌개가 한 ‘음식문화’ 내부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음식문화에는 이러한 구별 짓기에 대한 수많은 기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밥먹는 방식에 대한 동물과 사람에 관한 구별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돼지처럼 먹는다’, ‘밥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라며 끊임없이 차이를 강조하고 그것을 훈육한다.

이렇게 구별짓기는 비단 밥을 먹은 태도에서뿐만 아니라 도살, 채집 등 음식재료의 가공, 조달방식에서부터 음식의 조리과정과 방법에까지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별 짓기는 계급 간에도 존재한다. 지배계급은 음식 먹는 순서는 물론 숟가락, 포크, 칼 등 식도구의 사용방법, 식탁에서의 태도 등을 통해 차별화하고 이러한 상징을 통해 보다 강화된 지배 권력을 행사한다.

가령 옛날 뛰어난 사람들은 다 ‘신의 아들’이거나 하늘에 의해 ‘선택’된 ‘선민의식’을 가지기 쉬운데, 이러한 의식은 음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배계급은 밥 먹는 것마저 어렵고 복잡한 ‘방식’을 도입하고 그러한 방식을 통해 ‘절제’의 미학을 보임으로써 미천한(?) 다른 계급과의 구별을 시도한다. 

최근 영국의 한 TV 프로그램인 ‘빅브러더’에서 한 출연자가 인도출신 여배우를 두고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여 큰 논란에 빠졌다. 그 중 하나는 ‘손으로 밥을 먹는’ 미개한 인종이라는 의미였다. 밥 먹는 태도는 곧 잘 차별과 구별을 낳는다. 말이 많이 샜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감안해 볼 때, ‘미각’이라는 것이 천부적인 것이고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음식이 단순히 ‘맛’을 통해 평가되고 판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곤충을 먹거나, 채식을 하는 등 영양학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볼 때는 음식과 맛의 ‘사회적’ 성격은 더욱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여간 간에 부대찌개에 있어 사회적으로 ‘위생’의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것은 부대찌개가 드디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또는 받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99년의 식중독균이 검출된 소시지 파동 등을 비롯한 부대찌개의 위생을 둘러싼 그간의 여러 문제제기들은 이제 많이 잦아든 것 같다. 확실하게 부대찌개로 보편적인 우리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일까? 전 세계적으로 햄과 소시지에 대한 소비가 감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은 유독 그 소비가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스팸’을 만드는 다국적 회사에서 그 이유를 조사해보니 ‘부대찌개’를 끓이기 위해 소비되는 ‘스팸’의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요즘 들어 햄버거의 소고기 패치, 햄, 소시지 등 이른바 재구조음식(reconstruction food)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어니 해도 ‘건강’문제 때문이다. 재구조음식이란 고기 등을 갈아서 새롭게 모양을 잡아 만들어 내는 음식을 말하는 것인데, 고기를 갈아서 만드니 지방이 과다하게 포함되거나, 내장 등 질 낮은 고기가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맛을 내기 위한 인공첨가료가 과다하게 들어가니 건강을 걱정할 법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는 어린이들이 먹는 학교급식에서 재구조음식을 추방하기 위한 캠페인과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운동의 여파로 영국의 대부분 패트스푸드점에서는 재구조화되지 않는 통 패치들이 도입, 판매되고 있다.

하여튼 간에 건강과 음식을 둘러싼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부대찌개가 또 다시 넘어야 할 고비가 될지 모르겠다.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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