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윤석열 정권의
    민영화 정책 추진 규탄”
    정부, 검토도 추진 계획도 없다지만 국정과제 보고서엔 관련 내용 가득
        2022년 05월 30일 07: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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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국제공항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비서실장의 개인 의견”, “민영화 추진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시민사회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보고서엔 전체 공공부문에 걸친 모든 가용한 수단의 민영화 정책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민영화 정책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에너지, 교통, 의료 등 영역에서 국민의 안전이나 공공성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사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공기관에 대한 소유권·경영권의 민영화를 넘어서 ‘공공서비스 영역’ 자체를 파괴하고 자본에게 넘기려는 ‘더 위험하고 더 나쁜 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게 아니고 한국전력처럼 지분은 우리가 갖고 경영은 정부가 하되, 30~40% 정도 지분을 민간에 팔자”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현재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해명은 국민 기만”이라 규정했다. 이들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 개인 의견이라는 구차한 변명”이라며 “공기업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완전히 넘기는 것만을 민영화로 한정해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민영화 정책 추진 유형으로 ▲공공기관 기능조정/외주화/인력감축 등 공공서비스 축소 ▲공공기관 및 출자회사 지분 및 자산 매각 ▲전력, LNG,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에 공공기관 기능 축소 및 민간대체 시장개방 ▲교통, 산업, 생활 인프라 SOC 민간투자 확대 ▲공공의료 확충 대신 민간병원 지원확대 ▲건강정보 등 공공기관 빅데이터 활용한 의료의 산업화 추진 ▲사회서비스 분야 민간공급 확대 ▲국민연금 불신 조장과 소득대체율 하향을 통한 민간보험 활성화 등을 꼽았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은 ‘공공서비스 영역’ 자체를 민간자본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축소)과 외주화, 인력감축 정책으로 축소된 공공서비스의 빈자리는 거대 자본이 차지하게 될 것이고 공공성 파괴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일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변명이 사실이라면 이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일제히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추진 흐름에 저항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에 의해 민영화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거론된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국정과제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박대성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대통령실에서 인천공항 등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적 없다며 부정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전면 수정되지 않는 한 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김대기 비서실장은 도로, 도시가스, 철도 등 민자사업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맥쿼리인프라의 이사로 재직했던 터라 아무리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도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철도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당시엔 ‘철도민영화’가 아니고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했다”며 “공공기관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것만이 민영화가 아니다. 국민 삶의 필수적인 공공재를 활용해 민간기업이 이윤추구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가 결국은 공공성을 훼손하고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관제 및 시설유지보수 업무의 공단 이관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철도민영화론자들의 오래된 주장”이라며 “관제와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운영과 완전히 분리시켜야 완벽한 운영과 시설의 분리가 이뤄지고, 비로소 철도 운영부문에 복수의 경쟁사를 유치하여 민영화와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를 민영화시키려고 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 활동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에너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내용의 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록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에너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야 재생에너지 기업과 자본이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시장 중심의 에너지 민영화 정책과 원전 확대는 오히려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에너지 민영화를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경로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지난 30년 동안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추진해온 정책들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와 똑같은 ‘시장 육성책’이었다”며 “단 한 번도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 채 30년 동안 에너지는 수익성 좋은 상품이 됐고 시장은 커졌으며, 온실가스는 급증했고 기업들은 배를 불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는 상품이 아닌 기본”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는 돈벌이만 된다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에너지 시장이 아니라 에너지 공공성”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순 발전산업노조 부위원장은 “MB시절의 민영화 시즌2가 다시 시작되는 듯하다”며 “인수위는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에서 한전이 독점하던 ‘PPA’ 즉 전력구매계약을 점진적으로 시장에 개방한다고 했다”고 짚었다.

    최 부위원장은 “말이 좋아 독점을 깨고 민간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전력분야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여 서서히 민영화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1분기 한전의 적자가 8조원은 원자재 값 폭등으로 인한 전력구매비용 상승이 원인인데 ‘한전이 경영을 잘못해서’, ‘탈원전을 해서’, ‘방만경영을 해서’ 그렇다고 보수신문들이 글을 써대고 있다”며 “한전 및 발전사는 적자라는 이유로 손발을 묶고 돈 되는 사업은 PPA를 통해 민간자본에게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 우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이 ‘공공기관의 선진화’라는 포장으로, 박근혜 정권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포장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듯 윤석열 정권이 어떠한 포장지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발전노동자는 그 실체를 폭로하고 국민의 전기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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