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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의 연방총선 투표,
    20년만에 처음으로 참여
    [기고] 기후위기, 중요한 선택 기준
        2022년 05월 28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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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치에 대한 절망감과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분노로 우울증에 걸릴 지경에 다다랐을 때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방황인지 방랑인지 알 수 없었던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내 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바로 이곳 시드니였다. 그렇게 혈혈단신 도망쳐 온 낯선 나라 호주 시드니에서 별, 나무, 바다, 너른 들판 그리고 아름다운 하늘빛…이런 것들에 위로 받으며 20년째 살고 있다. (물론 고생도 무지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오늘은 호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20년 만에 처음 투표에 참여한 체험담과 호주 연방총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년 만에 처음 투표를 하게 된 이유는 그간 한국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영주권자로 살다가 작년에 시민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반구 끝자락에 위치한 촌스러운 나라, 백호주의로 유명했던 나라, 어느 기관에서 조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중년 남성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 1위로 뽑힌 나라’ 호주의 선거 제도와 선거 결과에 별 흥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세계는 평평해졌고 방안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전쟁의 현장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형편임을 감안한다면 다른 나라의 선거는 어떻게 치러지는지 알아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앞으로의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우선 호주의 복잡한 선거 제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이번 선거로 이루어진 정권교체의 의미와 노동당 대표로서 호주의 새로운 총리가 된 앤서니 알바니즈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노동당 정권에 거는 나의 기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호주의 선거제도

    *1924년부터 의무투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90% 이상의 투표율을 자랑하며 정당과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제도이다. 선거 전 선거인단 명부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상원의원(6년)은 대선거구제, 선호투표제, 비례대표제이며 하원의원(3년)은 소선거구제, 선호투표제, 과반수투표제이다. 하원의원의 정해진 다수의석을 차지한 당의 대표가 자동으로 호주의 총리로 선출된다.

    *선호투표제이기 때문에 개표에서 당선 확정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주 토요일 투표 후 6일이 지난 현재 개표 현황은 77.96%이다. 76석을 차지해야 독자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동당은 현재 75석이 확정된 상태이고 76석을 무난히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선거제도는 당세가 약한 군소정당이라도 대선거구에서 1차 개표와 우선순위 재배분 등을 통해 최소투표수(쿼터) 충족이 가능하여 원내 진출이 용이하다. 따라서 사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시대적. 지역적 여론의 흐름을 의정 활동에 많이 반영할 수 있다. 군소 정당이 상원에서 주요 정당 간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어 상원의 재심 기능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군소정당에 과도한 권력이 제공된다는 지적도 있다.

    *소선거구제와 과반수득표제는 기존의 주요 정당에게 유리하며 의회의 다수당이 확실하게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용이하다. 선호투표제와 차선순위에 따른 투표 재배분으로 1차에서 가장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가 결과적으로 낙선하는 경우가 있고, 군소정당이 의석수를 못 얻더라도 당락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식백과를 참고했으며 간단하게 줄이느라 고생했지만 여전히 기네요)

    연방총선 결과 및 특징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동당의 승리로 9년 만에 보수정당(자유. 국민연합당)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리고 무소속과 녹색당도 지난 총선 대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호주 연방총선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왜 이렇게 조용하지?”였다. 지역구의 당선자 숫자에 따라 나라의 총리가 결정되는 가장 큰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차마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게 선거가 치러졌다. 나름 치열했던 선거였다고 하지만 내가 한국 정치판에 익숙해서인지 몰라도 호주의 선거운동 기간은 상당히 소박하고 성숙해 보였다. 마치 자유당 혼자 선거를 치르는 양 온통 자유당 후보 포스터와 자유당이 붙인 안티 알바니즈 포스터만 온 거리를 도배했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다른 당의 포스터와 선거운동원을 볼 수 있었는데 특징이라면 선거 운동원 대부분이 젊은 청년들이었다는 것, 많은 숫자가 무리지어 다니지 않는다는 것. 아무도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큰 선거구의 상원의원조차도 몇몇 선거 운동원들과 조용히 팜플렛을 나눠 줄 뿐이었다. (내가 본 것은 도시의 풍경이니 지방선거 운동의 특징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큰 선거인 셈인데 한국과는 사뭇 다른 선거 분위기와 운동 방식 그리고 국민들의 태도가 꽤 인상적이었다. 나는 투표 전에 나름 자유.국민 연합당, 노동당, 녹색당 그리고 사회당의 정책을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투표 전날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녹색당의 정책 공약은 거의 사회당에 가까웠고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내 세계관이 지향하는 바였다. 그래서 상원의원 투표는 교육, 환경, 세금, 부동산, 장애인, 난민 등 여러 정책에서 급진적인 The Greens를 우선 1번으로 선택했다. 2번 Labor, 3번 Socialist Alliance, 4번 Animal Justice Party, 5번 Sustainable Australia Party…6,7, 8. 하원의원 투표용지는 정말 길었다. 당이 21개, 그 중 선호하는 후보에 1번부터 12번을 써야 하는데 아는 당이 별로 없어서 녹색당과 노동당 후보에 순번을 몰아주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 선택에 만족한다. 정권도 교체되었고 녹색당도 약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연방총선의 결과를 보며 몇몇 인물에 주목했고 호주 정치판에 불어 닥친 변화의 물결이 반가웠다. 우선 노동당 대표이자 이번 연방총선에서 호주의 새로운 총리로 당선된 앤서니 알바니즈는 정치경력 26년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는 의회 내 법안 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가 호주 최초의 비잉글랜드 출신의 총리인 것도 의미가 크지만 그의 이력 또한 여느 정치인들과 사뭇 다르다. 알바니즈는 장애를 가진 싱글맘 밑에서 성장했고 보잘 것 없는 정부주택에서 자랐다. 그리고 이혼남이다. (현재는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

    알바니즈는 이번 주에 취임선서를 마쳤고 네 명의 주요 부문 장관을 이미 선출했다. 그중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 또 한 명 있다. 이번에 외무부 장관에 선출된 중국계 말레이시안 페니 왕이다. 그녀는 알바니즈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며 이미 노동당 집권 시절 기후변화 장관과 재무 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그녀는 2008년 호주 내각의 첫 아시안이었다. 그녀는 싱글맘이며 레즈비언이다. 상당이 지적이고 성실하며 진취적인 유능한 정치인이다.

    사실 대부분의 이민자들과 호주인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호주인들은 대체적으로 삶에 만족하며 사는 편이고 여느 복지국가들처럼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며 산다. 아마 호주가 의무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투표율은 상당히 저조했을 것이다.

    그런 호주의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선택했다. 돌아보면 자유당이 집권하는 동안 호주는 사상 유례 없는 국가적 재난을 많이 겪었다. 몇 달 동안 지속된 산불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토지가 손실되고 자연이 훼손됐고 동물들이 희생됐다. 많은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어진 코비드-19 팬더믹으로 많은 국민들이 직장을 잃었고, 유학생과 워킹 홀리데이 등 많은 인력이 자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으로 인해 인력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따라서 서비스직 임금이 많이 인상됐고 덩달아 물가도 상승했다. 올 봄엔 상상을 초월하는 대홍수로 그 피해액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재난에 자유당 정부는 나름 신속하게 대응했고 정상복구를 위한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왜 스캇 모리슨 정부를 외면했을까? 어쩌다 70년, 120년 동안 꿋꿋하게 지켜온 자유당 텃밭을 놓치게 되었을까? 모리슨 정부의 실효성 없는 부동산 정책과 부자에게 유리한 세금.세제 혜택, 세계 1위의 철광석 생산국, 세계 2위의 석탄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서 보여줬던 스콧 모리슨의 탄소배출 문제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성의 없고 무책임한 대책 발표 등으로 인한 국민의 실망감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이해된다.

    많은 호주 사람들의 관심사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과감한 조치와 즉각적인 대응에 있다. 지난 산불 또한 조사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석탄층 개발에 대한 제지가 필요하지만 모리슨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석탄 부자들의 개발에 힘을 실어 주는 형편이다. 호주는 현재 기후변화 위기의 재앙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웬만해선 집회를 잘 하지 않는 나라임에도 젊은 세대들은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 호주의 천혜 자연 또한 빠른 속도로 훼손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리더십 있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노동당 알바니즈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

    그런 면에서 나는 노동당 앤서니 알바니즈의 리더십을 믿어 보고 싶다. 알바니즈 정부는 당선과 함께 환경, 기후변화 대책, 제로 탄소배출 계획 등을 가장 먼저 발표하며 더 나은 나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스콧 모리슨은 선거가 끝난 후 오히려 홀가분해 하는 표정이었다. 알바니즈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했고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하며 선거 패배를 즐겼다. 그만큼 어려운 시기란 의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관계 악화, 식재료의 가격인상, 에너지 공급 문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정권이 교체됐다. 호주 국민들은 노동당을 선택했다. 이건 엉뚱한 소리이긴 하지만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나는 개인적으로 정신지체가 있는 어머니와 둘이 가난한 동네에서 외롭게 자란 알바니즈가 오늘날 노동당의 대표로서 호주 총리가 됐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런 알바니즈 총리가 원하는 나라는 그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이다. 호주의 진보 정치를 대표해 온 알바니즈와 그가 이끄는 노동당이 내 놓은 정책은 서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노동당이 내세운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실하게 산적한 문제들을 열심히 해결해 나가길 바라며, 명철과 온기가 넘치는 노동당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독자. 호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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