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 팬클럽은 홍위병인가?
        2007년 01월 19일 01: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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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인들의 팬클럽 문화와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참여정치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이들 팬클럽이 초기의 건강성을 잃고 퇴행적인 모습으로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정책 등을 공유 확산시키면서, 동시에 대중 참여 정치의 모범적 전형을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일부 정치인의 팬클럽이 보여준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거점된 정치인 팬클럽 

    이들에 의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간 ‘검증 전쟁’도 팬클럽을 중심으로 확전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표 미니홈피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표의 미니홈피 게시판에는 이명박 전 시장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제기한 글이 올라왔다. ID ‘이성권’이라는 네티즌이 작성한 이 글은 ▲일본 오사카 출생지 고의 방기 의혹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상업용지 특혜 분양 사건 ▲황제테니스 사건 등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을 20가지로 요약했다.

    그러자 이 전 시장측 ‘명박사랑’이 맞불을 놨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베일에 싸인 박근혜 사생활 ▲부정축재 유산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부산일보, 육영재단 등 ▲콘텐츠 부족 – 수첩공주 등을 검증항목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은 "팬클럽이라고 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 아니냐. 필요하면 자제시켜야 하고, 자제시키려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팬클럽은 준정규군

    이런 양상은 팬클럽의 ‘준정규군’화 추세와 관련된 것으로 지적된다. 팬클럽을 더 이상 정치권 외부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들의 정치 지향성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팬클럽인 ‘창사랑’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하거나, 고건 전 총리의 팬클럽 관계자들이 고 전 총리의 정계은퇴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이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팬클럽을 정치권 진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일부 지지자들의 이해와도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에서 ‘노사모’의 일부 멤버들이 국회의원 뱃지를 달거나 청와대로 진출하는 것을 지켜본 ‘학습효과’가 이런 기대치를 높였다는 시각도 있다.

    팬클럽의 정치운동이 위험한 이유

       
      ▲ 이명박 전 서울시장 팬클럽 <명박사랑>
     

    팬클럽의 ‘정치화’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다. 정치적 행위의 타당성 여부와 정치화의 적정 수준 등이 논쟁거리다. 노 대통령 당선 후 ‘노사모’도 순수한 팬클럽으로 남을 것인지 정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인지를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다만 이들 팬클럽이 정치의 중심권에 드는 것이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팬클럽은 인물에 대한 호감이 바탕돼 형성되는데 이 호감에는 이성적/비이성적 성분이 섞여 있어 자칫 특정 인물에 대한 정치적 맹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팬클럽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때 대표적인 참여정치 모델로 평가받았던 ‘노사모’가 대중의 신망을 잃게 된 원인을 이런 각도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절대적 옹호와 정치화의 욕구,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팬클럽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밖에 없다"

    정치인 팬클럽은 대중들의 정치 참여의 폭을 한결 넓혔다는 점에서 분명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참여의 폭보다 참여의 ‘질’을 따질 때라는 지적이 많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지금은 참여 폭발의 시대"라며 "성숙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숙한 참여의 요건으로 능동성, 관용성, 책임성 세 가지를 꼽았다. 능동성은 고양됐는데, 관용성과 책임성이 부족한 것이 현 팬클럽 문화의 수준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 팬클럽은 지지 후보의 철학과 역사의식, 비전을 통해 모인 것이 아니"라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박사모’와 ‘명박사랑’의 전쟁을 ‘HOT’의 팬클럽과 ‘젝스키스’ 팬클럽의 싸움에 빗대기도 한다.

    한편 민주노동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팬클럽을 가진 노회찬 의원은 "정치인 팬클럽은 일반 국민들의 자발성에 기초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정치인에 대한 무비판적인 맹신과 상대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비난으로 정치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클럽이 돈 주고 사람을 사서 지지부대를 만드는 과거의 정치를 극복한 것임에도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인해 무용론 또는 해악론이 나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될 경우 다시 쇼윈도우 안의 정치가 돼버린다."며 "팬클럽의 수준이 정치인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니만큼 당사자가 나서 자중을 시켜야 한다."

    ‘노회찬과 온라인 벗들’은 준비 단계로 현재 각 포털에 흩어져 있는 지지 커뮤니티들이 통합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면,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현재 5천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노의원은 팬클럽 관련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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