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586 용퇴’ 쇄신 요구에
    지도부 반발 “당내 분란만 가져올 것”
    내로남불 비판에 "정치권 전반 문제"로 비켜가기
        2022년 05월 25일 0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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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비난에도 25일 다시 ‘팬덤정치 결별’과 ‘586용퇴’를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른 지도부들은 당내 분란만 일으킬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으나,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김영춘 전 장관님 최재성 전 수석님 밖에 없다”며 “선거에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순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직후에도 ‘586 용퇴’를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22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이고, 2030 청년들은 이 격차와 차별과 불평등의 최대 피해자이자 해결의 주체”라며 “586의 남은 역할은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당내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와 내로남불이 여전하다고 진단하며, 이날 다시 한 번 팬덤정치 결별과 대중정치 회복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팬덤정치 때문에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잘못된 팬덤정치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주요 원인이 일부 강성지지층만을 기반으로 하는 ‘팬덤정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개혁 강행만이 살길이다’, ‘최강욱 봐주자’라는 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팬덤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민주당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렬지지층, 문자폭탄에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내 윤리심판원이 지선 전에 징계 절차를 마치라는 비대위원장의 요청에도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20일에 차기 회의를 개최한다고 결정했다”며 “이제 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다. 비대위의 비상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강욱 의원의 징계 절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거듭된 쇄신 요구에 다른 지도부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586 정치인’인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586 용퇴론은)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의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에 당의 논의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박 위원장의 주장이 당내 분란을 자초할 것이라며 지방선거 전략으로도 유효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언급한 ‘586 용퇴론’ 등 당 쇄신안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지금도 따로 논의는 있지 않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불리하니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들께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 지 돌아봐야 한다”며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난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잘해야 되는 것이고 혁신도 지속적으로 해야 국민들께 진정성 있게 인정받는 것”이라며 “당의 상징적 인사들을 총동원해서 절박하게, 국민들한테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을 주시라,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게 지금 필요한 선거 전략”이라고 했다.

    특히 ‘586 용퇴론’에 대해 “그 자체가 내부에 여러 가지 분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선거 앞두고 나서 마치 보여주기식으로 그렇게 가는 것은 신중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을 향한 내로남불 비판에는 “비단 민주당의 문제만인지, 대한민국 정치권 전반의 문제인지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이런(내로남불)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지점들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덤정치 결별 주장에 대해서도 “편협하게 접근해선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박 원내대표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다 공감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한편 박지현 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 발표에 대한 다른 지도부들의 비난에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느냐”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이 과연 희망이 있는 당인지 지켜보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로 트집 잡을 것이 아니라 혁신의 비전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86용퇴론’ 등 박 위원장의 쇄신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는 윤호중 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제 호소문 발표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다”며 “저는 기자회견 전 윤호중 선대위원장께 같이 기자회견하자고 했고, 선거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 총괄본부장에 취지와 내용을 전하고 상의를 드렸다. 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했던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저는 국민의 목소리, 청년의 목소리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며 “진정한 지도자는 소수 팬덤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며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달라”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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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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