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3사, 한미FTA 6차 협상 눈감아"
        2007년 01월 18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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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6차 협상에 대한 언론의 보도건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심층적인 분석없이 사실관계 전달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김정대 연구원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방송 3사의 FTA 관련 보도, 기사 건수를 조사한 결과, 3일 동안 KBS가 5건, MBC 4건, SBS 6건을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의 하루 평균 보도건수가 25~29건인 점에 비춰보면 하루 1~2꼭지로 보도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미FTA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보도건수는 물론이고, 한미FTA의 졸속 추진에 대한 비판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점에 비춰보면, 방송이 공론장의 기능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리포트 당 보도시간도 KBS는 하루 평균 2분27초, MBC 1분57초, SBS 2분56초의 시간을 FTA 관련보도에 할애해 3분도 되지 않을 뿐더러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SBS에 비해 보도시간이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한미FTA 관련 보도는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고건 전 총리 대선 불출마 선언 등에 밀려 뉴스 뒷부분에 배치됐다.

    보도형식을 살펴본 결과 방송 3사의 보도가 모두 스트레이트로 심층분석 보도는 한 꼭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한미FTA 협상은 다양한 협상분과에서 각각 양측간의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부문이 많다”며 “언론이 양측이 제시한 안을 비교, 검토하고 우리측 협상단이 세간의 우려대로 ‘끌려가기식’ ‘빅딜을 위한 가지치기식’의 협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밝혀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FTA 관련 보도의 정보원은 주로 한국과 미국의 협상단이었다. 특히 MBC는 범국본 관계자를 직접 인용한 보도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단식농성에 대해서도 KBS는 민주노동당의 목소리가 기사에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농성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MBC와 SBS 역시 형식적으로 인용했을 뿐, 국민을 대리하는 현역의원들이 협상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없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MBC는 17일 FTA 관련 보도가 한 꼭지에 불과 했는데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가 여대생들을 만나 홍보전을 펼쳤다는 가십성 보도(사진)였다. 김 연구원은 “미국측 협상단이 벌인 언론플레이에 MBC가 제대로 응대를 해준 셈”이라며 “MBC는 이날 신라호텔 인근에서 노숙중인 의원들과 노동자, 농민들을 보지 못했던 것인가”라고 물었다.

    협상 첫날인 15일부터 언론에서는 고위급간의 이른바 ‘빅딜’과 ‘물밑협상’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이러한 빅딜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어떤 분야를 내주고 어떤 분야를 받을지, 빅딜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전원이 벌이고 있는 사상초유의 단식농성에 대해서도 단독 보도한 방송사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MBC는 한미FTA 6차 협상 관련 보도에서 농성 사실마저도 시청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KBS는 인터뷰 없이 기자 리포트로만 간략히 처리했고, SBS는 권영길 의원단 대표의 짧은 인터뷰만 내보냈을 뿐이다.

    한미FTA 반대 집회와 관련한 보도에서도 집회 내용보다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에 대한 우려를 마치 흥밋거리로 다루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의 한미FTA 반대 관련 집회 보도는 얼마나 강력한 폭력시위가 나타날 것이고 경찰이 이에 대응할 것인가를 부각시킴으로써 집회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선정적이고 흥미위주의 가십 거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대해 “협상 쟁점을 구체적,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고른 정보원을 활용해 내용의 다양성을 높였인 대목은 높이 살만하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한미FTA는 결코 흥밋거리일 수 없다. 현재만이 아닌 미래의 생존 문제”라며 “따라서 더욱 언론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미FTA 관련 보도 문제점을 즉각 인식하고 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결과가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칠 6차 협상 보도에서부터 균형 있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에 이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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