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 대선후보 관련 기사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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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18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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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1월 16일자에 실린 “‘전진’, 지지 대선후보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이재영 기획위원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를 실어준데 대해 레디앙 편집진과 이재영 기획위원에게 감사드린다.

    기사 내용 중에는 몇 가지 사실관계와 가치판단의 오류가 있다. 애초 인터뷰 자청을 결정하고 추진한 선거강령TFT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전진 회원으로서 그에 대한 반론과 유감을 표하고자한다.

    우선 기사 초입부에 “‘전진’ 대선기획단이 <레디앙>을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고”라는 언급이 있는데, 인터뷰를 자청하고 추진한 것은 대선기획단이 아니고 대선기획단 산하 ‘선거강령TFT’의 결정에 의해서였다. 사소한 착오일수도 있겠지만,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바로잡는 것이다.

    기사 중에는 97년 체제 종식을 말하며 ‘권영길 체제’ 소명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이는 답변자 개인의 견해를 기사 작성자가 해석하고 요약한 것이다. 전진의 공식 견해 및 다수 회원들의 견해와는 무관하다. 글의 문맥상 충분히 파악될 일이지만 민감한 사안이기에 굳이 사족을 다는 것이다.

    전진의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이재영 기획위원은 인터뷰 도중에 “제가 보기에는 ‘전진’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주대환의 변화를 몇 년 늦게 말만 바꾸어 쫓아가는 꽁무니주의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에 대해서 답변자의 설명이 부족했거나 또는 의사전달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여 보완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사회주의 앞에 굳이 ‘민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20세기의 파산한 국가사회주의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사회주의체제는 스탈린주의가 유일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는 곧 스탈린주의국가체제와 동일시된다. ‘민주적’이라는 수식어는 그러한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전진’은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함께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도 극복 대상으로 본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근본적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 말한다면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동어반복일 수 있다. 충실하게 내용을 갖춘 전략이라면 굳이 동어반복을 감수하면서 수식어를 달아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래서 전진 회원들 사이에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표현과 ‘사회주의’라는 표현이 혼재하고 있으며 그 둘은 개념적으로 다르지 않은 표현상의 차이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말한 개인과 집단은 많이 있었으며 주대환도 그중 하나다. 동일한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그것을 말한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전진’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주대환의 변화를 쫓아가는 꽁무니주의라는 추측은 가당치 않다.

    천사가 아니라고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

    이재영 기획위원은 몇 달 전 김정진 변호사가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며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중앙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투표하는 ‘전진’ 회원들의 행태”라는 표현을 썼다. 비록 타인의 글을 인용한 것이고 이재영 기획위원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분명치 않지만 기사에 포함된 글이니 언급하고자 한다.

    전진은 모든 안건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규약에 명시된 절차와 아래로부터의 토론을 반드시 조직한다. 각종 선거의 후보자를 선출하는데 있어서도 물론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전진은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당 활동가들이 결합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선거든 당 선거든 전 회원의 선출권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 당직 후보 선출에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참여했고, 지금 진행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의 후보자도 당 활동가들을 포함한 전 회원 총회에서 선출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당 활동가들이 혼재된 정파에서, 출신과 소속에 구분 없이 전 회원의 의사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를 선출한 경우가 또 있는지는 잘 모른다.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다른 모든 조직들과 다를 바 없이 전진 내부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더구나 오랜 세월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결합하여 출범한지 겨우 2년 남짓한 조직이므로 여러모로 미숙한 점도 있다.

    전 회원 총회라 해서 모든 회원들이 빠짐없이 참석하지도 않는다. 정말로 전원이 참석한다면 그야말로 비정상적 조직일 것이다. 토론과 선출절차를 거쳤더라도 회원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잘 모를 수 있다. 조직의 토론과정과 결정사항을 모든 회원들이 빠짐없이 철저히 숙지할 정도로 전진이 경이롭게 일사불란한 조직은 아닐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른 내용적 민주주의가 철저히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조건의 산물로서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룰 미래의 사회상을 내부에서부터 선취해야할 사회주의 정치조직 전진에 대한 자부심에 비추어 불만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전진의 여러 문제점과 미숙함에 대해서는 조직 내외를 막론하고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전진이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와 같은 완벽한 조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롱하는데 대해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이재영 기획위원이 인용한 김정진 변호사의 비판은 특정 조직에만 초역사적 절대진리를 들이대는 가치판단의 오류인 동시에, 과도한 일반화에 의한 사실관계 왜곡인 것이다.

    전진의 대선방침은 원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끝으로 선거강령TFT 구성원으로서 인터뷰에서 말하고자했던 취지를 보완 설명한다. 애초에 인터뷰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고, 잠시 동석하면서 발언했던 것 중에 기사에서 빠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전진 회원들 대다수는 수십 년간 노동운동에 헌신했거나 창당 초기부터 당 활동에 헌신해온 분들이다. 지금 당내에서 거론되는 유력한 대선후보들도 같은 길을 걸어온 분들이다. 그분들 사이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끈끈한 동지애가 맺어져있다.

    대선후보 경선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동지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후보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오랜 세월 험난한 투쟁 일선에서 고락을 함께한 동지의 요청을 받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회원 동지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직의 방침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사회주의 정치조직으로서의 내용을 갖고 대선에 개입한다는 정치대회 결정사항 이외에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 그에 근거해서 선거강령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 내외에서 다소간의 혼란과 동요가 있을지라도 전진은 사회주의 정치조직으로서의 원칙에 입각해서 대선방침을 수립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모든 회원들은 조직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을 말하고자함이 인터뷰를 추진했던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도된 기사는 애초의 취지와는 다른 뉘앙스를 전파하게 되었다.

    누가 더 큰 원인 제공자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인터뷰를 추진한 당사자들의 준비 부족과 미숙함에 일차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하여 겸허히 반성하며, 기사 내용에 대한 약간의 반론과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다.

    2007년 1월 18일
    <전진> 회원이며 선거강령TFT 성원
    구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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