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정국? 노정권 심판정국 될 것"
        2007년 01월 17일 07: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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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호텔 앞에서 노숙 단식 투쟁 중 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권영길 의원단 대표 
     

    한미 FTA 6차 협상이 이틀째로 접어든 16일 7,000여명이 참여한 FTA저지 범국민 대회가 대학로에서 ‘평화적으로’ 개최됐다.  대학로에서 대회를 마치고 협상장인 신라호텔까지 행진하는 중 충무로 일대에서 시위대들의 기습적 도로점거가 있었으나, 전경 차량에 막혀 시위대들의 신라호텔 접근은 원천봉쇄 당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라호텔로 가는 서울 주요 도로에 전, 의경 154개 중대, 대회가 열린 대학로 일대엔 30여개의 중대를 배치했으며 신라호텔 앞 영빈관 정문에도 10여개의 중대를 더 보강했다. 간혹, 경찰의 과도한 통제로 인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가 일기도 했으나, 이날은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해 우려됐던 큰 충돌은 없었다.

    "개헌 정국? 노무현 심판 정국 될 것"

    한미 FTA저지 범국민 운동 본부(이하 범국본)는 이날 행사에서 "6차 협상이 언론과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공식적 협상이 아니라 고위급 밀실 협상으로 이동해 ‘묻지마 타결’방식이 되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협상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지난 주 재경부와 외통부가 각 부처 관계자를 모아놓고 추가 협상안을 내놔라, 내놓지 않으면 해당 분야에 대해 백지 위임을 받은 것으로 알겠다고 협박하고 특히 농림부에는 쇠고기에서 왜 뼈 조각을 발견해 협상을 어렵게 만드냐는 식으로 망발을 했다”고 전 하며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을 위한 협상 팀인지, 미국의 협상 팀인지 의심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녘 동포를 도와주는 게 퍼주기가 아니라, 미국과 FTA를 하는 게 바로 퍼주기"라고 지적하며 "노 정부가 계속 한미FTA를 강행한다면, 이번 2월 임시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는 개헌 정국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심판 정국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FTA를 반대하는 한의대생 대표 김정현씨는 "정부의 태도는 도박에 빠진 노름꾼이 집문서 땅문서에 이어 처자식까지 팔아먹는 것과 닮은 꼴”이라며 "죄송하지만,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광기는 한의로도 고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광기를 고칠 수 있는 약은 오로지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높이는 것일 뿐"이라고 밝혀, 집회 참가자들에게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근거 없는 위장 시위 기사 쓰면 언론중재위 회부"

    FTA저지 범국민 대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선 민주노동당 결의대회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보수 언론의 ‘집회대여’라는 공격에 대해 "보수신문에선 우리가 불법 집회 대여를 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합법적으로 당당히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현 정권은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박정희이자, 군화를 신지 않은 유신 정권"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의 위장 집회를 주장하는 경찰도 어이없지만, 이를 받아쓰는 보수 언론들은 더 어이가 없다"라며 "앞으로 근거나 확인 없이 민주노동당이 위장집회나 불법집회를 조장했다고 기사를 쓰면 그 언론은 언론중재위원회 회부는 물론 법정에도 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성하는 방한복 차림으로 집회에 참석한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오늘 아침 수많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왜 단식 농성을 하느냐는 질문 대신 왜 불법 시위를 조장 하냐는 질문만 받았다"라며 "백번양보해 민주노동당을 비난하려면,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부터 막은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 정부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협상 저지는 민생 회복의 첫 걸음이자, 민주노동당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며 "당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한미FTA협상을 중단시켜 2007년을 국민의 생존과 미래를 쟁취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대선의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결의 대회가 신고 된 장소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었으나, ‘이례적인’ 경찰 측의 ‘제안’으로 인해 마로니에 공원 앞 4차선 도로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에 경찰 측 관계자는 "참여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 협소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하면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어 도로에서 할 것을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기습적 시위를 막고 경찰이 통제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얄팍한 편법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결의대회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바로 FTA저지 범국민 대회가 열렸고 이에 경찰은 선무 방송을 하며 집회 해산을 종용했다.

    그 후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접근하자 대회 참가자 몇몇이 침묵시위를 하며 막아섰고, 평화적 시위를 하는 이들의 행동에 결국 경찰이 물러나고 말았다. FTA 범국민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도를 이용해 대학로에서 신라호텔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 평화적으로 진행된 당원대회에 참석한 당원과 지지자들
     

    "4대 종단 대표 가세…뒤엎어야 할 때는 뒤엎는 게 정의"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신라호텔에 접근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장충로터리 앞에서 정리 집회를 갖고 장충동 공원에서 4대 종단(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이 주최하는 FTA 반대 기도회에 참석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들의 단체 움직임과 신라호텔의 접근을 막기 위해, 과도하게 통제하며 한 사람이 간신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줬다. 이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귀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또, 집회 후 기도회에 참가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뚱뚱한 사람들은 집회 참여도 못 하겠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성경과 묵주 염주를 들어야 하는 성직자들이 성명서를 들고 FTA 저지에 합류했다. 4대 종단 대표자들은 "너무 늦게 나서서 죄송스럽다"라며 신라호텔을 향해 FTA 저지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김시현 베드로 신부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노무현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심인 민심을 듣지않고 주권을 팔려한다"라며 "뒤엎어야 할 때는 뒤엎을 줄 아는 것이 정의이며 우리가 함께 그 정의를 살려 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앞으로 범국본은 신라호텔 옆 장충동 공원에서 협상이 끝나는 19일까지 노숙 투쟁을 벌이며 매일 6시 한미FTA 저지를 기원하는 촛불 문화제를 개최 할 예정이다.

       
      ▲ 한미 FTA 저지를 위해 4대종단 대표들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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