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이명박, 검증 공방 난데없는 ‘언론 탓’
        2007년 01월 16일 01: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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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명박 전 시장측이 최근 ‘검증’ 공방의 책임을 난데없이 언론 탓으로 돌리고 있다. 대선후보들간 상호 흠집내기라는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정작 싸움을 주도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모양새라는 눈총이 따갑다.

    이명박 전 시장측 이재오 최고위원은 16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더>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측 곽성문 의원이 함께 출연하는 것과 관련 “언론이 애들 장난하듯이 싸움을 붙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서로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아침부터 싸움하는 것처럼 비친다”며 “국민들이 들을 때 이게 짜증이 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장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진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이지만,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의 무대응 전략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측이 촉발한 검증 공방이 수그러들지 않고 양자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이 전 시장측의 불만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측 한선교 대변인도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우리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 쪽에서 조금 과민하게 받고 그 중간에 언론의 여러 가지 역할도 있었다”며 최근 대선주자간 흠집내기 공방을 박 전 대표측이 촉발했다는 비난을 상대 주자와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한 대변인은 “우리는 좋은 후보를 위해 검증절차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자꾸 언론에서 이쪽저쪽 얘기를 듣다보니까 칼날을 세웠다느니 이런 아주 자극적인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싸움의 당사자인 박 전 대표측과 이 전 시장측이 상호 흠집내기라는 비난 여론에 공히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양측은 상대 후보들을 비난하거나 자신들을 방어하는 논리에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를 근거로 제시했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전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경선 과정에 후보 검증은 당연한 이야기고 지금도 검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연한 이야기를 (박 전 대표측이) 이상하게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측은 약점 캐기를 검증이라고 한다”며 “(네거티브가 아니라고 하지만) 네거티브가 아니면 뉴스거리가 안된다”고 말했다. 언론이 양 주자간 공방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직접 검증을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옹호하며 “정치인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한 번 (언론에) 나든지, 안 나든지, 금방 끝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검증이) 큰 이슈가 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언론에서도 문제가 있다,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국민의 궁금증을 반영해서 쓰고 해서 증폭된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검증 공방을 촉발했다는 비난에도 불구,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 1강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 대결 구도의 언론보도는 박 전 대표측에 손해보다는 이득이라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4일 직접 미니홈피에 쓴 글에서 “정치든 언론이든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언론은 공정한 보도, 정론의 자세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 역시 상황에 따라 언론에 대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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