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싸워 국민 공감 얻겠다"
        2007년 01월 16일 08: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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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더한 투쟁도 각오하고 있다"

    연좌 단식 농성에 돌입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각오는 굳건했다. 의원단은 처음으로 전원이 동시 단식 농성에 돌입 할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이 투쟁이 끝이 아님을 천명했다.

    15일 경찰의 불허로 천막을 칠 수 없게 된 의원단은 신라호텔 영빈관 앞 거리에서 결국 선잠을 청했다.  늦은 밤 11시 30분이 돼서야 침낭을 꾸릴 수 있는 스티로폼과 전기 발전기 반입에 대한 경찰의 ‘허가’가 떨어졌다. 천막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경찰 측은 "신라호텔 협상장 앞에는 천막에 대한 불가 방침이 내려져 그것을 따를 뿐이다.  천막 허용 여부는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9개 중대의 전의경 부대에 철저하게 둘러쌓인 농성장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 핫팩 등으로 중무장한 의원들은 담담하게 농성에 임하며, 추위에 굳어진 몸을 푸느라 가벼운 체조를 하기도 했다.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더한 투쟁도 각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의원들이 동시 단식 농성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참담하다"라며 "과거 투쟁을 할 때는 무언가 달라지고 변화되는 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렇지못해 갑갑한 게 사실이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단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면 뭔가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힘의 한계를 느껴 많이 안타까웠다"면서  짧게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연대의 힘을 모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하루 종일 앉아있느라 허리가 불편하다는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사회가 변한 듯 하지만, 교묘하게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조차도 거리 농성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우리의 몸부림을 통해 현 상황의 시급성과 우리의 의지를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알아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라며 "지금 이 투쟁이 결코 끝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투쟁도 각오하고 있다"라고 다짐했다.

    사회 각계 각층 인사들 지지 방문 줄이어

    이날 농성장엔 지지 연대 방문이 줄을 이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종기씨, 열린우리당 임종인, 김태홍 의원, FTA를 반대하는 한의대생, 범국본, 전농 등 각계 각층의 사회 인사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힘을 보탰다.  그 가운데 한 인사는 단식 농성 합류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농성을 하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 사회 곳곳의 인사들이 지지 방문을 할 예정이다.

    이렇듯 민노당 의원들을 지지하는 사회 각계 각층의 반응에 노회찬 의원은 "과거 혼자 감옥에서 단식을 할 때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에 비해 지금은 함께 단식하는 의원들과 또 지지하는 인사들이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라고 감회를 전하며, "제대로 싸워 국민의 공감을 얻어 이 투쟁이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역사에 남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생을 하는 건 의원들 뿐 만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당직자 및 의원 보좌진들도 인근에서 밤새 ‘보초’를 서며 새벽의 찬 이슬을 맞아야 한다. 한 당직자는 "그나마 날씨가 아침에 비해 많이 풀려 다행이다"면서 "단식하는 의원들에 비하면 우리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투쟁에 비하면 지금은 괜찮지 않냐?"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또 30분 마다 교대하는 전의경도 고달프긴 마찬가지. 부산에서 올라온 한 의경은 "단식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인줄도 몰랐다.  그냥 시골에서 올라온 농민인 줄 알았다"라며  "이젠 FTA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난다. 의원님들이 투쟁을 빨리 마무리 해 우리도 편한 마음으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미 FTA 6차 협상이  이틀째로 넘어가는 16일 자정.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신라호텔 밖에선 거리에서 잠이 든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낮은 숨소리, 교대하는 전의경들의 일사분란한 군화발 소리, 전경차 엔진의 요란한 소음이 불협화음을 내며 교차했다. 호텔이 안온한 침실에서 미국 협상대표단은 무슨 꿈을 꾸며 잠을 자고 있을까.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16일 오전 10시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로에서 열리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대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의원들의 기자회견 봉쇄에 대해 항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총리실 방문은 소득없이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대신 민정 수석을 만났으나, 관계자가 의원들의 연좌 농성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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