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고위급 빅딜은 사기극이다"
        2007년 01월 15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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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협상이 가져올 파국적 상황을 우려하고 있지만, 국회 다수파를 장악한 보수정당들은 FTA협상을 찬성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말그대로 ‘풍찬노숙’의 농성투쟁을 하고 있다.

    농성 첫날인 15일 민주노동당 당내 한미FTA특위 공동위원장이자 국회 FTA 특위 위원인 심상정 의원을 만나, 협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의원은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앞두고 추진하는 고위급 회담에 대해 "백기투항 졸속타결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분장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관철되면서 졸속 타결될 경우 우리 사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 피해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한미FTA 협상은 이미 더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있는 협상이 됐다"며 "민주노동당이 주도적으로 한미FTA 반대전선을 다시 구축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또 "민주노동당은 개헌정국으로 인한 민생실종에 반대한 만큼 개헌국면에 대한 논란보다는 당 주도의 강력한 민생투쟁으로 반민중적인 개헌국면을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취지"라며 "한미FTA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국민들에게 제시함으로써 고위급 협상에서 협상 실패를 포장하는 정부의 기만적인 모습과 졸속타결의 위험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침 신라호텔 로비 기자회견이 경찰에 의해 봉쇄되자 의원단과 함께 호텔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두꺼운 겨울잠바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제안으로 촉발된 개헌국면에서 한미FTA 6차협상이 오늘 시작됐다. 이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나.

       
     

    =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번 6차협상은 농산물과 섬유의 빅딜을 위한 가지치기 협상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한미FTA의 실익을 따지는 측면에 공식적 협상은 이미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처음부터 극도의 불균형 구도로 협상이 진행됐고 이제 더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있는 협상이 됐다는 것은 웬만한 전문가들도 다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고위급 회담이나 빅딜을 얘기하면서 마치 막판에 국익을 위한 큰 교환이 이뤄질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높은 수준의 타결의지, 말하자면 일방적 관철주의는 변화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고위급 회담은 미국측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백기투항 졸속타결에 명분을 만들기 위한 분장에 불과하다.

    – 지난 7~9일 하와이에서 한미 양국 협상책임자급 회담이 있었는데.

    = 미국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 캐런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와 우리나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가 만났다. 고위급의 본격적 비공식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회 한미FTA특위 보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5차협상의 주된 안건이었던 무역구제와 자동차의 딜 문제가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측의 5가지 무역구제 요구사항 중 그나마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비합산’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측이 절대 수용할 수 없고 나머지 4개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것과 자동차 세제 사이의 교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김종훈 수석대표도 염치가 없었는지 ‘빅딜’이라고 하지 않고 ‘스몰패키지’(small package)라는 표현을 썼다. 무역구제와 자동차 빅딜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기만적인 형태로 관철되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마지막 남은 농산물과 섬유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는 빅딜을 얘기하면서 공정한 교환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다.

    = 그렇다. 무역구제-자동차 교환, 농산물-섬유 교환을 통해 마치 공정한 교환이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무역구제는 우리의 요구안 자체도 업계 요구의 4.5%에 불과할 정도로 껍데기 요구일 뿐이다.

    농산물과 섬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섬유는 얀포워드(원사를 기준으로 한 제품원산지 규정)의 아주 제한적인 예외조항을 인정 받으면서 쌀을 제외한, 그것도 잘하면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을 개방으로 내몰 게 뻔하기 때문에 기만적인 백기투항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것이다.

    한미FTA는 애당초 졸속 추진될 당시부터 국민의 이익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었고, 지금같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관철되면서 졸속 타결될 경우 우리 사회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 부담과 후과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 6차 협상에서 주목해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금융서비스 부분과 공공서비스 부분이다. 먼저 금융서비스 부분과 관련해서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가 논의되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국자본의 지배력이 높은 나라에서는 세이프가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상시적인 금융위기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프가드가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측에서 제시한 6가지 단서조항 중에는 세이프가드의 의미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단서조항이 있다. 하나는 차관과 주식투자는 제외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이프가드 할 때 이자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확고하게 부당성을 제기하고 WTO체제에서도 허용된 세이프가드를 확보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전기 가스 수도 방송 등 공공서비스 분야인데 사실 이런 부분들은 한국측이 그동안 보수적으로 임하겠다고 얘기했고 미국의 입장이 정확히 전달된 바가 없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커틀러 수석대표의 입을 통해 미국이 공공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부분이야말로 국민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가 어떻게 제기됐고 협상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 투자자 정부 제소권 도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 투자자 정부 소송제 도입은 정부가 이미 동의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다만 간접수용은 제외하자는 것이고 수용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부동산을 제외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미국측이 양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측의 이해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는 바꿔 얘기하면 민간자본이 정부의 영역을 공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공공서비스 분야 개방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이것이 무기가 돼서 공공서비스가 타격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

       
     

    – 재경부가 각 부처에 양보안을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이제 협상이 고위급 딜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협상 타결을 주도하는 외통부와 재경부가 각 부처와 부처별 마지노선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마지노선이나 최종적인 전략이 국회에 보고되지 않고 있다.

    졸속 타결을 목적으로 한 협상 주도세력이 밀실협상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막판 협상 부분에 대한 보고와 국회 차원의 검토 협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심 의원은 국회 한미FTA 특위 위원이다. 특위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한미FTA가 국민 생활 전반,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회 한미FTA 특위는 국민의 이익의 관점에서 정부의 한미FTA 협상에 개입하고 때로는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FTA에 찬성하는 여당과 한나라당이 담합해서 마치 ‘지원대책위’ 같은 활동을 해왔다.

    국회 특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인프라, 예를 들어 전문위원 채용이라든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구성이라든지, 협상에 대한 국회 입장 토론 등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직 협상팀을 불러서 협상기술적 측면에 대해 형식적으로 질의응답을 했을 뿐이다. 사실상 졸속 추진에 면죄부를 주고 들러리 역할을 자임하는 특위였다.

    우리측 협상목표와 전략은 논의되지 않고 미국측의 요구와 조건만 얘기됐을 뿐이다. 국회 특위가 정부의 지원대책위인지 미국 협상단인지 구별이 안 될 때가 많이 있었다. 막바지에 이르면서 한미FTA의 최종적 마지노선과 막바지 협상전략에 대한 책임있는 검토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자기 소임을 다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특위는 해체돼야 한다. 백기투항 졸속추진의 들러리를 설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3일 국회 한미FTA 특위에서 나는 경제부총리를 불러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특위가 더 이상 존립할 근거가 없다.

    – 심 의원이 민주노동당 의원단 단식농성을 제안했다. 어떤 취지로 하게 됐나.

    = 두가지다. 하나는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고위급 빅딜 형태의 백기투항 졸속타결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주도적으로 한미FTA 반대전선을 복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른 하나는 개헌정국과 관련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발의 제안이 다분히 정략적인 목적 하에 이뤄졌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반대했다. 개헌제안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지만 한미FTA 졸속타결과 같은 의도도 배제하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은 개헌정국으로 인한 민생실종에 반대한 만큼 개헌국면에 대한 논란보다는 당 주도의 강력한 민생투쟁으로 반민중적인 개헌국면을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단식농성을 제안했다.

    한미FTA 원내대책 특위 위원장으로서 원내활동을 통해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FTA 반대에 동참했던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투쟁전선 묶어세는 것이 FTA를 저지시키고 개헌국면을 돌파해서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중요한 방도라고 봤다. 현재로서 의원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서 제출한 것이다.

    특히 개헌국면의 정략적 의도가 국민들의 시선을 정계개편에 묶어두고 이게 블랙홀이 돼서 모든 민생과제가 실종돼 버리는 상황에서 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자임한 민주노동당이 민생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서민대중정당으로서의 신뢰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은?

    = 이번 의원단 농성투쟁은 한미FTA 졸속타결을 저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범국민 투쟁전선을 다시 구축하는 데 초점이 있다. 농성을 하면서 각계각층과의 간담회를 통해 FTA정세와 전망을 공유하고 투쟁에 나설 것을 설득할 것이다. 또 한미FTA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국민들에게 제시함으로써 고위급 협상에서 협상 실패를 포장하는 정부의 기만적인 모습과 졸속타결의 위험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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