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간 ‘검증’ 공방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며 전면전을 피하고 강재섭 당 대표도 “후보 진영에서 검증은 안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서 검증해야 한다”며 당초 유승민 의원의 직접 검증 입장은 부인했으나, 헤어스타일까지 바꾸고 나타나 “준비기간은 끝났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힌 것은 본격적인 공세를 예고했다는 시각이다. 인터넷 상에서도 두 후보 지지자들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각종 루머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의 무대응으로 당장의 격돌은 피한다 해도 경선 막판 네거티브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 대권후보의 검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막판 폭로전 불가피 예측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3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내 대선주자들간 ‘검증’ 공방과 관련 “후보 진영에서 검증은 안된다”며 “당이 주도해서 하는 게 옳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 대표는 2월 초 출범 예정인 당내 경선준비기구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선출방식, 시기는 물론 시중에서 운위되고 있는 대권후보 검증 방법 등에 대해 토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유력 대선주자들간 ‘검증’ 공방이 자칫 후보 상호간 흠집내기로 이어지는 것을 서둘러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당의 후보니까 마땅히 문제가 제기되면 당에서 검증해야 한다”며 “시기, 방법, 내용은 후보진영에서 하면 상처내기가 될 수 있고 국민들 보기에도 아름답지 못하니까 경선준비위에서 받아서 결정하고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시장도 당장의 전면전은 피하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웃으며 말이 없다’는 의미의 ‘소이부답(笑而不答)’만 언급한 채 대응을 삼가고 있다. 자칫 인터넷 상에서 떠돌고 있는 각종 루머들이 부각되는 등 박 전 대표측의 ‘검증’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경계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경선 과정에서 검증은 당연하고 지금도 검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약점 캐기’를 ‘검증’이라고 잘못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증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검증 하는 쪽에서 망하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측을 겨냥했다.
이명박 쪽, 검증 아니라 ‘약점 캐기’다
정 의원은 하지만 “얼마나 할 게 없으면 출생지로 시비를 거냐”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일본 오사카 출생 시비를 일축했다. 구체적인 ‘검증’에는 무시나 무대응 전략을 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는 별도의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려 이 전 시장의 병역면제 등 각종 루머에 치밀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면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공세적인 자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의 후보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의 노선, 정책, 이념에 얼마나 일관성이 있었나, 또 국민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나 궁금증을 해소해야 되는 과정도 필요하다”며 ‘성역 없는’ 검증을 주장했다. 헤어스타일까지 바꾼 그는 “이제 준비기간은 끝났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검증은 개인이나 어느 캠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당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유승민 의원의 이 전 시장에 대한 직접 검증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이 본선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내놓아서 반드시 (정권 교체에) 성공해야 되지 않느냐”며 “네거티브라는 것은 잊지도 않는 일을 거짓말로 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인데 (검증) 이런 것을 네거티브라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이명박 전 시장측을 겨냥했다.
상호 흠집내기라는 우려도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2년 3개월 동안 (야당 대표로) 온갖 모함에다 비방에다 저만큼 겪은 사람도 없다”고 말했을 만큼 이 전 시장에 비해 검증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지자들 갈등 위험 수위
당장 박근혜 전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의 정광용 대표가 이날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지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정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 전 시장이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선거에서 경북 포항 출생으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처음부터 얘기하고 나왔느냐, 적당히 덮었느냐, 아니면 경북포항으로 (선거에) 나오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권장했느냐 차이가 도덕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TK 지역에서는 그동안 이 전 시장이 경북 포항 출생으로 알려져 동향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공식 홈페이지나 미니홈피에는 이밖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과 관련한 각종 소문들을 주장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ID 지평 등 지지자들이 ‘이명박의 거짓과 진실’, ‘이명박 검정지표’ 등 글에서 이 전 시장의 병역면제, 재산 형성, 고령 등에 대한 검증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지지자는 언론이 이 전 시장에 대한 시중 루머 검증에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 게시판에도 이 전 시장의 출생지 관련 기사 묶음 글이나 이 전 시장의 ‘X 파일’을 자청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도 “검증이 필요한 건 박근혜”라며 맞서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공식 홈페이지와 팬클럽 홈페이지에는 ID 길벗 등 지지자들이 박 전 대표와 관련 정치 입문 전 사생활, 정수장학회, 구국여성회 등과 관련한 검증을 촉구하는 글들을 다수 게재했다.
ID 비판과 지지는 박 전 대표에 ‘네거티브 박’이라는 별명을 붙이자며 ‘네거티브 부메랑 전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익명 게시판에는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후보 자격이냐’는 비난 글이 올랐다. 인터넷에 게재된 한 언론 기사와 관련 ‘박사모와 댓글 전쟁’이라며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의 댓글 참여를 촉구하는 글이 게재돼 있기도 하다.
우선 정책 검증부터
각 후보 진영에서도 어차피 경선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은 오랜 기간 검증 준비를 해왔음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시장측도 각종 루머에 대해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면서도 철저히 대응 논리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일단 대선주자 캠프에서는 공개된 정책 검증부터 단계적으로 검증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박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우선 정책 검증부터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네거티브 폭로전은 경선 막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오는 6월 경이다. 한선교 대변인은 최근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경선 막바지 판을 흔들 이슈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한 대변인은 “한나라당 집권을 막으려는 불순세력에 의한 공작적인 이슈를 경계해야 한다”며 “선거는 되돌릴 수 없고 마지막 하나로 모아진 이슈에 안정적인 후보가 결국은 이긴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도 “무리한 검증카드는 경선 막판에 나온다”고 경계를 드러냈다.
대선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 결국 공멸을 부를 네거티브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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