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도 레임덕 대통령 내키지 않을 것"
        2007년 01월 15일 04:0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여권이 연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발언의 출력을 점차 높이고 있다. 발언의 강조점도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특사파견 등 구체적인 문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남북정상회담 발언 출력 높이는 정부

    이수훈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고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여건이 조성되고 남북이 서로 주고 받을 것이 분명해지면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연내 최담 개최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받았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교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정상회담만이 아니라 핵 실험 이후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정리하는 관점에서도 특사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일 일본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해 "남북 정부가 원하면 간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올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김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면서 하루 빨리 대북 특사파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그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특사 파견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동영 전 의장도 여러 자리에서 올 3-4월이 정상회담의 적기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북-중-미’ 중심 북핵 타결 땐 남한만 왕따

    연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공식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일보>는 13일자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된 통일부의 청와대 보고용 ‘2007년 업무추진 계획’을 입수,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북핵 상황이 장기 정체 시에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 최고 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통일부가 국무조정실을 거쳐 노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대북정책 보고서라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는 북한 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중간 선거 패배 이후 ‘채찍’ 일변도에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수정된 가운데 중국측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상태에서 ‘북-중-미’를 축으로 북핵 문제가 타결될 경우, 향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발언권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면서도 6자회담에서 1/6 지분 이상의 발언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중국이 중재하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타결할 경우 앞으로 한반도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발언권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제2의 개헌 제안 될 가능성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연내 남북정성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레임덕에 빠진 노 대통령이 고도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은 선거용 정략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피하기 힘들다. 자칫 최근 개헌 제안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의 한 대북 전략가는 "남북정상회담은 국민과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번 개헌 제안처럼 ‘질러버리는’ 방식으로 가서는 야당의 협조는 고사하고 여당 지지자도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허약한 통치권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측의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북한도 레임덕 대통령과 협상 원치 않을 것"

    백학순 실장은 "북측은 레임덕에 빠져 있는 대통령과의 협상을 내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백 실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줄 것도 많지 않고, 노 대통령이 북측에 뭔가를 약속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면서 "북측이 적극성을 띨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북이 우리측 제안에 호응하지 않거나, 긍정적 신호를 보내더라도 야당의 대권 주자들을 상대로 이중, 삼중의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측이 남북정상회담을 대남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만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의원 역시 연내 회담 가능성을 낮게 봤다.

    게다가 남북간에 신뢰도 두텁지 못하다. 백학순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하기엔 남북 최고 지도자간에 쌓인 신뢰가 너무 없다"고 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개적인 방식으로 북측에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남북간에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