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각계 813명 비상시국선언
    "15년째 발의·폐기 반복, 이번엔 꼭"
        2022년 04월 28일 05: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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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계 단체 인사 813명은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5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에 나섰다.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참가자들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의 부재는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존엄의 권리가 훼손되고 후퇴해온 궤적이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차별과 혐오에 방치해두는 정치는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끝내야 한다”며 “국회는 즉각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차제연

    2007년 논의가 시작된 차별금지법은 15년째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날로 18일째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6일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함께 싸워온 힘으로 15년만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됐다”며 “대선 패배 이후 5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을 약속했던 민주당, ‘국민통합’을 약속한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국선언엔 함세웅·문정현 신부, 박경서 초대 UN인권대사,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홍인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인권센터 이사장,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 씨,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동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리수 씨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방송에서 당했던 차별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앞에선 당당했고, 유쾌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상처 받고 모든 것이 비수로 꽂히는 일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예계) 활동 이후부터 (방송이 아닌 사석에선)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차별에 제가 대처하는 방법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차별금지법이 특정 소수를 위한 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차별 받는 사람이 어찌 장애인뿐이겠나”라며 “수많은 차별 받는 이들의 고통과 신음을 대한민국 사회는 진지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와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민주당은 비겁한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5월에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현장은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이 집약돼있는 곳이다. 성별, 연령, 국적, 외모, 비정규직 등이 노동현장에선 모두 차별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누구도 완벽한 다수는 없다. 정규직인 여성은 다수인가, 소수인가. 어느 공간에선 다수일 수 있지만 어느 공간에선 소수일 수밖에 없다”며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다수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명분은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다. 그러나 홍인식 NCCK 인권센터 이사장(목사)은 “정치권은 종교 탓을 그만두라”며 “보수 기독교 목소리는 과대 대표돼 있다는 것은 목사이자 평생 교회의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의 교인 대다수는 이 법에 찬성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다고 기독교 표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영애 전 인권위원장은 “3년 간 인권위에 들어오는 사건의 양상을 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 급속도로 혐오와 차별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이것을 다시 회복하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이 시점에 차별금지법이 꼭 제정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을 이번에 만들어내지 못하면 향후 또 15년이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생각도 든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5월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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