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수완박 막장 드라마,
    필리버스터와 회기 쪼개기
    [기자생각] 치킨게임, 정의당의 곤궁
        2022년 04월 27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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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완박을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돌이 최종국면에 도달했다. 법사위 소위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고 이제는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본회의 상정과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은 자신의 중재안을 수용한 민주당 손을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27일 5시부터 본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 정상화’법이라고 프레임 변경을 시도하지만 검수완박이 이미 국민적 언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용어도 민주당과 지지자들 스스로 규정하고 사용한 것이다.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구구절절한 법 조문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과 6명의 고검장 전원의 사의 표명,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중앙지검장, 심재철 남부지검장 등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점, 범법조계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OECD 반부패기구에서도 부패 수사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는 점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또 관련해서 간단히 언급하자면, 2019년 기소-수사 분리의 방향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이 민주당이 주도하여 통과되었다는 점이다. 법 시행은 2021년이니 사실상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중 민주당은 검경수사권 조정 1년에 대해서 그 성과와 한계, 문제점 등에 대해 어떤 평가도 진행하지 않고 시행 1년 만에 ‘검수완박’ 추진으로 급변했다. 반면 민주당 스스로 검찰개혁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던 공수처의 1년에 대해서는 무능과 존재감 없음의 비판에 대해서 시행 초기의 안착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법은 바뀔 수도, 없어질 수도, 새로운 법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왜 바뀌어야 하는지, 왜 1년의 검경수사권 조정은 완전히 새로 뜯어고쳐야 할 대상이고 1년의 공수처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대상이 되는지 평가와 분석이 필요한 건 아닌가? 그냥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졌다고 “내 맘대로‘의 정치는 곤란한 건 아닌가? 아니 그런 행태는 혁파의 대상 아닌가?

    필리버스터 강제종료가 아닌 회기 쪼개기를 선택한 민주당

    민주당은 본회의를 어떻게 돌파하려고 하는 것일까? 소수당이지만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활용하여 이번 회기를 넘겨 차기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새 대통령의 거부권을 최종 버팀목으로 하려는 국힘에 대항하는 민주당의 선택지는 2가지였다.

    하나는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투표를 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회기가 아니라 회기를 여러 개로 나눠서 본회의를 여러 번 소집하여 법안을 심의하는 회기 쪼개기, 일명 ‘살라미 전술’이다. 민주당은 두 번째 회기 쪼개기 방식을 선택했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방식에 필요한 재적 300석의 3/5인 18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에 찬성하느냐와 강제 종료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데 민주당 내부의 이탈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었다. 정의당 의원 내에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에 찬성하는 입장은 소수로 확인됐다. 찬성 2명과 반대 4명 정도. 더 큰 변수는 무기명 투표로 했을 때 민주당 내부의 검찰 출신 의원과 검수완박 일방 강행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 등의 이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주당 지도부는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투표를 선택하지 못했다. 여기서 무너지면 다른 방안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 방안인 회기 쪼개기를 선택했다. 지금의 임시회는 회기 조정 표결을 통해 회기를 오늘 27일 자정까지로 결정됐다. 오늘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자정이면 종료된다. 그럼 새로운 회기의 본회의를 소집하여 처리한다. 필리버스터는 회기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률도 그렇게 회기를 쪼개고 그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선택이다. 그 표결은 무기명이 아닌 실명 표결이고 과반 표결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어렵지 않다.

    이 방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박 의장은 협조를 선택한 듯하다. 또 회기 쪼개기라는 편법을 통해 검수완박이라는 형사사법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관철시킨다는 점에서 여론 등의 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강행한다. 또 국회법상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아닌 경우 임시회 소집은 국회의장이 3일 전 공고하게 돼 있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방식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 국무회의 올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빠듯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더 조급하다.

    검수완박이라는 한국 형사사법시스템의 근본변화를 가져올 법안을 이렇게 졸속적이고 구차하고 편법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라는 질문과 그 답변의 내용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왜 그렇게 급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지 민주당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당연히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권력교체기에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의도와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민주당의 실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비판은 과연 과도한 비판인가?

    곤혹과 곤궁의 처지에 몰린 정의당

    정의당의 처지도 참 곤혹스러울 듯하다. 하지만 곤혹의 문제보다는 곤궁하고 애매하다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과 국힘의 반대 입장 모두에 대해 거리를 두고 국회의장 등의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그 결과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민주-국힘이 합의했을 때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장춘몽이 되었다. 국힘이 합의안을 파기하고 재논의를 요구하고 민주당은 단독처리를 강행하고 국회의장은 중재안 중심으로 본회의를 소집했으니 말이다.

    조정과 중재는 형식이다. 양쪽의 대치에 대해 중간에서 완충의 역할을 하겠다는 거리두기, 형식의 의미가 강하다. 문제는 결국 조정과 중재의 내용이다. 정의당이 검수완박, 검찰개혁에서의 자기내용이 무엇인지가 모호하고 비어있을 때 지금과 같은 곤궁하고 애매한 처지, 중재 그 자체가 절대시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해주고 지지하는 입장이 당 지도부와 의원단에서 표출되면서 대오 정비는 이미 흐트러졌다. 지금 민주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당원들도 적지 않다. 위성정당 배신극으로 끝난 2019년 민주당-정의당 합작 드라마의 리바이벌이다. 여전히 민주당의 DNA는 정의당 내부에 적지 않다. 또 정의당은 필리버스터 강제종료에 대한 찬반 입장도 정하지 못하고 이러저런 눈치와 셈법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럼 이제 정의당은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편법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아마 또 그것을 가지고 우왕좌왕하지는 않을까? 아니 침묵으로 대충 넘기지 않을까, 그게 더 우려된다. 정치는 결국 콘텐츠와 자기 내용. 자기 정책이 핵심이다. 협상이든 이미지든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 6석의 의석으로 그 존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정의당 정치의 목표와 핵심은 아니지 않나? 정의당이 가지고 있는 검찰개혁, 검수완박,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가장 뚜렷하게 부각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장 모호하고 가장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런 회기 쪼개기 전술을 통해 검수완박이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소집하여 곧바로 공포하는 민주당과의 팀플레이를 실천할까? 하는 점이다. 설마 대통령 임기 마지막을 그렇게 무리하게 마무리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된다면 아마도 한국 현대 정치의 어떤 일그러진 장면으로 기록될 듯하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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