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합의 잉크도 안 말랐는데...
    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 다시 활개
    민주당-국힘의 안면몰수...소수정당 뒤통수 때리기
        2022년 04월 26일 07: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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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6.1 지방선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 도입과 선거구 분할 가능 조항 삭제 등에 합의해 놓고도, 선거구 획정 권한을 가진 광역의회에선 선거구 쪼개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치개혁 합의를 이끌어낸 성과를 홍보해온 민주당이 광역의회에선 소수정당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당·노동당·녹색당·진보당·정의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2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여야 합의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각 시·도의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와 시·도의회는 국회의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앞서 여야는 기초의원 선거 3~5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한정해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서울 4곳, 경기 3곳, 인천 1곳, 영남 1곳, 호남 1곳, 충청 1곳을 3내지 5인 선거구로 지정해 시범 실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공직선거법상 조문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기초의회 선거구를 정하는 양당 중심의 광역의회가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소수정당의 진입을 막아왔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 개정이 무색하게 시·도의회는 물론 선거구획정위까지 나서서 3~4인 선거구를 ‘2인 쪼개기’를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2인 선거구 위주의 획정안을 시·도의회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에 의해 쪼개진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정상화하지 않은 채 기존의 선거구획정안에서 일부만 조정한 획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런 상황은 경기도, 전북, 충남, 충북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국회의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치개혁 합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4인 선거구를 포함해 제출된 획정안은 시·도의회가 나서서 2인 선거구 쪼개기 시도를 벌이고 있다.

    앞서 정치개혁 추진에 앞장서 온 정당들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된 후에도 광역의회의 ‘선거구 쪼개기 금지’를 천명하는 당적 결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해왔다. 법적으로 ‘선거구 분할 금지’를 못 박은 게 아니기 때문에 광역의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와 어긋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실제로 부산시 선거구획정위는 4인 선거구 10개가 포함된 획정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으나, 부산시의회는 이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갤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회는 획정위가 결정한 4인 선거구 4개를 2개로 축소했고, 전북도의회는 2곳의 3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3개로 쪼개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2인 선거구를 2곳 더 늘렸다. 부산시의회, 인천시의회, 전북도의회 모두 민주당이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회견에 참석한 각 정당과 공동행동은 “민주당 소속이자 선거구획정 조례를 다루는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은 면담 자리에서 민주당 부산시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3~4인 선거구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중대선거구제 확대에 반대했지만, 국회 농성까지 하며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이 선거구 쪼개기에 나선 것은 얘기가 다르다. 특히 시·도의원들이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의 의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환기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본심 또한 정치개혁에 반대해온 국민의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의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은 “어렵게 만들어진 정치개혁의 정신은 온 데 간 데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구획정위원회 뿐 아니라 시도의회에서 선거구 쪼개기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거대양당, 특히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의 약속, 정치개혁 합의의 정신을 되새기고 각 시도당 차원에서도 국회에서 이뤄진 합의를 존중할 수 있도록 전당적인 입장을 밝히고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운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일부 지역을 빼고는 민주당이 광역의회를 모두 다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역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에서 약속한대로 선거구 쪼개기를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수정당들과 시민사회는 시·도의회와 민주당을 향해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3~4인 선거구를 임의로 쪼개지 마라”며 “선거구획정위가 2인 선거구 일색의 획정안을 제출했다면 3~4인 선거구 중심으로 수정하여 조례를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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