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비판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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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1월 15일 08: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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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독자라 밝힌 ‘옹기장이’ 동지(이하 존칭 생략)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주장을 집어치워라’는 제목으로 민주노동당 의견그룹 ‘다함께’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론을 비판했다. “한심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어이없는” 등 냉소적이고 근거없는 단언적 반박에 관한 유감을 제쳐두고 옹기장이의 반박을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의 90%가 자이툰 철군에 찬성했고, 과반수가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다분히 신뢰도가 떨어지는 주장”이며, 따라서 “전쟁과 신자유주의 추진 정부에 대한 반대 운동 세력의 정치적 결집이 (가능하다)”는 ‘다함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옹기장이는 “대중들이 원하는 대선 후보는 다름 아닌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는 인물”이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이명박의 지지가 높다고 말한다. 반면 좌파가 “아무리 제국주의 … 어쩌고 떠들어도 대중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옹기장이는 주요 NGO나 민주노동당 바깥의 노동-민중단체들이 “올해 대선에 후보를 내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일 뿐”이라며 냉소한다.

따라서 이들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도모할 이유는 없고, 그런 주장은 ‘평당원 민주주의의와 당 중심성을 부정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함께’를 겨냥해 “당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 내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쏘아 붙였다.

우선 나는 옹기장이가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 반감 지수에 지나칠 정도로 무뎌 반박의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고 본다. 자이툰 철군 찬성에 대한 90퍼센트의 지지는 지난해 11월 29일 KBS 여론조사 결과였으며, 한미FTA 반대 여론과 찬성 여론이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것은 쉽게 언론에서 확인 가능한 사실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반(反)부시 정서가 매우 높은 나라이며, 자이툰 파병이 노무현의 지지 기반을 이탈시킨 결정적 계기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최근 정부가 FTA 반대 광고 방송을 가로막은 것도 초조함과 다급함의 표현이다.

이명박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며 ‘경제회복’에 대한 염원이 지지율에 반영돼 있다는 것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명박의 지지율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다. 이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때마다 얻었던 40퍼센트를 전후로 한 지지율 수준이며 이명박이 선호하는 정책(참전 정책이나 규제완화를 포함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님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0%가 이명박이 추진하려는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또, 노회찬 의원도 지적했듯 차기 정부의 이념 성향이 보수여야 한다는 답은 26%인 반면 진보여야 한다는 답은 38%가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노무현에 한 때 기대를 걸었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있는 광범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주목한다면, 중도개혁 정권의 몰락이 낳은 정치적 공백을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왼쪽으로 끌어 당겨 당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다함께’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론은 바로 이 과제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옹기장이는 ‘당 중심성 포기 아닌가’ 또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당의 정체성과 주요 정책을 감동적으로 알리는 것 자체가 대안 아니냐’고 말한다.

물론 우리 민주노동당은 급속하게 성장해 온 진보정당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지층과 기반에 만족하지 말고 외연을 더 넓히려는 고민과 도전이 필요하다. 이라크 파병, 평택 미군기지 확장, 노동법 개악과 한미FTA 추진 등에 대실망해서 노무현과 열우당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이 곧바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는 않고 있는 그 정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이 파고 들어야 할 공백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마치 민주노동당 지지가 당연하고 또 심지어 전제돼야 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치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중요한 실험과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이유다.

민주노동당이 세 가지 전제(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후신을 포함한 기성 정당 반대, 강대국의 패권 정책 반대, 신자유주의 정책 반대)를 분명히 해 광범한 선거 연합을 구성하자고 제안한다면 당은 기존 지지층을 바탕으로 다수 대중 속으로 외연을 더 확대하고 영향력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기회를 잡자는 제안이 왜 “당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악의적 비난의 근거가 돼야 하는가?

이런 도전을 회피해서, 당이 NGO들과 노동 민중운동 단체들이 포괄하는 더 광범한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기회를 놓치는 것이 ‘당을 위한’ 일인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가 실패해서,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분열돼 버리고 NGO 등이 또다시 ‘비판적 지지론’으로 끌려가도록 방치하는 것이 당과 진보진영을 위한 일일까.

‘다함께’가 평당원 민주주의를 부정한다는 주장도 근거없는 악의적 비난이다. ‘다함께’가 ‘당원 직선 선출’에 대립되는 안으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게 결코 아님은 <맞불> 기사를 잠깐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의 여섯 가지 테제를 보면 당의 후보 선정이 당원 투표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옹기장이는 “엘리트” 운운하며 ‘다함께’가 “위로부터의 사회주의를 주창한 레닌과 트로츠키를 여전히 무비판적으로 신봉”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근본 변혁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러시아의 평범한 다수 대중이 의식 변화에 그토록 민감하게 대응했던 레닌과 트로츠키는 ‘위로부터의 사회주의’는커녕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계급 자신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노동자 계급의 자기해방 사상’에 입각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서 있다. ‘다함께’ 또한 마찬가지이다.

급진화하는 대중 정서 변화에 착목하고 개입하자는 주장을 폄하하며, 그런 변화에 눈을 감고 “아무리 제국주의 … 어쩌고 떠들어도 대중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예단하는 것이야말로 엘리트주의 아닌가?

옹기장이는 “당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 내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관료적 억누름으로 논쟁의 핵심을 흐리지 말고, 대선에서 당과 진보진영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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