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기사들, ‘의무 콜’ 때문에
    가짜 대리기사 부르기도…“갑질 횡포”
        2022년 04월 25일 07: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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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대리운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 업체인 ‘로지연합’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콜 수행 목표’를 주고 이를 채우지 못한 기사들은 배차를 주지 않는 “갑질 횡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리운전노동조합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나플(대리운전 프로그램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영업제한이 풀리기가 무섭게 수도권 대리운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로지연합이 ‘숙제’를 부활시켜 대리운전노동자들을 다시 옥죄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대리운동노조

    로지는 대리기사 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배차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사다. 로지라는 콜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4천여개의 수도권 대리운전업체와 바나플을 통칭해 ‘로지연합’이라 부르고, 로지연합은 특성에 따라 6개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업체들이 어느 하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로지연합이 지난 2016년 7월부터 대리운전기사들에게 강요하는 ‘숙제’란 기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 콜’을 뜻한다. 로지연합이 의무 콜을 수행하지 못하는 대리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콜 수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후 조건 달성 시점까지 배차에 제재를 주는 방식이다. 평일 피크타임인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2콜 이상’ 또는 ‘4만 원 이상’이 나오는 거리를 운행해야 하고, 금요일에는 ‘5만 원 이상’ 혹은 ‘3콜 이상’을 수행해야만 우선 배차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들은 “수도권 대리기사들은 ‘바나플과 수도권 로지연합’이 정한 콜 수행 횟수와 금액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치 않는 목적지의 콜과 터무니없는 가격의 콜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기회마저 얻지 못한 기사들은 운행하지도 않은 가상 콜을 올려 수수료를 내고 콜 수행 횟수 등 목표를 채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대리기사들이 의무 콜을 달성하기 위해 가짜로 대리기사를 불러 요금을 내는 식으로 콜 수행 목표를 채운다는 것이다.

    로지연합이 기사들에게 강요하는 ‘숙제’는 콜 점유 경쟁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 티맵대리 등 경쟁업체가 늘어나자 독점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 대리기사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로지연합은 70%의 업체들이 가입돼있는 압도적인 장악력을 이용해 자신의 경쟁 업체들을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콜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숙제’를 통해 경쟁사 콜을 배척하고 조건이 나쁜, 이른바 ‘기피 콜’을 강제로 대리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로지연합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매달 부과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도 문제다. 로지앱은 총 3개로 나뉘는데 하루 500원씩 매달 15000원의 사용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3개 프로그램으로 모두 설치한 대리운전기사는 출근 여부와 관계 없이 매달 450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3개로 나눠진 로지앱에는 시차만 있을 뿐 결국 같은 콜이 올라온다는 점이다. 노조는 “특정지역에서 부족한 콜을 두고 배차 경쟁을 해야 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입장에서 시차는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배차 확률을 높이기 위해 3개의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다”며 “이러한 시차 외에도 숙제 등 정책을 통해 대리운전기사들이 로지앱을 여러 개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와 같이 숙제는 대리운전기사의 생계를 쥐어짜는 불공정이며 대리운전기사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라져야 할 갑질 횡포”라며 “프로그램의 공정운영을 위하여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교섭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플랫폼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로지연합의 담합에 의한 독점적 횡포에 대하여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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